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 돋보기] 100년 세월 그 자리에…감성 물씬 광주 극락강역
철도원 제복 체험, 러브스토리 ‘비밀정원’ 등 인기
연간 5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핫플레스 변신
역 구내 폐 사일로 리모델링 복합문화공간 탈바꿈 기대
동화 속 풍경 닮은 ‘한국에서 가장 작은 꼬마역’
오선지 악보 위에 그려진 음표처럼, 묵묵히 선로를 바라보며 100년 넘게 한 곳을 지키며 승객들을 맞아준 극락강역.
동화 속 그림처럼 예쁘고 아담한 이 역을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작은 꼬마역’이라 부릅니다.
광주시 광산구 목련로 310-23.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 뒤안길 한 켠에 들꽃처럼 자리한 극락강역을 6월의 끝자락 비갠 오후에 방문하였습니다.
이곳을 처음 찾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골 찻집 같은 고즈넉한 역의 풍경에 새삼 놀라게 됩니다.
맞배지붕을 한 아담한 역사(역건물)를 비롯 잘 정돈된 화단과 철조망 담장 너머 키 큰 나무들이 마치 비밀정원에 들어온 느낌입니다.
◇ 1922년 7월 남조선철도 간이역으로 영업 시작
1922년 7월 남조선철도 간이역으로 영업을 개시한 극락강역은 사무실과 부속시설들이 잘 보존돼 2013년 철도문화재로 지정되었습니다.
특히 역사건물은 일본식 건물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데, 한국전쟁으로 소실됐던 역사를 1959년 급하게 복구하느라 벽면이 거칠게 마감된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삐걱이는 유리문을 열고 대합실로 들어서니 박물관에 온 듯 벽에 걸린 빛바랜 철도 사진과 철도원 제복이 눈길을 끕니다.
기다란 나무 의자에는 승객들이 광주-송정역간 셔틀열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극락강역은 비록 꼬마역이긴 하지만 하루 39회 열차가 정차하는 분주한 보통역입니다.
이중 30회는 셔틀열차이고, 나머지 9회는 목포행과 용산ㆍ서대전행 열차가 왕복운행되고 있습니다.
이날 역에는 때마침 나광선 역장(58)이 근무 중이어서 아날로그 감성을 품고 있는 극락강역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극락강역은 2017년 이전만 하더라도 인근 주민들조차 역이 있는지 모를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은 역이었습니다. 2017년 제가 부임해서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이 역을 테마가 있는 관광역으로 탈바꿈시켜야겠다고 마음먹고 직원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고 홍보 활동을 시작했죠”
◇주민.직원들과 함께 꾸민 철도문화 체험 콘텐츠
나광선 역장은 먼저 지난 6년 동안 역 구내에 주민 및 직원들과 함께 꾸미고 가꾼 철도문화체험 콘텐츠를 하나하나 소개했습니다.
▲역장과 함께 기념촬영=역장과 함께 극락강역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으며 기념사진 촬영
▲철도제복 체험=철도제복을 입고 역직원이 되어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보는 체험
▲철도역사 알아보기=구한말 최초 열차부터 현재의 KTX까지 사진자료를 통해 철도역사를 알아보는 코너
▲철길 건널목 체험=철길 건널목의 위험성을 알고 실천하는 철도 안전체험
▲프러포즈 러브스토리 ‘비밀정원’=비밀정원에서 사랑하는 사람(부모, 친구,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이벤트와 포토존
▲소원성취 ‘극락도사’ 체험=방문객들의 꿈과 희망을 기록하고 성취를 기원하는 코너
▲시와 스토리가 있는 정원=극락강역 정원에서 아름다운 시를 감상하며 힐링
극락강역은 2017년 코레일 광주본부 ‘고향역’으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이듬해 8월 홍보기자단을 출범하고 제1회 극락강역 문화축제를 개최해 일약 전국적인 관광 테마역으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문화축제는 극락강역에서 셔틀열차를 타고 광주역으로 이동하면서 진행하는 철도문화 체험 프로그램으로, 열차안에서 철도퀴즈, 유라시아열차(극락강역-런던) 승차권 개찰, 꼬마역장의 안내방송, 이동매점 등 추억의 열차를 그대로 재현한 행사입니다.
이어 극락강역으로 돌아와서는 마을주민들로 구성된 사물놀이패의 신명나는 공연과 7080음악회가 늦은 밤까지 이어집니다.
문화축제와 아울러 15명으로 구성된 홍보기자단의 열띤 취재활동으로 극락강역의 독특한 매력은 순식간에 전국에 확산되었습니다.
이 문화축제는 2020년까지 모두 4차례 개최되었으며, 2021년부터는 지자체의 지원과 연계해 ‘극락강역 문화예술 체험행사’, ‘꼬마열차 타고 오늘이 가장 젊은날’ 등 행사로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계절마다 색다른 풍광 연출…주말 가족단위 관광객 많아
극락강역은 사계절 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계절마다 색다른 풍광이 연출됩니다.
봄에는 화사한 꽃들이 만개하고, 여름에는 짙푸른 녹음에 감싸인 철도 정원, 가을에는 노란 은행나뭇잎으로 덮인 플랫폼, 겨울에는 눈덮인 설원을 배경으로 이어지는 철길이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합니다.
주말에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셔틀열차를 타고 광주송정역에서 내려 1913송정역시장 투어를 즐기고 돌아옵니다.
야간에는 열차를 유도하는 형형색색 조명을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 않고 찾아오기도 합니다.
이처럼 포근한 고향역 이미지와 풍성한 스토리를 간직한 극락강역은 이제 연간 5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올 정도로 핫플레스가 되었습니다.
그간 방문객 현황은 △2017년 1만1000여명 △2018년 2만4000여명 △2019년 4만6000여명 등으로 매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그 결과 2019년 코레일 최우수 철도관광 테마역과 2022년 우수 테마역으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코레일과 광주시는 극락강역을 광주의 으뜸 관광명소로 가꾸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들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프로젝트는 극락강역 부지 내 기능을 잃고 흉물로 방치된 현대시멘트 사일로를 38억을 들여 리모델링해 복합문화재생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사업입니다.
놀이, 체험, 전망대, 철도박물관 등이 개장되면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체험이 더 늘어나 문화발전소의 역할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한 지난해 말부터 광주시와 문체부의 지원으로 ‘극락강역 5G기반 스마트 관광 로드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역장 관사 건물 등 옛 시설 남아 있어 호기심
일제강점기에 개통된 극락강역은 역장 관사 건물 등 옛 시설 일부가 아직 남아 있어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역사 바로 인근에 위치한 관사건물은 현재 민간에 매각되어 다른 용도로 활용되고 있으나 일제 적산가옥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극락강역은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우나 한 때 남광주역처럼 시장이 형성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1924년 9월3일자 매일신보에 따르면 비아면 상인회가 극락강역 앞에 오일장(장날 5, 10일)을 개설한다는 기사가 실려있습니다.
또한 1936년 4월 18일자 매일신보에는 밤중에 극락강역 사무실에 절도범이 침입하여 금고를 부수고 안에 있는 현금을 꺼내갔다는 기사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나광선 역장은 “잊혀진 역을 주민.직원들과 함께 노력한 결과 전국적인 테마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사일로 리모델링 공사가 완료돼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면 한층 시너지를 내게 될 것이다”면서 “극락강역이 전국민의 관심속에 계속 사랑받는 테마역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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