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일정 시작한 장미란 차관... 尹 “길에서 만나면 몰라보겠네”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으로 임명된 장미란 용인대 교수가 3일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첫 일정을 시작했다.
장 차관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했다. 그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청사를 둘러보고 회의장에 입장했다. 흰 블라우스에 어두운색 정장을 입은 장 차관의 옷차림은 깔끔했다. 왼쪽 가슴에는 무궁화꽃을 기본 도안으로 한 차관 배지를 달았다. 장 차관의 표정은 밝았다. 그는 자리에 앉은 뒤 국무회의 전자결재 시스템에 대해 안내받으면서도 연신 미소를 지었다.
장 차관은 이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장 차관 외에도 김완섭 기획재정부 2차관,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 등 신임 차관 13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윤 대통령은 장 차관에게 “길에서 만나면 몰라보겠네”라며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장 차관은 올림픽 여자 역도 최중량급(75㎏ 이상급)에서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을 모두 따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다른 입상자들이 대회 이후 추적 도핑 검사에 걸려 메달을 박탈당하는 와중에도 아무런 이상이 없어 ‘내추럴(natural)’이란 별칭도 얻었다.
국가대표 출신 스포츠인이 문체부 2차관에 선임된 건 2013년 ‘한국 사격의 전설’ 박종길, 2019년 ‘아시아의 인어’ 최윤희 이후 세 번째다. 1983년생인 장 차관은 만 39세로, 1977년 만 39세에 임명된 서석준 당시 경제기획원 차관 이후 46년 만에 30대 차관이 됐다.
장 차관 임명 소식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그의 자격을 두고 공세를 펼쳤다. 국민의힘은 “인신공격”이라며 차단에 나섰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 회의에서 “장 차관에 대한 야권 극렬 지지자들이 퍼부은 인신공격은 한마디로 수준 이하”라며 “‘역도선수가 뭘 아느냐’는 식의 질 낮은 폄훼 발언과 최윤희 전 차관 사례를 망각한 자기모순은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는 극단적 대결주의의 소산”이라고 했다. 이어 “탁월한 올림픽 업적과 학업적 전문성을 갖춘 스포츠 영웅을 진영논리에 따라서 욕보이는 병든 정치가 안타깝다”고 했다.
봅슬레이 국가대표팀 감독 출신 이용 의원은 페이스북에 “장 차관은 국가대표 은퇴 이후 체육 발전을 위해 누구보다 힘써왔다”며 스포츠 행정학 학위 취득과 대학체육회 선수위원 역임, 장미란재단 설립 등을 언급했다. 장 차관은 은퇴를 앞둔 2012년 장미란재단을 설립해 탈북 청소년과 학교 폭력 피해 학생, 지방 소외 지역 아이들과 함께하는 ‘장미 운동회’를 6년간 꾸준히 열었다.
체육계에서도 기대가 높다. 유승민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은 “눈에 띄는 정책을 발굴해 쇠퇴하는 엘리트 체육에 희망을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지도자들이 모인 국가대표지도자협의회와 한국체육지도자연맹 등은 3일 성명서를 내고 장 차관 취임에 환영과 지지를 보냈다. 단체는 공동성명서를 통해 “체육 현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장 교수의 차관 임명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며 “장 차관이 지금까지 체육 현장에서 보여준 정책에 대한 관심과 열정, 전문성은 앞으로 대한민국 체육 진흥에 큰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장 차관은 앞서 지난달 29일 문체부를 통해 “스포츠 현장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은 공정‧상식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이 스포츠와 관광 정책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체육인들의 복지를 면밀히 살피고 체육인들의 위상을 세우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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