‘트럼프 라이벌’ 디샌티스, 주한美대사관 무지개 깃발 사진 공유한 까닭

박선민 기자 2023. 7. 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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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에 걸린 무지개 깃발. 대사관은 2017년부터 성소수자 인권의 달인 6월에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내걸었다. /@DeSantisWarRoom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표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소셜미디어에 무지개 깃발이 걸린 주한미국대사관 사진을 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때 성소수자를 옹호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자신은 이와 달리 동성애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2일(현지 시각) AP통신 등에 따르면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달 30일 자신의 대선 캠페인 트위터 계정(디샌티스 전쟁 본부·DeSantis War Room)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소수자(LGBT)를 옹호하는 각종 장면이 담긴 편집 영상을 공유했다.

여기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 후보 수락 연설에서 “성소수자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한 장면이 나왔다. 또 대선 경선 때 트랜스젠더의 성 정체성에 따른 화장실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반대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외에도 영상에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LGBT’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티셔츠를 파는 트럼프 선거본부의 모습 등이 교차 편집됐다.

디샌티스 주지사 측은 영상을 올리며 “성소수자 인권의 달(6월)이 끝난 시점에서 그 어떤 공화당원보다 더 많은 일을 한 정치인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때 성소수자들을 옹호했던 것을 비꼬고, 자신은 이와 달리 강력한 보수 후보라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게시물은 현재까지 2100만회 조회되고, 댓글은 6500개가 달렸다. 공유도 6500회 이뤄졌다.

2020년 4월 28일 디샌티스 주지사(왼쪽)가 워싱턴DC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만나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서울의 주한미국대사관(왼쪽 상단)을 비롯해 각국 미국대사관에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과 조명이 설치된 사진. /@DeSantisWarRoom 트위터

몇 시간 뒤 디샌티스 주지사 측은 4장의 사진을 추가로 공유했다. 각각 서울의 주한미국대사관, 뉴델리 주인도미국대사관, 오타와 주캐나다미국대사관, 빈 주오스트리아미국대사관에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과 조명 등이 드리워진 사진이었다. 디샌티스 주지사 측은 그러면서 “미국 대사관에 게양되어야 하는 유일한 국기는 성조기”라며 “이 사진들은 모두 트럼프 행정부 때 찍혔다”고 했다.

디샌티스 주지사 측이 이 같은 방식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방하고 나선 건 성소수자 반대 입김이 큰 보수 진영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대적으로 지지율 열세를 보이고 있는 디샌티스 주지사가 당내 경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라잡기 위해 선명한 보수 노선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서 50% 이상 지지율을 유지 중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디샌티스 주지사의 지지율은 20% 안팎에 머물고 있다.

이번 영상에 대해 트럼프 캠프의 스티븐 청 대변인은 CNN에 “절박한 선거운동”이라고 반응했다. 동성애자 공화당원 모임 ‘통나무집 공화당원’도 “갈라치기를 유도하는 절박한 영상”이라며 “디샌티스는 동성애 혐오 영역에 뛰어들었다”고 비판했다.

당내 일각에서도 디샌티스 주지사의 성소수자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대선 주자인 윌 허드 전 하원의원은 이날 CNN 방송에 출연해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내 친구들이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같은 전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대선에 출마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도 “논의해야 할 더 큰 이슈가 있음에도 그들은 우리를 더 분열시키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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