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랭킹 14위→35위' 김연경 떠난지 2년, 韓 여자배구는 세계 레벨에 여전히 모자랐다 [VNL 결산]
한국은 지난 2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위치한 서수원칠보체육관에서 열린 2023 VNL 3주 차 마지막 경기에서 폴란드에 세트 스코어 0-3(23-25, 18-25, 16-25)으로 패하며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안방에서도 승점 1점을 추가하지 못하면서 한국은 16개 팀 중 꼴찌, 2018년 출범한 VNL 사상 초유의 두 대회 연속 '승점 0'이라는 굴욕의 역사를 썼다. 지난해 대회에서 VNL 최초로 승점을 한 점도 얻지 못한 팀(종전 기록은 2018년 아르헨티나의 1승 14패·승점 3)이라는 불명예를 썼던 한국은 흑역사를 되풀이했다. 2021년 세자르 감독이 이끈 뒤로는 VNL 24연패, VNL 대회만 따지면 2021년 대회 3연패부터 시작해 27연패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2경기에서 3세트(지난달 18일 2주 차 독일전, 지난달 27일 3주 차 불가리아전, 이달 1일 중국전)를 따내는 데 그쳤다. 2년 전 김연경의 은퇴 직후 세계랭킹 14위였던 한국은 이번 대회를 24위로 시작해 35위로 마감했다.
지난 대회 12경기 전패로 마무리한 세자르호는 이번 VNL에서 3승을 목표로 했다. 4월 24일 충청북도 진천군에 위치한 진천선수촌에 입촌했고, 그들의 곁에는 김연경 어드바이저가 있었다. 김연경은 5월 22일 출국 전까지 세자르 감독이 부재한 동안 외국인 코치와 선수단 사이 가교 역할을 수행했고 VNL 1주 차 경기가 열리는 튀르키예로 함께 떠났다.
1주 차부터 세계의 벽을 실감했다. 튀르키예-캐나다-미국-태국을 차례로 상대하면서 한 세트 획득은커녕 20점 내기도 버거웠다. 태국을 상대로만 20점을 두 차례 냈을 뿐 다른 세 경기에서는 9세트 중 2세트만 20점을 넘겼다. 4경기 블로킹 득점 15대44에서 드러나듯 높이가 문제인 듯 보지만, 비슷한 조건의 태국을 상대로도 5대13으로 크게 밀렸다.
경기도 수원에서 열린 대회 3주 차는 2019년 충청남도 보령 대회 이후 4년 만에 국내에서 개최된 VNL이었다. 최근 상승세인 여자배구 인기를 반영하듯 대회 도중 장마와 주중 경기라는 악재에도 한국의 4경기에는 평균 2893명의 관중이 찾았다. 한국배구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6월 27일 불가리아전 2050명, 6월 29일 도미니카 공화국전 2890명, 7월 1일 중국전 3320명, 7월 2일 폴란드전 3315명의 관중들이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응원했다.
불가리아와 첫 경기서는 2주 차에 부상으로 빠졌다 복귀한 세터 김다인의 존재감이 돋보였다. 김다인은 3차례 서브 에이스를 작렬하며 한국의 6연속 득점을 이끌며 3세트 승리의 주역이 됐다. 그뿐 아니라 리시브가 불안정한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오버 토스를 올려 공격수들의 공중전을 지원했다.
도미니카 공화국과 두 번째 경기에서도 셧아웃 완패했지만, 세자르 감독은 "이제껏 치른 VNL 경기 중 가장 좋은 리시브 성공률을 보였다"고 칭찬했다. 그 성과가 세 번째 경기인 중국전에서 드러났다. 1세트 이후 수비가 살아나면서 21-25로 2세트 접전을 만들더니 3세트에는 김다은(6점)과 강소휘(4점) 포함 공격진 모두가 고루 득점을 올리면서 25-21로 따냈다. 이번 대회 가장 인상적인 경기력이었다.
1위 팀이자 스테파노 라바리니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이 맡은 폴란드를 상대로는 세자르 감독이 강조했던 서브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1세트에서 김다은과 강소휘가 5개의 서브 에이스를 합작하며 한때 18-13으로 앞섰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한 번 흔들리면 대량 실점하는 문제점도 고스란히 보여줬다. 중국전 4세트 10연속 실점으로 패한 데 이어 폴란드와 1세트에서도 7연속 실점으로 다 잡은 세트를 놓쳤다.
아웃사이드히터 강소휘는 이번 대회에서 다시 한 번 한국 여자국가대표팀 차세대 에이스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팀 내 최다인 서브 득점 12점을 포함해 83점(팀 내 공동 1위)을 올리면서 스코어러로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또한 65번의 디그(성공률 64.36%), 36번의 리시브(성공률 16.59%) 등으로 리베로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에서 가장 뛰어난 수비를 보여주면서 그야말로 팀의 공·수 핵심이었다.
주전들의 부상으로 아포짓 스파이커 문정원을 리베로로 변신시킨 세자르 감독의 결정은 성공이었다. 평소 소속팀 한국도로공사에서도 수비가 돋보였던 문정원은 이번 대회 리시브 성공률 27.04%, 디그 성공률 54.25%로 갑작스러운 포지션 전환에도 준수한 성적을 냈다. 세계 수준의 공격수들을 상대로 한 디그 115회(대회 공동 11위)에서 그의 헌신을 엿볼 수 있었다.
3주 차부터 주전 세터-아포짓 스파이커로 본격적으로 활약한 김다인-김다은 콤비 발굴은 큰 수확이었다. 김다은은 적은 기회에도 강소휘와 같은 83점을 몰아치며 팀 내 득점 1위에 올랐고 서브 에이스 6개로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수를 기록했다. 김다인 역시 정확하고 높은 토스로 공격수들을 다양한 루트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며 세자르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대회를 마친 후 세자르 감독은 "3주 차는 김다인이 주전으로 들어온 첫 주차다. 세터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생각하는 나로서는 김다인이 선수들과 좋은 호흡을 보여준 것이 긍정적이었다"면서 "김다은을 처음 확인한 것이 지난해 KOVO컵이었다. 그때도 외국인 선수 없이 아포짓 스파이커로 좋은 경기력을 보여줘 인상적이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도 많이 성장한 것이 보여 기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12경기 전패·승점 0이라는 결과가 없어지진 않는다. 더욱이 한국 여자배구는 9월부터 세계선수권 대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4 파리올림픽 예선 등 중요 경기를 차례로 앞두고 있다. 개선해야 할 점이 더 많다. 리시브를 비롯한 수비에서 문제점이 부각됐다. 매번 올라오는 공이 불안정하다 보니 토스도 불안정한 빈도가 늘었고, 공격하지 못한 채 상대 진영에 공을 넘겨주는 일도 잦았다. 자연스레 공격 성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세자르 감독은 "공격이 없으면 승리도 없다. 공격 성공률을 40% 이상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하면서 "공격성공률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폴란드 같은 강팀은 아니더라도 다른 팀 상대로는 50%를 유지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공격 콤비네이션을 생각하고 리시브와 수비 시 첫 터치 성공률을 끌어 올리려 한다"고 당면 과제를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어린 선수들이 (국제 수준의 환경에) 익숙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8월 재소집 이후에는 좀 더 익숙해져 우리의 레벨과 우리의 배구를 더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계속 지다 보면 동기를 잃어버릴 법도 한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아줘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진심을 전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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