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中 왕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위해 민간교류 활성화 필요"
대만 관련 문제엔 "한중수교 때 약속 중요… 관계 후퇴 안 돼"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한중일 3국 간 관계 증진을 위한 민간 교류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왕 위원은 3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에서 열린 '2023 한중일 3국 협력국제포럼(IFTC)'을 계기로 강창희 전 국회의장, 우하이룽(吳海龍) 중국공공외교협회장 등과 만나 "(한중일) 3국은 지리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왕 위원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등 상황 때문에 정세가 복잡해졌다며 "과거 민간·기업·지방 등 간의 교류가 중국과 한국, 중국과 일본의 수교로 이어졌듯,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교류 증진이 중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민간·기업·지방·문화 등 분야에서 다자 교류를 증진해가면 한중일 3국 정상회의 개최와 양자관계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올 연말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를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왕 위원은 이날 면담에서 '역사를 거울로 삼아야 한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왕 위원은 이날 포럼 기조연설에서도 "중국은 역사를 거울로 삼아 팽창과 약탈에 반대하고, 개방과 독립·자주를 추구하고 있다"며 "냉전의식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재 '역사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한중일 3국 정상회의 및 외교장관회의 개최 등을 위한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고 거듭 밝혔다.
아울러 왕 위원은 한중일 3국이 "경제성장의 원동력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며 중국의 산업 고도화에 한일 양국이 동참하기 바란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왕 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한미일 3국 간 협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는 데 맞서 역내 주요국인 한중일 3국 간 교류 활성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초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의 이른바 '베팅' 발언으로 한중관계 경색 국면이 심화된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 당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 위원이 우리나라 등과의 '양자 관계 증진'을 얘기한 데는 중국 측 또한 한중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길 바라지 않는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단 해석도 나온다.
싱 대사는 지난달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발전' 기조를 겨냥,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것 같은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라고 말해 파장이 일었다.
다만 왕 위원은 이날 연설에서 대만 관련 문제에 대해선 "한중수교 당시의 약속 중요하다"며 "한중관계가 후퇴돼선 안 된다"고 밝혔다고 한다.
중국 당국은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원칙, 즉 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며 중국의 합법 정부 또한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란 대외기조에 따라 다른 나라가 대만 관련 문제를 언급하는 것 자체를 내정간섭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 1992년 한중 수교 당시 이 같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동의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미국 국빈 방문 전후로 진행한 외신 인터뷰에서 "대만해협의 긴장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에서 벌어진 것" "대만 문제는 북한 문제와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문제"라는 등의 발언을 하자, 중국 당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한 것으로 간주하고 격하게 반발했다.
외교가에선 이처럼 한중 간 경색 국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달 중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동남아시가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를 계기로 박진 외교부 장관과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 간의 한중외교장관회담이 열릴지 주목하고 있다.
한중일 협력사무국(TCS)과 중국공공외교협회, 칭다오시 정부가 공동 주최한 이날 '한중일 3국 협력국제포럼'엔 3국의 전·현직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 등이 참석,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한중일 협력 활성화: 소통, 연결, 공동체'를 주제로 의견을 나눴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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