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인간을 위한 따뜻한 인공지능기술

2023. 7. 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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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현재는 문서 작성이나 번역, 그림과 동영상 등을 척척 만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행동이나 감정, 경험을 이해하는 AI는 과연 가능할까?

연구진은 AI의 연구·개발을 위해 그동안 축적했던 연구데이터를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이를 이용해 논문경진대회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최했다. 연구진이 공개한 데이터를 통해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연구를 발굴하고자 올해 2월부터 4개월간 진행됐다.

온·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영상을 통한 사전설명회와 자료를 통해 대회를 널리 알린 결과, 144개 팀, 318명이 참가한 결코 작지 않은 대회가 됐다. 논문을 제출하고 발표하기까지 참가자들의 질문에 ETRI 연구원들이 인공지능팩토리 담당자와 함께 하나하나 답을 하면서 소통한 결과, 긴 여정을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60여편의 논문이 접수됐고 최종 51편의 논문이 채택됐다. 그중 17편은 라이프로그 데이터셋을 활용한 분야였고, 34편은 한국어 멀티모달 데이터셋을 활용한 논문이었다. 1차 논문심사를 통해 7편은 구두 발표로, 44편은 포스터 발표로 보내져 경연을 펼쳤다. 대부분 대학의 석·박사 과정 학생들이 참여했다. 이 중에는 기업 연구소 5편, 정부 출연연구원 1편과 일반 1편의 논문이 함께 경연을 펼쳐 관심의 범위가 지난해 대회 때보다 확대됐다. 감정과 행동예측률을 높이는 연구에서부터 인간의 판단 프로세스를 반영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가 하면, 스트레스지수나 수면의 질을 예측하는 연구 등 내용의 다양성도 더해졌다. 논문 심사위원들은 올해 연구논문이 양과 질적인 면에서 모두 큰 발전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포스터 발표 심사는 많은 팀이 참여한 경연장이라 다소 붐비고 비좁은 환경이었으나 짧은 시간에 자신들의 연구 성과를 빠짐없이 전달하기 위해 누구 할 것 없이 최선을 다했다. 구두발표 심사는 각 팀이 연구결과를 자세히 발표하고 심사의원의 질의에 응답하면서 뜨거운 순위경쟁을 펼쳤다. 그 결과, 대상 1팀, 우수상 2팀, 장려상 4팀, 가작 2팀이 결정돼 기쁨의 순간을 만끽했다. 대상팀은 음성과 텍스트를 통한 감정 분석 모델을 효과적으로 결합하기 위해 모달리티의 상호작용을 이용하는 방법을 제안해 큰 상을 받았다. 인간의 감정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노력이 큰 호응을 얻게 만들었다. 아울러 교사 모델의 지식을 학생 모델에게 전달하는 방법론과 감정 인식을 위한 멀티모달 융합학습 모델을 제시한 두 팀이 우수상으로 뽑혔다. 이번 대회는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이들의 열정을 볼 수 있는 자리였으며, ‘인간을 위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확인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대회의 성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지만 모두 만족스러운 것만은 아니었다. 가장 아쉬었던 점은 포스터 발표에서 질의응답시간이 많이 부족했고, 구두발표 역시 심사위원 외 참석자들의 질의응답시간을 가질 수 없어 상호 교류할 기회가 적었다는 점이었다. 휴먼이해 연구 분야 내 서로 다른 두 개의 분야로 나눠 논문을 모집했는데 두 분야를 통합해 경쟁했던 것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였다. 보다 문제 정의가 명확한 감정 인식기술 분야의 논문이 더 많이 모집되고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모델 제안을 통해 비교적 쉽게 주의를 이끌 수 있었다. 반면에 라이프로그 기술 분야는 예측하려는 항목이나 데이터 통합방법 등 다양한 문제를 스스로 정의해야 하는 어려움 또한 있었다.

이번 대회에 공개한 ETRI 데이터셋은 그동안 공개된 데이터셋보다 대용량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여전히 실생활 적용을 위한 관련 기술 연구를 위해서는 턱없이 모자란 것이 현실이다. 품질이 확보된 장기간의 일상생활 데이터를 확보하는 방안에 대한 고민은 해결해야 할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기술적인 접근에서 새로운 방법과 모델을 제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의 적용 목적을 설정하는 것도 연구의 큰 숙제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라 한들 사람을 직접 돕고 더 나은 삶을 약속하지 못한다면 결국 외면당하고 말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인구 감소와 함께 초고령화 사회로 바뀌어 가면서 정신적·신체적 건강이 위협을 받는 문제가 부상하고 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당장 돈이 되는 연구도 필요하지만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람을 이해하고 심신의 문제를 도와주는 기술 연구에 정부의 지원이 지속될 때 따뜻하고 건강한 사회를 약속할 수 있을 것이다.

ETRI 연구진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본 대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인간을 이해하는 따뜻한 AI기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더 높이기 위함이다. 대회를 통해 더욱 더 많은 연구자가 활발하게 교류하고 공통의 문제 해결에 지혜를 모으도록 해 AI기술 발전에 작은 힘이 되고자 함이다. 휴먼이해 인공지능 논문경진대회를 통해 사람을 보다 잘 이해하는 계기가 돼 AI 연구 분야를 더 활성화하는 디딤돌 역할이 되기를 기대한다.

정현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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