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더우면 어쩌나"…녹아내릴 듯한 폭염에 전국이 숨 턱턱
(전국=연합뉴스) "아직 7월 초인데 벌써 이렇게 더워서 어떡하나. 올여름은 작년보다 더 덥다는데…"
3일 청주 중앙공원에서 만난 60대 주민 장모 씨는 정자에 앉아 연신 부채질하며 더위를 식혔다.
약 1km 떨어진 재래시장을 방문하기 위해 집을 나선 그는 덥고 습한 날씨에 몇걸음 가지 못하고 그늘에 몸을 피했다.
장씨는 "걸어서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라 부담 없이 나왔는데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어 잠시 숨을 돌리고 있다"며 "앞으로는 버스를 타거나 집 바로 앞 마트를 이용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낮 최고 기온이 최고 35도까지 올라가는 등 전국이 때 이른 폭염에 벌써 지친 모습이다.
기상 당국에 따르면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동해상 고기압 가장자리를 타고 유입돼 전국 대부분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날이 습해 체감온도는 더 높을 수밖에 없다.
무더운 날씨로 인해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주의보가 내려졌으며 경북 칠곡군, 경남 김해시, 대구, 경기도 이천시 등 10곳은 폭염경보가 발효돼 있다.
출근길에 나선 직장인들은 뙤약볕에 흐르는 땀을 닦으면서 걸음을 재촉했다.
직장인 신모(36) 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주차가 어려운 것을 알면서도 도보로 10분 거리의 치과 병원에 차를 끌고 왔다"며 "걸어서 갔다가는 몸이 녹아내려 버릴 것만 같은 더위라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했다.
직장인 정문성(27) 씨는 "역까지 5분 정도 걸어가는데 등이 금세 다 젖었다"며 "오늘 점심은 날씨 때문에 어디 나가서 못 먹을 거 같아서 직장 동료들과 구내식당을 이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청 옆 대형 아파트 공사장 작업자들은 대형 선풍기 바람을 맞거나 물을 마시며 연신 땀을 닦아냈다.
경기 의정부시 일대 재건축 아파트 공사 현장과 지하철 연장 공사 등 건설 현장 곳곳은 폭염으로 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무더위에 취약한 오리와 닭을 키우는 농가는 폭염에 의한 집단폐사를 우려하며 마음을 졸이고 있다.
축산농가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쉴 새 없이 안개 분무기나 스프링클러를 작동시키고, 천장에 구멍을 뚫는 온도 저감 시설을 설치하는 등 더위를 이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리 농장을 운영하는 한 농장주는 "폭염특보가 내려질 때마다 잠을 이루지 못한다"며 "벌써 이렇게 더우면 올여름을 어떻게 나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평택의 육계 농장에서는 닭 2천750마리가 폐사하기도 했다.
찜통더위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의료기관에 접수된 온열질환자는 245명이다.
경기도가 64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26명), 경북(21명), 경남(19명), 전북(18명), 충남 (16명) 등이 뒤를 이었다.
전날 광주에선 자전거를 타고 있던 60대 남성이, 전북 완주에선 5시간가량 테니스를 치던 30대 남성이 팔다리, 복부 경련 등 온열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무더운 날씨에 밭일하던 경찰관이 돌연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전날 오후 3시 26분께 보성군 조성면 밭에서 50대 경찰관 A씨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다만 A씨는 과거 중증 질환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당국은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다.
각 지자체는 낮 시간대 바깥 활동과 작업, 운동 등의 자제를 당부하면서 대책 마련에 애쓰고 있다.
전북도는 폭염에 대비해 노인복지관 냉난방비를 지원하고 독거노인,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등 폭염 취약계층을 상대로 방문 건강관리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인천시는 올해 그늘막 등 폭염 저감 시설 2천185개를 운영하고, 경로당과 행정복지센터 등을 활용해 무더위 쉼터 1천324곳을 운영할 방침이다.
울산시교육청은 9월 30일까지 6개 부서로 구성된 폭염 대비 전담반을 운영하고, 전 학교와 기관에 냉방시설 점검 등 폭염 대비 예방 활동을 시행하도록 했다.
4일과 5일 오전까지는 전국적으로 다시 장맛비가 내려 더위는 한풀 꺾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가 그친 뒤 5일 오후부터 다시 기온이 상승해 폭염특보가 내려질 정도의 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지혜 천정인 임채두 박세진 김상연 김동민 박영서 김솔 장지현 심민규 김재홍 천경환 기자)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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