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초점] 막장도 과유불급? 기 못 펴는 '아씨 두리안'

최보란 2023. 7. 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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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아씨두리안' [방송 화면 캡처]

'욕하면서 본다'는 것도 옛말일까. '막장 대모'로 불리는 임성한 작가(필명 피비, Phoebe)의 신작 '아씨 두리안'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영 시들하다.

지난 24일 방송을 시작한 TV조선 토일드라마 '아씨 두리안'(연출 신우철, 정여진)은 첫 회 4.16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으로 시작한 뒤, 시청자 초기 반응이 드러나는 2회째에 3.355%로 하락했다.

시청률은 3회 4%, 4회 4.6%를 타나 내며 2주 차에 상승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여전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아씨 두리안' 4회가 방송된 2일, KBS 2TV '진짜가 나타났다'는 21% JTBC '킹더랜드'는 12%, SBS '악귀'는 10%, tvN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5.6% 등을 기록했다.

'아씨 두리안'은 현재까지 임 작가의 전작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리즈의 최저 시청률인 4.9%도 넘지 못했다. 각 16부로 시즌3까지 방송된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방송 당시 TV조선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을 연이어 경신하며 화제를 모았다. 시즌2 최종회에서는 16.582%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

'아씨 두리안'은 그런 임 작가의 신작이자 첫 판타지 장르 도전으로 관심이 높았으나, 4회까지 반응으로는 시청자의 공감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고부간 동성애, 씨내리 등 파격적인 소재를 연이어 선보이고 있지만, 시청자 사이에서는 신선함보다는 거부감이 앞선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드라마는 조선시대 양반가의 시모와 며느리사이였던 두리안(박주미 분)과 김소저(이다연 분)가 현대로 타임슬립한 뒤 단씨 집안과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드라마는 재벌가 총수 백도이(최명길 분)와 그의 세 아들 단치강(전노민 분), 단치감(김민준 분), 단치정(지영산 분)의 이야기와 조선시대 두리안의 사연을 번갈아가며 펼치고 있다.

여기까지는 타임슬립을 다룬 드라마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아씨 두리안'은 극 초반 단치강의 아내 장세미(윤해영 분)가 가족들 앞에서 시어머니인 백도이를 향해 "어머님을 며느리로서가 아닌 여자로서 사랑한다"고 고백하는 장면으로 놀라움을 안겼다. 금기에 또 금기를 더한 파격으로 기선제압을 노린듯하지만 과한 설정이 되려 진입장벽을 높였다.

'아씨두리안' 하이라이트 영상 [TV조선 제공]
결혼 생활 25년 만에 시모에 대한 사랑을 고백한 장세미는 오히려 "내 마음을 이해받고 싶다"고 남편에게 호소하는가 하면 "당신이 나 아닌 우리 아빠 좋아한다면 난 받아들인다"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여 불륜을 너무 가볍게 다룬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4회 방송 말미 예고편에 술에 취해 잠든 백도이 옆에서 옷을 벗는 장세미와, 외박한 아내에 화를 내는 단치강의 모습이 등장해 일부 시청자의 반감을 사기도 했다.

임 작가는 그간 겹사돈(보고 또 보고)을 비롯해 친딸과 양아들을 결혼시키는(하늘이시여) 등 생소하고 복잡한 상황을 그리는가 하면, 극 중 인물이 귀신에 빙의되고 투시 능력을 발휘(신기생뎐)하거나 뇌사 후 AI가 되는(결혼작사 이혼작곡) 등 상식을 뛰어넘는 설정으로 매 작품 화제를 모았다. 이에 판타지 장르를 통해 임 작가 특유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이 어떤 식으로 발휘될지 궁금증을 자극하기도 했다.

그러나 백도이와 장세미의 관계를 빼놓고 보면, '아씨 두리안'에서 기존 타임슬립 드라마와 큰 차별화 요소는 눈에 띄지 않는다. 두리안이 과거에 인연을 맺은 인물들이 환생한 듯 그대로 닮은 현대의 인물들, 과거에 못다 한 인연을 현대로 와서 다시 풀어나가게 되는 이야기는 기시감이 강하다. TV에 나온 호랑이를 보고 놀라고, 변기물에 세수를 하는 등 현대 문물에 적응하면서 펼쳐지는 코믹 에피소드들도 어딘가 익숙하다.

이 때문인지 '아씨두리안'은 이제껏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자극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기를 펴지 못하는 모양새다. 다만 드라마는 아직 방송 초반. 시청자가 감당 불가한 무리수 설정만 남기고 끝날지, 아니면 황당하지만 유쾌한 스토리를 통해 이마저 임성한표 세계관 속에서 소화해 낼지 이후 전개를 주목해 본다.

YTN 최보란 (ran61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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