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의 재앙···인간 신체 중 ‘이곳’ 더워지면 쪼그라든다
기후 따뜻해지자 10% 작아져
온난화 시대 현재 인류에도 경고등
인간의 뇌 크기가 과거 지구 기온이 급격히 상승했을 때 현격히 줄어들었다는 연구가 나왔다. 선사시대 인류의 두개골을 분석해 얻은 결과다. 20세기 들어 본격화한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현재 인류의 뇌에도 비슷한 일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호주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얼럿은 3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연사 박물관 소속의 인지과학자인 제프 모건 스티벨 박사팀이 국제학술지 ‘브레인, 비해이버 앤드 에볼루션’ 최신호에 온난화와 인간 뇌 크기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지난 5만년 동안 뇌 크기 변화가 지구의 온도와 어떤 연관성을 가졌는지 살펴봤다. 분석 대상이 된 건 아프리카에서 수집한 두개골 298개다. 분석 기간을 5만년으로 삼은 건 1만7000년 전에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것을 감안해서다. 1만7000년 전을 기준으로 지구 온도와 인간 뇌 크기의 전후 변화를 알아보려고 한 것이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주요 호수와 해안, 남극 대륙 등에서 퍼올린 퇴적물을 분석해 당시 지구에 어느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포함돼 있었는지 등을 파악했다. 이산화탄소는 지구를 데우는 대표적인 온실가스다.
분석 결과, 온난화와 인간의 뇌 사이에는 깊은 상관관계가 있었다. 빙하기가 끝난 1만7000년 전을 기준으로 추웠던 기간에 인간의 뇌는 평균 1420g이었는데, 따뜻했던 기간에는 1280g으로 감소했다. 중량에 비례해 뇌 크기도 줄었다. 뇌가 온난화 시대를 맞아 약 10% 쪼그라든 것이다.
다만 뇌 크기 감소는 온난화가 닥쳤다고 해서 즉각 나타나지는 않았다. 인류가 더운 기후에 적응해 진화하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연구팀은 이 기간이 대략 수천년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뇌는 열이 많이 발생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더운 기후에서는 크기를 줄이는 게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연구팀은 “뇌 크기 축소가 온난화로 인한 식량 생산 감소 같은 상황으로 생긴 간접적인 결과일 가능성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현재 인류가 직면한 온난화에도 시사점이 있다. 연구팀은 “현재 가속화하고 있는 온난화가 인간 뇌에 대한 ‘진화적인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현재 지구는 지난 12만5000년을 통틀어 가장 따뜻한 기후에 놓여 있다.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지구 온도는 1.1도나 올랐다. 세계 과학계에선 지구 환경에 결정적인 문제가 생길 마지노선인 ‘1.5도 상승’이 곧 닥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대로 온난화가 이어진다면 미래 인류에게 지속적인 ‘뇌 크기 축소’라는 재앙이 나타날 소지가 크다는 뜻이다. 이는 인간의 인지능력 저하와 밀접하게 연관된다. 연구팀은 “뇌 크기가 줄어든다면 우리의 생리 작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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