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논란 넘긴 통일부 '진짜 혁신' 과제 직면…'실질적 성과'가 중요
남북관계 정상화 목표…北 실태파악, 인권문제 해결, 새통일정책 수립에 집중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존폐론' 논란에 시달렸던 통일부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역할 변화'라는 과제를 받으며 새로운 혁신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통일부는 윤 대통령의 주문대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해'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전날인 2일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와 관련 "통일부는 그동안 대북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정신에 따라 통일부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통일부는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설립된 이후 남북관계 변화에 따라 '실제 부처'가 됐다가 때로는 존폐 논란까지 맞닥뜨리는 곡절을 겪었다.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 외교통상부와 통합한 외교통일부 신설을 추진했는데 이는 사실상 통일부 폐지로 해석된 바 있다.
통일부 존폐 논란은 윤석열 정부 출범 시기에도 불거졌다. 한반도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북핵 문제는 남북 대화로만 해결할 수 없는 외교적 사안이 된 데다 남북 대화도 단절되면서 통일부가 뚜렷한 성과를 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윤 대통령은 집권 1년이 지난 시점에서 통일부 '대수술'을 선택했다. 부처 출범 뒤 25년 만에 처음으로 통일부의 장차관을 동시에 교체하며 대대적인 역할 변화를 주문한 것이다.
학자 시절 '외교통일부' 신설을 주장했던 김 후보자와 '미국통' 외교관 출신 문승현 주태국대사를 임명한 것은 남북 관계를 특수 관계가 아닌 '국가 대 국가'의 보편적 외교 관계로 보고 관계를 형성해나가겠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북한과는 북핵문제, 대북지원 등 문제를 호혜적으로 풀어나가는 한편 북한인권 문제는 미국 등 자유민주진영 국가들과 보폭을 맞추며 더 적극적으로 해결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통일부는 대대적 혁신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일단 당장의 내부 분위기는 밝지 않은 상황이다. 통일부는 그동안 정부조직법으로 규정된 통일과 남북대화·교류·협력에 관한 정책 수립, 통일교육, 그밖에 통일에 관한 사무 등 업무에 집중해왔는데 이제 본연의 업무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신냉전'으로까지 규정되는 정세 변화 속에서 유독 통일부만이 변화하는 정세에 대응하기 어려운 업무 구조를 가졌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대화 모색이라는 통일부 고유의 업무, 또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이 가진 목표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탐색해 본 시간이 지난 1년이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이 통일부가 남북관계 정상화, 한반도 비핵화라는 새로운 목표를 갖고 이에 관한 성과를 내주기를 기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것이 곧 '새로운 통일부'의 정체성이 될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통일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목표로 대북지원, 교류 협력을 추진했고 그 결과를 통일부의 성과로 여겨왔다"며 "앞으로는 대북 압박을 통한 비핵화, 원칙에 입각한 남북관계 정상화 등이 통일부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통일부는 앞으로 북한의 정확한 실태 파악, 인권문제 등 북한에 대한 원칙론적 입장 표명, 변화된 북한의 태도와 남북관계, 국제정세 등에 따른 통일정책 수립 등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전망도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인권 문제에 관한 압박은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많이 이뤄졌지만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며 "압박 정책이 북한주민들 인권 개선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관해선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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