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레랑스’에 가려진 인종차별·빈곤… 터질게 터졌다

김현아 기자 2023. 7. 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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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경찰 총격에 숨진 알제리계 17세 소년 나엘의 사건에서 촉발된 폭력 시위가 2일로 닷새째 계속되며 프랑스 사회를 지탱해오던 '톨레랑스(관용)' 정신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마뉘엘 마크롱(사진) 프랑스 대통령이 시위가 발발한 220개 시 시장들과 회의를 소집한 가운데, 시위의 폭력성이 가라앉지 않자 피해자 나엘의 할머니가 "손자를 핑계 삼지 말라"며 폭동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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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5일째 폭력시위
경찰 총격에 소년사망으로 촉발
당국에 항의 폭력사태로 비화
마크롱, 220개 지역 시장 소집
여자축구선수 히잡착용 금지 등
‘다름’ 인정않는 인종분열 정책에
빈곤문제 겹쳐 사회적 혼란 가속
무장군인, 개선문 앞에서 순찰…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경찰 총격에 숨진 프랑스 알제리계 17세 소년 나엘의 사건 이후 폭력 시위가 격화하자 2일 파리 개선문 앞에서 무장한 군인들이 대테러 경비 계획 ‘비지피라트’에 따라 순찰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경찰 총격에 숨진 알제리계 17세 소년 나엘의 사건에서 촉발된 폭력 시위가 2일로 닷새째 계속되며 프랑스 사회를 지탱해오던 ‘톨레랑스(관용)’ 정신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톨레랑스에 가려진 채 곪을 대로 곪았던 인종차별·치안문제·빈곤 등 사회문제가 이번 사건으로 터진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사진) 프랑스 대통령이 시위가 발발한 220개 시 시장들과 회의를 소집한 가운데, 시위의 폭력성이 가라앉지 않자 피해자 나엘의 할머니가 “손자를 핑계 삼지 말라”며 폭동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프랑스24·BBC 등에 따르면 프랑스 내무부는 밤사이 719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1300여 명이 붙잡혔던 것에 비해 대폭 줄어든 수다. 하지만 폭력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는 양상이다. 시위대는 특히 거주하는 지역 학교나 다니던 직장에 불을 지르는 등 자신들의 지역 커뮤니티를 정면 공격하고 있다. 남부 라이레로즈시에서는 한 차량이 시장의 자택에까지 돌진했다. 정부는 전국에서 차량 577대, 건물 74채가 불에 탔으며 경찰 45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밝혔다. 마르세유에는 대테러 특수부대 지젠이 시위대 진압을 위해 출동하기도 했다. 시위가 애초 경찰의 총격에 사망한 나엘을 추모하고 사법 당국에 항의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변질하는 것이다. 자신을 카멜이라 소개한 한 남성은 “시위대는 자신의 공동체와 이웃을 파괴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폭력화는 톨레랑스에 가려진 고질적 인종차별에서 촉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여자 축구 선수의 히잡 착용을 금지한 프랑스 축구협회(FFF) 정책이 ‘문제없다’고 판단한 프랑스 최고행정법원 국참사원의 결정이 대표적이다. 다름을 인정하겠다는 톨레랑스 정신하에 이주민을 받아들였지만, 이후 인종적 분열을 조장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 검문 과정에서 경찰의 총에 사망한 13명 중 대다수가 흑인이나 아랍계 출신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민자들이 겪는 고질적 빈곤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마크롱 대통령은 일단 이날 고위급 위기회의에 이어 오는 4일 시위가 일어난 220개 시 수장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보겠단 계획이지만,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편 이날 나엘의 할머니 나디아는 프랑스 BFM TV와의 인터뷰에서 “학교에 피해를 주거나, 버스를 부수어선 안 된다”며 폭력 시위 중단을 요청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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