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비’ 마고 로비 내한 “어릴 때 바비인형과 놀지 않았지만…”

김은형 2023. 7. 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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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 마고 로비∙아메리카 페레라∙그레타 거윅 감독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영화 <바비>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배우와 감독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메리카 페레라, 마고 로비, 그레타 거윅 감독. 연합뉴스

“나는 어릴 때 주머니에 바비인형이 아니라 도마뱀을 넣고 진흙탕에서 뛰어 노는 아이였어요. 하지만 친구들은 모두 바비를 사랑했죠. 장난감 인형은 아이들이 자신을 반영하면서 세상에 대해 배우는 중요한 도구죠. 특히 70년 넘게 전세계 아이들이 놀아 온 바비인형에는 다양한 사회적 함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반짝반짝 비즈가 빛나는 핑크색 옷차림과 윤기 흐르는 금발, 터질듯한 미소를 장착하고 ‘바비 그 자체’로 등장한 마고 로비는 의외로 친구들과 달랐던 어린 시절을 이야기했다.

20일 개봉하는 <바비>의 주인공이자 제작자인 마고 로비와 동료 배우 아메리카 페레라, 감독 그레타 거윅이 내한해 3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제작발표 때부터 “현실로 뛰쳐나온 바비 인형”이라고 평가받은 마고 로비는 “인형은 성이 없지만 바비인형은 오랫동안 여성을 대표하는 것으로 비쳤다. 이 영화를 통해 바비인형이 대변하는 여성성과 그 변화에 대한 생각 거리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바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제작자인 마고 로비한테 대본과 연출 제안을 받아 함께 작업한 그레타 거윅은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여성 감독이다. <레이디버드> <작은 아씨들>등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넘나들면서 꾸준히 ‘여성성’이라는 주제에 천착해온 거윅 감독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캐릭터인 바비를 영화로 만드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했다. 바비는 시대를 앞서가기도 뒤처지기도 하면서 역사를 이어왔다. 그 다양한 면을 영화 속에 담는 건 설레는 작업이었지만 두려움도 컸다”고 연출 소감을 말했다.

거윅 감독은 “내 어린 시절 엄마는 바비인형을 좋아하지 않았다. 물론 나는 이웃 언니들한테 물려받은 바비인형을 열심히 가지고 놀았다(웃음). 어떤 시대나 어떤 이들에게는 바비가 보여줬던 전형적 이미지가 거부감을 주기도 했다. 그 전형성을 넘어서 바비를 성장하게 하고 비현실적인 바비랜드와 바비인형을 가지고 노는 현실의 세계를 연결키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간담회 전 공개한 30분짜리 푸티지 영상에는 아이들이 열광해 온 바비랜드의 사랑스러운 모습이 장난감 나라처럼 구현됐다. 장난감 인형집처럼 내부가 노출된 바비의 드림하우스와 사람의 손으로 움직이듯 계단 등을 밟지 않고 붕 날듯이 2층에서 내려오는 모습 등이 유머러스하게 연출됐다. 거윅 감독은 “어릴 때 내가 들어가고 싶었던 바로 그 세계인 바비랜드를 만드는 과정이 너무나 신났다”면서 “드림하우스의 천장 높이나 자동차 크기 등을 현실 세계보다 작은 비율로 조정해서 이게 장난감 세상임을 강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바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바비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수십년 동안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거나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였지만 영화 <바비>에서 구현한 건 1959년 바비인형이 처음 등장할 때의 모습, 잘록한 허리와 금발 머리, 발끝은 하이힐을 신기 위해 올려져 있는 모습이다. 마고 로비는 “정형화된 모습으로 정형화된 세계에서 살던 바비가 현실세계로 나가 리얼리티를 경험하면서 모든 게 완벽할 수 없다는 진실과 삶의 모순을 깨닫게 된다. 바비를 좋아하는 이들도, 싫어하는 이들도 영화를 보고 나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이날 함께 참석한 글로리아 역의 아메리카 페레라는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어글리 베티>의 주연 출신 배우다. 페레라는 “바비라는 소녀들의 장난감에 대해서 성인 여성들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게 좋았고, 재밌는 오락영화이면서 철학적 의미도 담아냈다. <바비>를 통해서 지금의 나 자신이 나의 최고 버전이라는 걸 여성 관객들이 공감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함께 내한 예정이었던 켄 역의 라이언 고슬링은 불참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쪽은 내한 직전 ‘부득이한 사정’으로 고슬링의 내한이 취소됐다고 밝혔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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