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채권 돌려막기' 사실로… 금감원 "잘못된 관행, 엄정 조치"

서진욱 기자 2023. 7. 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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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과 관련한 일부 증권사의 '채권 돌려막기' 의혹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에서 일부 증권사가 고객이 단기 여유자금 운용을 위해 가입한 채권형 랩·신탁을 거래량이 적은 장기 CP(기업어음) 등으로 편입 및 운용한 미스매칭 행태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일부 증권사의 채권 돌려막기 관행에 대해 투자자 자기책임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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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감독원.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과 관련한 일부 증권사의 '채권 돌려막기' 의혹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사실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점검 대상 증권사를 늘려 업계 전반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위법 사항에 대해선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3일 채권형 랩·신탁 불건전 영업관행 집중점검과 관련한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금감원은 올해 5월 초부터 하나증권과 KB증권에 대한 검사에 착수, 같은 달 말에는 검사 대상을 추가 선정한 바 있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에서 일부 증권사가 고객이 단기 여유자금 운용을 위해 가입한 채권형 랩·신탁을 거래량이 적은 장기 CP(기업어음) 등으로 편입 및 운용한 미스매칭 행태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금리상승으로 장기 CP 등에 편입한 고객자산의 평가손실이 누적됐고, 해당 자산을 다른 고객 계좌 또는 증권사 고유자산에 고가 매도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보전했다.

일부 증권사는 법인고객으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경쟁적으로 제시했다. 수익률 달성을 위해 만기가 장기(1~3년 이상)이거나 유동성이 매우 낮은 CP 등을 편입하는 상품을 설계 및 판매했다.

해당 자산을 지속적으로 보유하다가 계약만기 시점에 운용 중인 다른 계좌에 장부가로 매각하는 방식으로 환매자금을 마련했다. 지난해 9월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신청 사태 이후 시장 경색으로 고객들의 환매 요구 급증과 유동성 위기 확산으로 일부 증권사는 고객계좌 간 연계, 교체거래만으론 환매 시 수익률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이로 인해 고객 계좌뿐 아니라 증권사 고유자산도 활용해 수익률을 보장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해당 고객은 대기업 또는 기관투자자(연기금, 공제회 등)가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 중 수조원 규모 채권형 랩·신탁 환매대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증권사 고유자산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평가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일부 증권사의 채권 돌려막기 관행에 대해 투자자 자기책임원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증권사가 실적배당상품인 채권형 랩·신탁을 사실상 확정금리형 상품처럼 운영했고, 법인 고액투자자 역시 시장 상황에 따른 투자손실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관행이 형성됐다고 봤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기불일치 운용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채권형 랩·신탁 영업에 대한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에서 드러난 위법 사항에 대해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점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처벌 수위를 결정하진 않았다. 점검 완료 증권사 외에도 위법 개연성이 높은 증권사를 추가 선정해 업무 적정성을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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