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씨에 무슨 외출이에요”...목숨까지 위협하는 불볕더위, 대비책은

불볕더위에 온열질환 비상
잇단 폭염에 사망위험도 쑥
외출 자제하고 헐렁한 옷을
몸을 물로 적셔 체온 낮춰야

<사진 출처=로이터=연합뉴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서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하루 최고기온이 33℃ 이상인 경우를 가리키는데 이런 날씨가 2일 이상 지속될 경우 폭염주의보가 발령된다. 폭염은 건강한 성인도 지치게 만들기 때문에 한여름 건강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사람은 외부 온도 변화에 대응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항온동물이다. 폭염과 같은 고온 환경에서 작업이나 활동을 계속할 경우 우리 몸은 체온 조절을 위해 피부 혈관을 확장시켜 혈류량을 늘리고 땀을 배출해 열을 발산한다. 하지만 고온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체온조절기능에 이상이 생겨 열사병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고혈압, 심장병, 당뇨, 혈액투석 등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나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 독거노인 등은 주의가 필요하다.

노인층이 유독 폭염에 취약한 이유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땀샘이 감소해 땀 배출량이 줄어들고, 그만큼 체온을 낮출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폭염으로 인한 온열 질환을 분석한 결과 사망자 중 65세 이상의 비중이 높다. 대다수가 논밭에서 일하는 도중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햇볕이 가장 강한 낮 시간대(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는 하던 일을 멈추고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덕호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폭염으로 심박동이 빨라지고 두통이나 어지러움,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온열 질환이 의심되기 때문에 바로 그늘로 가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을 땐 즉각 응급실로 와야한다”고 말했다.

더위로 인해 나타나는 대표적인 온열 질환으로는 열탈진과 열사병이 있다. 열탈진은 고온에 노출돼 신체 온도가 37~40도로 상승하면서 탈수현상을 보이는 것을 뜻한다. 흔히 ‘더위 먹었다’는 말이 열탈진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열사병은 열탈진보다 증상이 더 심각한 상태를 가리킨다. 과도한 고온 환경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의 경우 열 발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열사병을 겪는다. 40도 이상의 고열과 의식장애, 중추신경계 이상, 경련 등이 동반된다. 이외에도 땀샘 염증으로 인한 열 발진(땀띠), 발과 발목에 나타나는 열 부종, 말초혈관 확장 등에 의한 열 실신 , 염분이 땀에 의해 과도하게 손실돼 나타나는 열 경련, 불충분한 수분 섭취에 따른 두통 등 다양한 증상들이 발생할 수 있다.

폭염에 장시간 노출되면 불쾌감이나 권태감, 집중력 저하 등의 가벼운 증상은 누구나 겪을 수 있다. 문제는 현기증, 메스꺼움, 근육경련 등을 비롯한 의식 변화의 증상을 겪을 때다. 이러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일단 통풍이 잘 되는 그늘이나 에어컨이 작동되는 안전한 실내로 이동하고, 차가운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입은 옷은 가급적 벗고, 피부에 물을 뿌리면서 부채나 선풍기 등으로 몸을 식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휴식 후에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반드시 의료기관에 방문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외출할 시에는 가볍고 밝은 색의 헐렁한 옷을 입는 것이 좋다.

폭염에 대비해 갖가지 과일과 채소 등을 잘 챙겨먹는 것도 중요하다. 제철 과일과 채소는 수분과 비타민, 무기질, 섬유소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 여름철 땀을 많이 흘려 체력이 손실된 뒤에는 수분과 당분이 많은 수박, 참외, 자두, 포도 등을 먹는 것이 좋다. 다만 평소 위장이 약하고 설사가 잦은 사람이라면 껍질이 부드럽게 벗겨지는 숙성된 복숭아나 바나나를 섭취하는 것이 낫다. 여름철 채소로는 수분 보충과 이뇨에 효과가 있는 오이와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가지가 제격이다. 냉국이나 무침으로 요리하면 갈증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제철 채소인 양배추, 부추 등은 비빔밥이나 겉절이로 활용해 섭취하면 면역력을

김소은 전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열사병은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며 “심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야외활동 전후와 그 과정에서 수분 유지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