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선발과 재정 자율이 대학 정상화 핵심

2023. 7. 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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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할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환영할 만하지만, 교육부의 이번 조치는 뿌리와 기둥은 남겨둔 가지치기 대학 자율에 불과하다.

자율적 선발 방식이면 그게 뭐든 대학이 교육부의 가이드라인 없이 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과 같은 어정쩡한 '자율 확대'만으로는 모든 대학은 여전히 교육부 산하기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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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 부산교대 교수·교육학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할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71년 된 낡은 규제 조치가 과감하게 폐지되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학의 학부와 학과의 벽을 허물고 학생의 전공 선택 폭을 넓혀준다는 게 골자다. 또, 의대 6년 교육과정을 의대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며 산학 연계를 보다 긴밀하게 하고 온라인 학위 과정의 개설과 운영도 자율에 맡기고, 교수의 강의 부담을 유연하게 운영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환영할 만하지만, 교육부의 이번 조치는 뿌리와 기둥은 남겨둔 가지치기 대학 자율에 불과하다. 핵심인 학생 선발과 재정 문제가 빠졌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여전히 수능과 내신 비율로 대학을 통제하고 수능시험이라는 일원화된 고삐로 수험생을 재단한다. 수능시험은 가장 전형적인 교육의 국가 독점이다. 학생 입장에서 수능을 거치지 않고 대학 진학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삼성·현대차·SK 등 대기업에 입사하려면 9급 공무원시험을 반드시 거치게 하는 전체주의적 발상과 유사하다.

이러한 국가 독점을 철폐하려면 수능시험을 폐지하고 다양한 평가 전형을 민간 기관에서 주관토록 해야 한다. 공신력 있는 민간 기관들이 적어도 3∼5개의 다른 유형의 전형을 마련하고, 학생이 원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한다. 이에 맞춰 대학은 다양한 방식으로 신입생을 뽑을 수 있다. 필요하면 대학에 한두 과목 본고사 전형 병행도 허용한다. 이에 대해 ‘본고사 부활’이라며 사교육비를 부추긴다고 비판할지 모른다. 사교육비는 본고사가 없는 지금도 성행하므로 본고사와 무관하다. 자율적 선발 방식이면 그게 뭐든 대학이 교육부의 가이드라인 없이 정할 수 있어야 한다.

온전한 대학 자율을 위해선 등록금을 현실화해야 한다. 막무가내로 통제할 게 아니라, 고가의 등록금이라도 대학이 이에 상응하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하고 일정 수익 사업도 허용해야 한다. 그리고 등록금이 오를지라도 재능과 잠재력이 뛰어난 저소득층 학생에게 생활비를 포함한 상당한 장학금을 주도록 하는 원칙은 지키도록 한다. 교육대학 70% 이상의 재학생이 모두 ‘적당한’ 액수의 장학금을 받는 현행 방식은 폐지해야 한다. 장학금 지급은 성적이 월등히 뛰어나거나 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만 집중돼야 한다. 하지만 선정된 저소득층 학생들도 진급하면서 학업이 뒤지면 혜택을 주지 말아야 한다.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에 순응하는 대학에 지급하는 보조금은 폐지해야 한다. 대학이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성과를 내도록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반대로 부실한 성과를 내는 대학을 보조금으로 ‘구제’해선 안 된다. 뒤지는 사립대학은 법을 개정해 퇴로를 열어 주고 국립대학은 과감히 구조조정해야 한다. 아울러, 무늬만 성과급인 교수 연봉제를 국제 기준에 맞는 업적에 따라 차등화해야 한다. 현행 성과연봉 기준도 엉성하지만, 인기몰이 강의가 영향을 주는 성과 평가 방식도 바꿔야 한다.

이번과 같은 어정쩡한 ‘자율 확대’만으로는 모든 대학은 여전히 교육부 산하기관에 불과하다. 국제 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려면 대학 자율은 일차적으로 독자적 학생 선발 보장과 자율적 재정 운영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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