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물결' 스페인…횡재세 도입 1년만에 '전면개편' 목소리

장서우 2023. 7. 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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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대표, FT 인터뷰서 "잘못 설계돼" 지적
재정위기 문제, 이달 말 총선서 최대 화두 될 듯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스페인 제1야당인 중도우파 성향의 국민당(PP) 총리 후보가 오는 23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횡재세 전면 개편을 공약했다. 집권당인 사회노동당(PSOE·사회당)은 지난해 7월부터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초과 이익을 거둔 기업들을 대상으로 추가 과세를 단행해 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113%로 치솟는 등 재정 건전성이 크게 악화하자 스페인에선 보수 성향 정당들이 세력을 키워 가고 있다. PP는 지난 5월 지방선거에서 극우 야당 복스(Vox)와 연합을 꾸려 여당을 꺾고 압승을 거뒀다.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주 PP 대표(사진)는 3일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횡재세 징수 구조가 “잘못 설계됐으며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의 수익이 아니라 매출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과세 구조가 매우 “이례적”이어서 법적 구멍이 많다는 지적이다. 페이주 대표는 “법적 측면에서 빈틈없는 구조를 만들어 소송 가능성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현재의 모델은 올바르지 않다. 법적 위험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PSOE를 이끌고 있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반사이익을 누린 기업들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도입했다. 추가로 걷힌 세금은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위기를 겪고 있는 서민들을 돕는 데 사용하겠다는 취지였다. 현재 스페인에서 부과되고 있는 횡재세의 규모는 30억유로(약 4조3000억원)가량이다.

산탄데르 등 은행과 이베르드롤라 등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일제히 횡재세에 반대해 온 만큼 기업친화적 방향으로 정책 수정을 예고한 셈이다.

다만 스페인 정부가 심각한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현재 스페인의 국가 채무는 GDP 대비 113% 수준으로 불어난 상태다. 지난해에는 GDP의 4.8% 규모 재정 적자를 봤다.

페이주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횡재세 부과 대상이 됐던 기업들에 재정 위기 해결을 위한 “연대”를 요청하겠다고 했다. 그는 “나랏빚과 재정 적자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은행과 에너지 기업들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정 위기는 올해 스페인 총선의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시행이 중단됐던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의 ‘안정‧성장 협약’(SGP)이 내년부터 재개를 앞두고 있어서다. SGP는 회원국의 부채 수준을 GDP 대비 60% 이하로 유지하고, 재정 적자는 3% 초과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EU의 자체 재정 준칙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정부 지출이 급증한 것이 주요인으로 거론되지만, 야당은 집권당이 공공 부문 일자리를 지나치게 늘린 결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스페인 GDP는 0.5% 늘어나며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국가들 대비 저조한 성적을 보였다. 페이주 대표는 “스페인은 유럽연합(EU) 국가들 중에서도 가장 늦게 팬데믹 이전의 경제 수준으로 돌아간 나라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페이주 대표는 “스페인을 EU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 중 하나로 만들어 공공 일자리 삭감 없이도 세수를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정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위적인 증세 정책이 아니라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워 자연스럽게 세수 규모를 늘리겠다는 얘기다. 또 현재 2090만명 수준인 고용 규모를 2200만명까지 확대하고, 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세금 감면 혜택 등을 제공해 외국인 투자 유치를 촉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스페인을 재생가능에너지의 성지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횡재세뿐 아니라 소득세도 수술대에 올리는 것을 목표로 뒀다. 연 소득이 4만유로(약 5740만원)에 못 미치는 이들에 적용되는 세율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페이주 대표는 이 같은 감세 계획이 “경제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했다.

총선이 2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PP는 여론조사에서 PSOE를 앞서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지 여론조사기관 시그마도스가 지난달 26~30일 실시한 조사에서 PP는 140~143개, PSOE는 102~105개의 하원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관측됐다. 하원 전체 의석 규모는 350석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PP와 Vox 연합이 우위를 점하자 산체스 총리는 연말로 예정돼 있던 총선을 앞당겼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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