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집에 불 지른 시위대…‘나엘’ 유족 “폭동 대신 걷자”
[프랑스 시위]
프랑스에서 17살 알제리계 소년이 경찰에 희생된 뒤 엿새째 대규모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프랑스 파리 외곽 도시 라이레로즈 시장의 자택도 습격당했다. 소년의 유족들은 “폭력 시위를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2일 <아에프페>(AFP) 통신에 따르면, 이날 새벽 시위대는 파리 남쪽에 위치한 도시 라이레로즈 시장 빈센트 장브런의 자택을 습격했다. 중도 우파 성향 공화당 소속 39살 시장인 장브런이 시청에서 업무를 보는 사이, 시위대가 시장의 자택에 차를 타고 돌진하며 불을 지른 것이다.
5살, 7살 아이들을 데리고 뒷마당으로 달아나던 시장의 아내가 다리에 부상을 입고 3개월 치료를 요하는 수술을 받았다. 장브런 시장은 성명을 내어 “(시위대가) 집에 불을 내서 위층에서 자고 있던 가족들을 죽이려다가 차에 불이 붙었다. 어젯밤 공포와 불명예가 극에 달했다”고 밝혔다.
지역 검찰은 아직 용의자가 잡히지 않았고 곧 살인미수 혐의로 수사가 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지역 시청도 지난달 27일 시위 발발 이후 습격의 표적이 된 뒤 바리케이드가 처졌다.
지난달 27일 교통 검문 중 경찰이 쏜 총에 사살된 17살 소년 나엘의 유족들은 평화 시위를 원한다고 말했다. 라엘 유족 중 한 명은 낭테르 자택에서 영국 방송 <비비시>(BBC)와 이름을 밝히지 않는 조건으로 인터뷰를 하고 “우리는 증오나 폭동을 부추긴 적이 없다. 이 모든 것은 나엘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 미디어, 폭동…우리는 모든 것이 진정되기를 바란다”며 계속되는 혼란으로 인해 가족이 함께 앉아 나엘을 추모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들이 함께 나엘을 추모하며 거리를 걷자고 제안했다. 같은 날 나엘의 할머니 나디아도 프랑스 방송에 나와 “학교를 파괴하지 말고 버스를 파괴하지 말아달라”며 폭력 행위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나엘의 유족은 <비비시>에 경찰의 과도한 총기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찰 무기 규제와 더 나은 훈련을 원한다. 교통검문 시 정지를 거부할 경우 경찰이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한 법을 당장 재검토해야 한다”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2017년 프랑스 형법은 경찰이 강력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힌 뒤 경찰의 총기 사용을 더 폭넓게 허용하는 방향으로 개정됐다. 법률 개정으로 인해 경찰의 교통 단속 과정 총격 사건이 증가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교통 단속으로 13명이 사망한 데 이어 올해도 지금까지 3명이 경찰의 교통 단속 중 사망했다. 희생자 대부분은 흑인이거나 아랍 출신으로 알려졌다.
나엘 유족의 이웃인 아나이스도 <비비시>에 프랑스 교외에서 젊은 흑인이라는 것은 매일 인종 차별과 폭력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아나이스는 “경찰은 모욕하고 또 모욕하며 제대로 말을 걸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 죽이기까지 한다”면서 “나엘의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일 이후 시위는 잦아들고 있다. 프랑스 내무부는 2일 전국에서 49명을 체포했다며 1일 719명, 30일 1300여명에 견줘 시위 규모가 줄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7일 이후 지금껏 3000명 이상 체포된 상태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는 시장 자택까지 습격당한 뒤 이번 시위에 대한 대응에 고민이 커졌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일 밤 특별 안보 회의를 열었으며 3일 양원 의장들과 만나고 4일 시위의 영향을 받은 전국 220개 도시 시장들과도 만날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시위를 초래한 원인에 대해 상세하고 장기적인 평가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에이피> 통신은 전했다.
프랑스 주요 도시 외곽의 저소득층이 모여사는 이민자들이 오랫동안 제기해온 경찰의 폭력과 조직적 인종차별에 대한 불만을 오랫 동안 당국이 묵살한 결과 이번 시위가 촉발된 것이라고 통신은 짚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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