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전시 10만·20만 시대 누가 관람했나

2023. 7. 3. 11:1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리움 관람객 자료 분석
현대미술 2040·고미술 4050 주로 찾아
마우리치오 카텔란展 남녀비율 20대80
백자전 관람객 중 리움 N차방문 60%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의 누적 관람객이 2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4월 20일 개막후 두 달 여 만의 일이다. 그런가하면 최근 전시가 종료된 리움의 ‘조선의 백자:군자지향’전은 고미술 전시임에도 10만명이 찾았다. 오는 7월 16일 종료하는 리움의 ‘WE:마우리치오 카텔란’은 22만명(6월 28일 현재)이 관람했다. 미술관측은 종료일까지 24만명 가량이 관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술전시 관람객 10만명, 20만명 시대다. 헤럴드경제가 서울시립미술관과 리움미술관의 관람객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남성보다는 여성 관람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연령대로는 현대미술은 20대~40대가, 고미술전시는 이보다는 나이대가 높은 40대와 50대가 주로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시별로 살펴보면 미국 사실주의 화가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에드워드 호퍼는 여성 예매자가 79.7%, 남성은 20.3%를 차지했다. 30대 관람자가 31.4%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뒤이어 40대가 25.5%를 기록했다. 서울시립미술관측은 “2019년 크게 흥행했던 ‘데이비드 호크니’전과 비교했을 때, 동일 기간 대비 2만명 넘게 많이 관람했다”고 밝혔다. 종료기간까지 약 50여일이 남아, 30만명 넘게 찾았던 호크니전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대 현대미술작가 중 ‘악동’으로 꼽히는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는 남녀 비율이 20대 80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인끼리 데이트 코스로 찾는 경우도 많지만, 여성 단체관람의 비율도 높았다는 설명이다. 20대가 28%를 차지해 가장 많이 찾았고, 30대(24%)와 40대(23%)가 그 뒤를 이었다. 예약제이긴 하나 무료전시였던 것이 주머니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20대의 관람을 독려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덕분에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시는 리움 개관이후 최다 관객 관람 전시로 등극했다. 오세현 리움미술관 운영실 책임은 “(카텔란전 흥행은) 무료의 효과도 확실히 있다. 관람객수는 예측이 어렵다. 예상과 달리 흥행하거나, 적게 오거나 하는 일이 자주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미술관람객이 늘었다는 것은 확실히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미술 전시로 흥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조선의 백자:군자지향’전도 10만명을 가볍게 넘겼다. 여성과 남성 비율은 각각 76%대 24%로 다른 전시들과 비슷하다. 50대 관람객이 25%를 차지해 현대미술전시보다는 연령대가 높았다. 흥행요인으로는 명품백자 185점이 한 자리에 모였다는 것이 꼽힌다. 국보 10점, 보물 21점을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세기의 전시’로 불릴만하다. 비롯 간송미술관, 호림박물관 등 국내 8개 기관, 도쿄국립박물관,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 등 일본 6개 기관의 협력도 유례없는 일이었다.

10만명·20만명 단위로 관객이 몰려도 다행히 큰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두 기관 고객 담당자 모두 “관람 문화가 성숙해졌다”고 입모았다. 예약제로 관객이 특정시간에 몰리지 않게 유도한 것도 있지만, 다들 조심해서 관람하는 분위기라는 설명이다. 리움의 경우는 바나나를 포장용 테이프로 붙여놓은 ‘코미디언’을 한 서울대생이 먹어치우는 사건이 일어났지만 미술관측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미 작가가 2019년에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에서 작품을 첫 공개했을 당시 같은 사건이 있었고, 해당 작업은 바나나 그 자체가 작업이 아닌 이를 설치하는 과정을 담은 ‘보증서’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관람객이 가장 많이 인스타그램에 공유한 작업은 이 ‘코미디언’과 뚤린 바닥에서 고개를 빼고 바깥을 보는 ‘무제’, 시스티나 성당을 축소한 작업, 운석에 맞아 쓰러진 교황이 꼽힌다. 오세현 책임은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은 전시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확실히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에드워드 호퍼전도 상황은 비슷하다. 다만 호퍼전의 경우는 사진 촬영을 1층 아카이브 전시장에서만 허용하고 있다. 이승아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사진을 찍어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유하는 것이 의례적인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파악해서, 오히려 2층과 3층 메인전시장은 사진을 찍지 못하게 했다. 좀 더 작품에 집중해서 관람하기를 바라는 의도”라고 말했다.

세 전시 모두 관람객들의 관람시간도 길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일반적으로 전시 관람이 약 1시간 30분 내외임에 반해,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의 경우, 기본 관람이 3시간으로 집계됐다. 최장 7시간 동안 감상했다는 관람객도 있었다. 리움도 상설전, 고미술, 현대미술 기획전을 다 보는데 보통 2시간정도 소요되나, ‘마우리치오 카텔란’전 체류시간만 1시간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N차 관람도 이어진다. 백자전의 경우 리움을 2번이상 방문했다는 사람이 60%로 집계됐다. 에드워드 호퍼전은 진성 관람객이 이보다 더 많다. 4회 이상 재관람한 관객이 97명, 10회이상 본 사람도 3명있었고, 최다 N차 관람한 관람객은 21회 이상 전시장을 찾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한빛 기자

vicky@heraldcorp.com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