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지 않아도 위험한 '노인 탈수'…폭염엔 물 자주 마셔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전국적으로 한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건강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폭염에 가장 취약한 건 체온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노인들이다.
실제로 질병관리청 통계를 보면, 매년 온열질환자는 80대 이상 고령층에서 가장 많이 증가했다. 나이가 들수록 체온조절 기능과 온열질환을 인지하는 능력이 약해져 고체온증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수분 섭취량이 감소해 탈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심장질환이나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까지 갖고 있다면 폭염에 노출되는 것 자체만으로 치명적일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3일 "여름철 무더위로 인해 발생하는 노인 관련 문제 중에서 많은 원인은 탈수"라며 "고령의 노인은 의식하지 않은 사이 호흡과 땀을 통해 수분이 계속 배출되기 때문에 조금만 움직이거나 걸어도 탈수가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통 무더위 속에서 장시간 신체활동을 하면 열을 방출하기 위해 피부의 혈류 순환량과 발한량이 증가한다. 이런 이유로 체중의 4∼5% 정도 탈수가 일어나면 인체 기능은 물론 운동 능력도 현저히 저하된다.
체액이 체중의 1.9% 정도로 손실된 상태에서는 몸의 지구력도 10%가량 떨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혈장량이 줄고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져 심각한 열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탈수의 증상으로는 평소 해오던 일상의 움직임이 힘들어지거나 무력감이 느껴지는 게 대표적이다. 밥맛이 없어지는 것도 특징이다. 식욕이 저하되면 국이나 야채를 통한 염분과 수분 섭취가 어려워져 탈수를 촉진할 수 있다.
소변량도 현저히 줄어든다. 따라서 폭염에 평소보다 화장실을 가는 횟수가 줄었다면 탈수를 의심해볼 수 있다. 밤에 깊은 잠이 안 오고, 피곤이 쌓이면서 무력감은 더해지기도 한다.
탈수를 예방하려면 가까운 곳에 가더라도 물병을 늘 들고 다니며 수시로 충분히 수분 섭취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물은 갈증이 유발되기 전부터 조금씩, 자주 마셔야 한다. 폭염에 노출돼 목마르다고 느낄 때는 이미 온열질환이 시작된 상태일 수 있다.
폭염 때 야외 활동을 한다면 15~20분마다 한 컵 정도의 물이 적당하다. 이온 음료는 전해질이 적고 당분만 많이 섭취하게 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알코올이나 카페인은 탈수를 가속할 수 있어 멀리하는 것이 좋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 독거노인, 신체 허약자, 환자 등은 폭염 기간에 외출을 자제시키고 가족이나 이웃이 수시로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중요하다.
만약 야외활동을 하고 싶다면 하루 중 선선한 저녁이나 아침을 이용해 간단한 산책 정도는 할 수 있다. 다만, 체감 온도가 최고조에 달하는 정오부터 오후 5시까지는 야외 활동을 반드시 피하고, 비닐하우스 등에서 하는 작업은 삼가야 한다.
야외활동 때에는 반드시 챙이 넓은 모자를 착용하고 가벼운 옷을 입어 자외선을 차단하는 것이 좋다. 야외활동 중 현기증, 메스꺼움, 두통, 근육경련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면 바로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냉방이 되지 않는 실내에 머문다면 햇볕을 가리고 맞바람이 불도록 환기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선풍기는 더운 바람이 나오더라도 틀지 않는 것보다 트는 게 온열질환 예방에 낫다. 밀폐된 공간에서 그나마 기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심장병 환자들은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체내 혈액량이 감소하고 전해질 균형이 깨져 맥박수가 올라가거나 부정맥이 발생하는 등 심장병이 악화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아침이 낮보다 선선해서 나가기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심장병이 있다면 아침 역시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대희 교수는 "교감신경은 우리가 자는 동안 작용이 줄었다가, 잠에서 깨면 활성화되기 시작한다"면서 "아침은 심장에 가장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시간인 만큼 되도록 아침보다 저녁 시간을 이용해 야외활동을 하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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