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꿈인 야구선수, 대신 이뤄 줄래?"…9살 꼬마 윤동희, 11년 만에 롯데에서 효자됐다
[스포티비뉴스=울산, 김민경 기자] "9살 때인가. 아빠가 같이 캐치볼을 하고 나서 '어릴 때 꿈이 야구선수였는데, 네가 아빠 꿈을 대신 이뤄 줬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버지가 농담처럼 던진 한마디는 9살 꼬마 윤동희(20, 롯데 자이언츠)의 인생을 바꿨다. 야구보다 축구가 더 좋았던 소년은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뤄보고 싶은 마음에 야구선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11년을 땀 흘려 지금은 롯데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를 누비고 있다. 야탑고를 졸업하고 2022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4순위로 지명돼 이제 프로 2년차다. 윤동희의 등번호 91번은 아버지를 따라 선택했다. 아버지가 사회인 야구팀에서 뛸 때 단 등번호가 91번이었다.
윤동희는 2일 울산문수야구장에서 진행한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아빠가 사회인 야구를 해서 어릴 때부터 야구장을 많이 다녔다. 그때는 사실 축구를 더 하고 싶었는데, 아빠랑 같이 캐치볼을 한 어느 날 아빠가 '어릴 때 꿈이 야구선수였는데, 네가 꿈을 대신 이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나가는 말일 수도 있는데, 어릴 때 그 기억이 크게 남았다. 야구도 축구만큼 재미있으니 그랬던 것 같다"며 "어릴 때는 등교해서 밤 11시~12시까지 운동만 하는 게 힘들기도 했고, 여느 중고등학생처럼 방황하기도 했다. 어릴 때는 평범하게 지내는 학생들이 부러웠지만, 그 시절이 있어 힘들어도 지금 프로선수가 돼서 야구를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윤동희는 단순히 아버지의 꿈만 이룬 게 아니다. 롯데에 없어선 안 될 선수로 차근차근 자리를 잡아 나가고 있다. 빼어난 타격 재능에 래리 서튼 롯데 감독도 감탄하는 일이 잦다. 윤동희는 지난 4월 23일 처음 1군의 부름을 받은 뒤 점점 존재감을 키워 나가고 있다. 49경기 타율 0.315(164타수 52안타), OPS 0.723, 2홈런, 19타점을 기록했다. 신인이었던 지난해 1군에서 고작 4경기를 뛰었던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폭풍 성장했다.
서튼 감독은 "윤동희는 손이 공 안으로 나오면서 스윙하는 선수다. 그 말은 스윙 궤적이 매우 짧다는 뜻이다. 자기 자리에서 손이 공까지 가는 궤적이 매우 짧은 선수다. 그게 하나의 장점이고, 공격 면에서 장점이 매우 많다. 신인급 선수인데도 성숙한 타격을 해주고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윤동희는 "어릴 때부터 타격에는 자신이 있는 편이었다. 공을 잘 맞히는 재주가 있었다. 어릴 때 야구를 막 배울 때는 헛스윙을 하는 사람도 많은데, 나는 그래도 잘 맞히는 편이었다"고 기억했다. 야구를 직접 하는 아버지의 눈에 아들의 그런 재능이 안 보였을 리 없다. 그래서 아들에게 못 이룬 꿈을 부탁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그 눈은 틀리지 않았다.
1군 한 타석이 간절했던 아들이 이제는 매일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윤동희는 "이렇게 빨리 1군에서 야구를 할 줄은 몰랐다. 작년에 4경기 뛰었는데, 올해 이렇게 1군에 있을 줄 알았겠나. 부모님께서 정말 좋아하신다"고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지금까지 야구를 해오면서 나 혼자 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부모님이 아니었다면 야구를 못 했을 것이고, 초중고교 야구부 감독님과 코치님들, 주변 친구들까지 나한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사람들이 있어 내가 지금 프로선수로 뛰는 것 같다. 혼자서 그 길을 왔다면 이미 그만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동희는 아버지를 '숨겨진 코치'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버지가 한국에서 나를 제일 오래 봤으니까. 내가 잘될 때나 안 될 때나 왜 그러는지를 너무 정확하게 알고 계신다. 그래서 숨겨진 코치 같다. 왜 안 되는 것 같은지 아버지에게 물어보면 '이것 때문에 안 되는 것 같은데 생각해 보라'고 한다. 그럼 보완도 하고,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했다.
윤동희의 아버지는 사회인 야구팀에서 유격수를 맡을 정도로 야구를 잘했다. 윤동희는 "아버지가 유격수라 나도 어릴 때 유격수를 했다. 아빠가 야구를 진짜 잘했다. 사회인 야구 시즌이 끝날 때면 타점상, 득점상 등 늘 상을 엄청 받아서 오신 기억이 난다"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했다.
야탑고 시절까지 내야수로 아버지의 뒤를 밟았던 윤동희는 2022년 롯데에 입단해 외야수로 전향했다. 타격 재능을 살리고, 당장 1군에서 뛸 수 있는 포지션까지 고려한 결정이었다. 윤동희는 전준호 코치에게 외야 수비의 기본기를 배우고, 나경민 코치와는 2군에서 수비 나머지 공부까지 하며 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윤동희는 "이제 외야수로 전향한 지 딱 1년이 됐다. 타구 판단은 여전히 어렵지만, 그래도 공을 잘 쫓아 다니는 것 같다. 전준호 코치님, 나경민 코치님 덕분에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 1군에서는 (안)권수 형이 워낙 수비를 잘해서 보고 많이 따라 했던 것도 도움이 됐다. 아직 갈 길은 멀다"고 덤덤하게 이야기했다.
올해 윤동희의 변하지 않는 목표는 시즌 끝까지 1군 무대에 남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페이스면 이 목표는 어렵지 않게 이룰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선수의 길로 이끈 아버지에게 한마디를 부탁하자 윤동희는 끝내 비밀로 남겨뒀다. 윤동희는 "바로 어제(1일)도 아버지와 통화해서 하고 싶은 말은 다 한 것 같다. 지금처럼 자주 연락하는 아들이 되겠다"고 답하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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