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약·촌계 그리고 주민자치’ 주민자치의 역사적 전통과 현대적 계승

김동호 기자 2023. 7. 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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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한국학 세계학술대회 주민자치 기획세션 열려

[서울경제] 향약, 촌계가 오늘날 주민자치에 주는 시사점 그리고 주민자치의 직접민주주의 의미와 과제를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정치학회가 주관하는 2023 한국학 세계학술대회에서 한국주민자치학회의 기획세션 ‘주민자치의 역사적 전통과 현대적 계승 : 향약촌계 그리고 주민자치’가 6월 30일 열려 관심을 모았다.

주민자치 전통과 새마을운동 더해 새로운 주민자치 설계해야

연세대 백양누리 IBK홀에서 진행된 주민자치 기획세션은 전상직 한국주민자치학회장의 기조강연 ‘주민자치의 과거ㆍ현재ㆍ미래’로 포문을 열었다.

전상직 회장은 “행정안전부의 표준조례가 주민자치를 왜곡하여 주민자치회에 주민은 없고 위원만 있다. 회칙 제정권도 없고 회장 선출권도 없고 재정권도 없다. 심지어 주민자치회 설치, 운영을 외부단체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조선시대 수령향약과 양반향약이 합쳐진 것과 같은 형국”이라며 “읍면동은 주민자치 하기에 면적도 넓고 인구도 많다. 통리장을 주민들이 직접 뽑는 통리 주민자치회로 가야한다. 또 지역에 따라 주민자치회는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조선 때부터 내려오는 촌계, 주민자치의 전통과 토양 위에서 새마을운동까지 연구하면 매우 멋진 주민자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조선시대 향약 및 촌계 성격과 주민자치 시사점

본격적인 기획세션이 시작됐다. 이종수 연세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1섹션은 ‘조선시대 향약ㆍ촌계의 성격과 주민자치의 시사점’이라는 제목으로 박경하 중앙대 명예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박경하 교수는 촌계의 근대적 계승 사례로 칠곡의 관호동계를, 현대적 계승 사례로서 남원 입암향약과 장수 계남면 향약을 소개했다. 그는 또 워렌(Warren)의 지역사회 수행기능의 5가지 분석틀(경제활동, 사회화, 사회통제, 사회참여, 상호부조 기능)을 토대로 향약, 촌계를 분석해 주목을 끌었다.

박 교수는 “예의, 배려, 소통, 경제적 자립, 복지 등 협동정신과 규정을 바탕으로 전통시대에 상부상조하던 향약공동체 운영원리는 현대의 마을과 도시공동체에서의 주민자치에서 재조명하여 정책적 시사점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채원호 가톨릭대 교수는 “조선시대 향약이나 관련 제도 및 정책이 현대의 주민자치와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는지에 알 수 있어 주민자치에 주는 시사점이 크다. 특히 조선 건국 이후 지방정치, 즉 중앙집권적 관인지배체제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 지방통제와 지방자치가 착종하는 역사적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라고 평했다.

차인배 연세대 연구교수는 “19세기 동계 혹은 촌계의 조직과 실태, 그리고 운영 등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사례”라며 둑도동민폭행사건을 소개하고 이 조직의 성격과 함께 규약 내용 중 하나인 손도출동(損徒出洞)에 대해 언급했다.

배수호 성균관대 교수는 “주민자치에 관한 자료 및 정보수집,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관리와 학제 간 협업과 공동 연구의 필요성하다”라고 강조하며 “주민자치회 단위를 마을 단위, 지역공동체 수준으로 낮출 것”을 제안했다.

한국 주민자치의 직접민주주의 의미와 과제

2섹션은 최흥석 고려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조성호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국 주민자치의 직접민주주의 의미와 과제’ 발제를 맡았다.

조 연구위원은 “한국의 직접 민주주의는 주민투표, 소환, 발안, 주민총회, 주민자치회까지 외형적 틀은 다 갖췄다. 그런데 운영주체가 없다. 주민총회가 해야 한다. 미국 타운미팅, 스위스 게마인데, 영국 패리시에서는 모두 주민총회에서 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주민총회를 방해하고 있다. 주민총회에서 뽑는 사람이 주민대표가 되어야 하는데 이를 단체장이 임명하고 주민자치회를 허수아비로 만들어놓았다.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찬동 충남대 교수 이어진 토론에서 “주민총회는 결정권이 있는 입법조직이 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공론장, 회의체 정도로 만들어 놨다. 근린정부가 만들어져야 제대로 된 주민자치가 된다. 그러나 여전히 행정의 패러다임을 가지고 주민자치를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인호 조선대 교수는 “마을자치가 내실 있고 성숙해지려면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어메니티(amenity) 확보와 마을 주민들이 자치 공동체가 본인들과 지역의 삶을 윤택하게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제도적 기제라는 인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주민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는 “주민자치, 직접민주주의가 안 되는 이유를 찾기보다 더 나은 거버넌스를 마련하려는 제도적 혁신과 함께 주민의식을 제고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우리의 사회적 자본인 신뢰수준이 미흡하지만 보다 주민에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자치단위의 확산을 위한 노력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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