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이 바뀌었다…느긋한 시공사·조급한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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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반적으로 재건축, 재개발 사업에서 일감을 주는 조합은 '갑'으로, 일감을 받으려는 건설사는 '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갑을 관계가 조금씩 뒤바뀌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사원가가 크게 뛴 탓인데요.
어떤 사정인지 박채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재개발 사업을 위한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도 성남시 산성구역입니다.
재개발 조합은 대우건설, GS건설, 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자 지난 4월 시공사와의 계약 해지를 추진했습니다.
시공사 변경을 위해 다른 건설사를 접촉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습니다.
지난달에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8곳의 건설사가 방문했지만, 정작 입찰에 응한 건설사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공사가 더 늦어질까 우려한 조합은, 기존 시공단을 다시 찾았습니다.
결국 조합은 기존 시공사가 제시한 평당 공사비 인상안을 수용하기로 했습니다.
최초 공사비 보다 50%가량 인상되는 겁니다.
[산성구역 주택 재개발정비사업 조합원 : 좋은 아파트 하나 들어가고 싶어서 다 이렇게 하고 있는 건데 여기 조합원분들도 기존 시공단으로 빨리 진행됐으면 좋겠다는 입장이거든요.]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사비를 올려주게 됐지만, 조합원마다 생각이 달라 향후 갈등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시공사가 일부 건축 자재 가격을 공사비 인상에 포함시키지 않아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습니다.
[서진형 / 경인여대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 : 건설사 입장에서는 원자재의 가격이 워낙 불확실하기 때문에 (모든 건축 자재 가격을) 포함해서 확정 공사비로 계약하게 되면 나중에 비용들이 (예상치 못하게) 많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원자잿값 인상과 주택 시장 불황이 겹치자 건설사들이 일부 노른자땅을 제외하곤 무리한 수주에 나서지 않으면서 조합과 시공사의 역학관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SBS Biz 박채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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