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증권사 간 짬짜미 채권형 랩·신탁 운용, 엄정 조치"

고객 계좌 간 수익률 돌려막기…연계·교체거래 등
"증권사 추가 검사할 것"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금융감독원이 채권형 랩·신탁 과정에서 위법사항이 발견된 증권사들을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일부 증권사들은 만기 미스매칭 방식으로 수익률을 경쟁적으로 제시하고, 고객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다른 계좌와 자산을 주고받는 연계·교체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은 3일 "올해 증권사 채권형 랩·신탁 업무 실태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한 결과 위법 사항이 발견됐다"며 "엄정 조치해 더 이상 잘못된 관행이 지속되지 않도록 시장질서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또 점검을 완료한 증권사 외에도 위법 개연성이 높은 증권사를 추가 선정해 업무 적정성을 점검하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하나·KB증권에 이어 교보증권, 유진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으로까지 검사를 확대한 바 있다.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형 랩·신탁 고객들의 대규모 환매 요청이 발생하자 일부 증권사들은 불법적 방식으로 고객 손실을 보전해준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 유치를 위해 실적 배당상품인 랩·신탁을 사실상 확정금리형 상품처럼 운영한 것이다. 고유자산 등을 활용해 손실을 보전하는 행위는 투자자 자기책임원칙의 근간을 훼손하는 행위로 간주된다.

수익률 보전 방식에는 크게 두가지 불법적 운용이 있었다. 우선 증권사 간 '짬짜미' 거래, 즉 2개 이상 증권사 고객 계좌 간 연계·교체거래로 수익률을 방어한 정황이 있다. 계약 만기가 도래한 A 고객 계좌에 편입된 기업어음(CP)을 다른 증권사의 B 고객 계좌로 매도하고, B고객 계좌 만기가 도래할 땐 또 다시 되사주는 방식으로 연계 거래를 한 것이다. 자전거래가 한 증권사 내 다른 고객 계좌들로 자산을 주고받는 방식인데, 자전거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연계거래를 진행했다.

CP와 채권 간 거래 등 다른 종목을 주고받으며 수익률을 보전하는 교체거래 정황도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체, 교체거래도 수익률을 보전하기 위해 자전거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목적, 수익률 보전을 위한 목적 등으로 이뤄지면 자본시장법 시행령 규정상 위법"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고객 계좌 간 연체·교체거래 등 방식만으로 수익률을 보장해줄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두번째 방식으로 고유자산을 활용하기도 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 중 일부 증권사는 증권사 고유 자산으로 자사 펀드에 가입, 자사 펀드로 고객 랩·신탁에 편입된 CP를 고가로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환매 대금을 마련해 지급했다. 대상 고객은 영세법인이 아닌 대기업 또는 기관투자자(연기금, 공제회 등)가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금감원은 법인 거액 자금 유치를 위해 만기 미스매칭 운용으로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제시해온 관행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만기 미스매칭 운용 방식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특히 일부 증권사들은 수익률 달성을 위해 만기가 1~3년 이상이거나 유동성이 매우 낮은 CP 등을 편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권형 랩·신탁의 계약 기간은 통상 3~6개월이며 단기 여유자금 운용 목적으로 가입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는 자본시장법령상 규제 회피 목적의 교체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이나 이상 거래 가격 통제를 하지 않았고, 고유 재산을 활용해 일부 고객에 대한 손실 보전 행위를 하는 등 준법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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