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말까지만 근무하세요”
①해고의 존재 ②해고 절차 준수 ③해고 사유 검토
(시사저널=송태진 노무사무소 이랑 대표노무사)
최근 노동위원회 공익위원과 대화를 나눴는데, 요즘 어느 때보다도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 국민과 기업이 긴장하던 시기보다 요즘 들어 더 많은 해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들의 권리의식이 예전에 비해 신장되기도 했지만, 엔데믹 이후에도 경기가 기대했던 것만큼 회복되지 않아서인 것 같기도 하다. 근로자를 내보낸다는 것은 근로자는 물론이고 사용자에게도 달가운 일은 아닐 것이다. 오늘은 회사에서 근로자를 내보낼 때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가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을 알아보자.
①근로관계 종료 사유 명확히 해야
"너 계속 그따위로 일 할 거야? 너 당장 다른 직장 알아봐!" 독자들은 이 말이 어떻게 들리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대다수 분들은 저건 회사 나가라는 것(해고)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어떤 근로자가 저런 말을 듣고 다음 날부터 회사에 나가지 않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면 어떻게 될까? 높은 확률로 해고가 존재하지 않아 해고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할 필요도 없다는 판단을 받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너 계속 일 그따위로 할 거야?"라는 말은 업무 처리 결과에 대한 질책이고, "너 당장 다른 직장 알아봐!"는 근로관계를 당장 종료하겠다는 의사표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법과 상식에 괴리가 생기는 대목이기도 하지만 법적 판단은 명확하고 엄밀해야 한다.
이처럼 특정 발언에 대한 해석을 잘못해 해고가 존재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사용자가 어떤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해고 사실에 대한 입증이 쉽지 않은 경우도 존재한다. 예컨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회사가 너무 어려워서 오늘까지만 근무하고 내일부터는 출근하지 마세요"라면서 구두로 해고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서면 통지 의무를 위반한 만큼 부당해고는 맞다. 문제는 이처럼 개인적인 대화는 단둘이 있는 회의실 또는 상담실에서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 대화를 녹취하지 못하는 경우 근로자가 해고 사실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려워진다.
따라서 근로자가 해고를 당할 경우 해고 사실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가 필수적이다. 물론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해 해고 사실 부존재에 대한 입증 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는 판례가 종종 관찰되기는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근로자 스스로 해고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한편 사용자로서는 근로자를 내보낼 때 해고가 아닌 권고사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약간의 위로금을 지급하더라도 부당해고가 회사에 가져올 법적 리스크나 여러 가지 비용을 고려한다면 권고사직이 훨씬 더 바람직한 옵션이다. 주의할 점은 강압적으로 작성한 사직서는 효력이 없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근로자가 사직서 작성을 거부하고 회사에서도 해고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면 아래에서 설명하는 절차를 철저하게 준수하고 해고 사유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자료를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해고가 어려운 나라이기 때문이다.
②절차를 위반하면 부당해고
"쇠사슬은 가장 약한 고리만큼 강하다." 법으로 정해진 절차가 법적 효력에 영향을 줄 때, 그 절차 준수의 중요성을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해고의 절차는 서면(해고통지서) 통지 의무다. 해고통지서에는 해고의 사유와 시기가 명확하게 기재돼 있어야 한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빠지면 부당해고가 된다. 또한 해고통지서는 해고 당일 또는 그 이전에 전달해야 한다. 해고 통지의 성질상 해고하려는 날 이후에 할 수는 없다. 물론 그 외에도 근로기준법에는 해고 30일 전에 예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고 예고를 하지 않은 경우 해고예고수당 지급 의무가 발생할 뿐 그러한 해고가 부당해고가 되지는 않는다.
법에는 규정돼 있지 않지만 판례는 회사의 취업규칙 또는 단체협약 등에서 해고의 절차를 규정해둔 게 있다면 반드시 그 절차를 준수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따라서 회사가 근로자를 해고하기로 마음먹었고, 회사 내에 해고 절차를 정한 규정이 있다면, 징계위원회의 출석통보 기간, 징계위원회의 인적 구성 등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 만일 그러한 절차를 위반한다면 근로자가 아무리 큰 비위행위를 저질렀다고 해도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실제로 징계위원회 통보기간을 위반해 징계위원회 개최 30분 전에 갑작스럽게 통보(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두15317 판결)하거나 단체협약상 노동조합 위원장이 징계위원회 위원으로 참석해야 함에도 별다른 이유 없이 위원장을 배제하고 징계위원회가 개최(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두4672 판결)된 경우, 해고는 근로자 비위행위의 심각성에 관계없이 정당성을 상실한다.
해고 사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근로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통상해고 또는 징계해고)와 사용자에게 귀책사유가 있는 경우(경영상 해고 또는 정리해고)다. 전자의 경우에는 '사회통념상 도저히 고용관계를 지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어야 정당한 사유로 인정된다. 예를 들면 직장 내 성희롱과 괴롭힘, 폭행, 장기간의 무단결근, 배임과 횡령 등이 그 사유가 될 것이다. 그 외에 일을 잘하지 못한다거나 동료들과의 관계가 좋지 못하다거나 회사의 철학과 맞지 않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등의 사유는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기 어렵다.
③'도저히' 함께 일할 수 없을 때만 인정
한편, 경영상 해고(정리해고)는 좀 더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 이건 근로자는 성실하게 일했는데 사용자가 경영을 잘못해서 생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때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①긴박한 경영상 요건이 필요하고, ②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하고, ③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해고 대상자를 선정해야 하고, ④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방법과 기준을 해고 실시 50일 전에 근로자 대표에게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이러한 요건을 충실하게 거치지 않는다면 단순히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는 정당한 해고로 판단해 주지 않는다.
해고는 근로관계 당사자 그 누구에게도 달가운 일이 아니다. 다만, 사용자는 회사를 위해 때로는 단호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회사를 위한다는 대의명분에 취해 기본을 놓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근로자 역시 억울한 해고를 다투고자 할 경우 오늘 설명한 3가지를 꼼꼼하게 살펴본 후 대응해 권리를 되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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