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 되는 154㎞’ 리그 최고의 뱀직구가 돌아왔다… 업그레이드 완료, 항저우도 '청신호'

김태우 기자 2023. 7. 3.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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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영은 어깨 및 투구 동작에 손을 대면서 조금씩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곽혜미 기자
▲ 정우영은 제구를 잡으면서 구속을 향상시켜가는 긍정적인 과정 속에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정우영(24‧LG)은 강렬한 인상과 함께 KBO리그에 등장했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가 시속 150㎞를 넘나드는 강력한 공을 거침없이 뿌려대고 있었다. 사이드암 특유의 지저분한 공 끝에 구속까지 가미된 이 공이 리그를 대표하는 ‘뱀직구’로 등극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9년 신인상을 수상한 정우영은 LG 필승조 일원으로 건강하게 좋은 공을 지속적으로 뿌렸다. 2019년 16홀드를 시작으로 2020년 20홀드, 2021년 27홀드, 2022년에는 35홀드를 기록하며 개인 최다 기록을 매년 경신했다. 평균자책점도 2점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약점도 드러나고 있었다. 주자 견제에 문제가 있었고, 상대 팀들은 이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볼넷 개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었다.

정우영 스스로도 스트레스였다. 안타가 아닌 볼넷으로 주자가 나가 빠른 주자들은 장타 없이 2루까지 가는 경우가 많았다. 투구 폼도 바꿔보고, 주자 견제의 호흡도 달리 해봤지만 특별한 효과가 없었다. 살짝 바꾼 폼이 정작 투구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바꿨다가,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올 시즌에도 투구와 견제를 모두 잡기 위한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시즌 초반 구속이 떨어지고 성적이 떨어지며 우려를 모았지만 정우영은 묵묵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 결과 6월부터는 구속과 성적, 그리고 제구와 슬라이드 스탭까지 모두 잡아가며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정우영의 면모를 선보이고 있다.

정우영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39경기에서 4.24. 자신의 개인 통산(3.09)과 비교하면 만족스럽지 않지만 투구 폼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구속이 오른 6월 이후를 놓고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정우영은 최근 10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하며 제 궤도에 올랐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6월 22일부터는 7월 2일까지 치른 5경기에서는 5이닝을 던지며 단 4개의 안타만 맞았다. 이전에 정우영을 괴롭히던 볼넷은 하나도 없었고, 당연히 실점도 없었다.

구속도 올라오고 있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정우영은 5월 24일까지 경기 평균 구속이 시속 150㎞를 넘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5월 30일 롯데전에서 처음으로 평균 150㎞를 넘긴 이후, 6월부터는 꾸준하게 평균 150㎞ 이상을 기록 중이다. 이 정도 구속이라면 한창 좋을 때의 모습을 찾은 셈이 된다.

▲ 6월 들어 완전한 안정 궤도에 올라선 정우영 ⓒ연합뉴스
▲ 정우영 ⓒ곽혜미 기자

7월 1일 잠실 KIA전 평균 구속은 시즌 최고 수준인 152.1㎞, 연투를 한 2일 잠실 KIA전에서도 151.6㎞를 기록했다. 1일 최고 구속은 154㎞였고, 2일에는 모든 패스트볼이 150㎞를 넘겼다. 그것도 모두 제구가 잘 됐다. 정우영의 표정과 몸짓에서도 이제 자신감과 확신을 느낄 수 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도 기대할 수 있다.

염경엽 LG 감독도 정우영의 변화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며 구속과 제구, 그리고 주자 견제까지 세 가지를 모두 잡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염 감독은 1일 경기를 복기하면서 “어제 경기(1일)에서 얻은 것은 정우영이 날리는 공이 없었다는 것이다. 변화구도 스트라이크 비율이 높았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염 감독은 정우영의 왼쪽 어깨가 자꾸 들어가면서 기본기에 벗어나는 틀이 됐다고 진단한다. 투구시 왼 어깨가 들어간다는 것은 역시 더 강한 공을 던지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폼을 크게 바꾸지 않고 기본기를 장착하며 제구와 구속 모두를 잡고 있다. 염 감독은 “자기 스타일에서 왼쪽 어깨가 들어갔던 것들을 김경태 코치와 교정했다. 슬라이드 스탭 때문에 그랬는데 지금 1.40초 안에 들어온다. 스피드도 더 좋아지면서 제구력도 훨씬 좋아지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왼 어깨가 너무 많이 들어가면 몸이 풀려 나오는 동작에서 제구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릴리스포인트가 흔들릴 때 우타자 몸에 맞는 공이나 볼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정우영도 처음에는 확신을 가지지 못했지만, 달라진 폼에서도 구속이 나오니 믿음으로 이어진다. 9이닝당 볼넷 개수는 지난해 4.97개에서 올해 2.12개로 극적인 감소를 이뤄냈다. 염 감독은 “본인이 받아들였다”면서 선수의 열린 자세도 칭찬했다.

염 감독은 정우영의 가장 큰 스트레스였던 주자 견제도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염 감독은 “많이 개선됐다”고 했다. 1.40초면 아주 빠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진 축이다. 여기에 염 감독은 “박동원이 있다. 포수가 약하면 1.40초도 안 되지만, 박동원이 있으면 타이밍 싸움을 해주면 1.40초 안에만 들어와도 충분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리그 최고의 뱀직구가 업그레이드돼 돌아왔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청신호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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