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판도라의 노란봉투

재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을 골자로 한 노란봉투법을 '판도라의 상자법'이라 부른다. 노란봉투법이 인간세계에 질병과 증오·분노 등 온갖 재앙을 몰고 온 신화 속 판도라의 상자와 비슷할 수 있다는 우려다.

가장 큰 문제는 노란봉투법이 충분한 검토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노란봉투법은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표결에서 재석 184명 중 178표 찬성으로 부의됐다. 투표에는 야당 의원들만 참석했다. 이달 중이나 다음 달 열릴예정인 임시 국회에 상정돼 표결을 거치면 노란봉투법은 세상에 나오게 된다. 재계 관계자는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국회에 정말 수없이 설명했었다"고 토로했다.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노란봉투법을 판도라의 상자로 부르는 이유도 파급력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만난 재계 관계자들은 노란봉투법이 국가 경쟁력까지 저해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까지 노동 문제에 발목이 잡혀 국가 경제의 뿌리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란봉투법의 모호한 법적 기준이 가장 논란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노동조합(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이 제한되는데 명확하게 정해진 기준이 없어 사법부의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달 29일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큰 혼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노동자에게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기업에게 고용이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더욱 어려워 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초 제조기업 202개사를 대상으로 노란봉투법 도입에 따른 영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자리에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86.1%에 달했다.

판도라의 노란봉투가 열린 뒤에는 이미 늦는다. 법으로 명문화된 내용을 되돌리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건 더 어렵다. 보다 깊게 고민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때다. 후회하지 않을 기회는 남아 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