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장관 “노란봉투법 재고해달라” 호소한 세 가지 이유
파업만능주의·일자리 감소 초래
작년 화물연대파업 10.4조 손실
“법 없어도 상식적으로 걸러진다”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산업 현장에 극심한 혼란과 갈등을 가져올 우려가 큰 개정안 입법을 재고해달라.”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면서 본회의에서 안건 심의가 가능한 상태가 됐다. 오는 10일께로 예상되는 임시국회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되면, 통과 가능성이 높다. 그간 노란봉투법 입법에 대해 일관되게 반대해왔던 고용노동부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 법이 노사 균형을 무너뜨려 현장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 하루 전인 지난 29일 페이스북에 “1987년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돼 온 지난 정부의 노사관계 합리화와 선진화 노력을 일거에 무너뜨릴 우려가 있다”이라고 다시금 강조했다.
앞서 정부가 노란봉투법 입법에 반대하는 3가지 이유 중 첫 번째인 ‘법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없어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 것’이란 주장에 대한 설명이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까지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간접고용 노동자들도 원청과 직접 협상할 수 있게 된다.
이보다 우려가 되는 점은 정부가 밝힌 두 번째 이유인 ‘노동 현장의 파업 만능주의 확산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 장관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사용자 범위 모호성으로 노동현장은 갈등과 분쟁이 폭증하게 되고, 파업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관행이 고착화되며 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는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불법행위자에게 오히려 특권을 주고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은 사법질서를 무력화하고 이중구조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 주장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이미 한국은 해외보다도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성 악화가 심각하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2012~2021년) 임금 근로자 1000명당 파업으로 인한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는 한국이 38.8일로 일본(0.2일)보다 194.0배 높다. 미국(8.6일), 독일(8.5일) 등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도 4배 이상 많다. 타협과 합의보다는 파업을 강행해 기업에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이유로 두 차례 총파업에 나서면서 철강·석유화학·시멘트·타이어업계 등이 큰 손실을 입었다. 업황 부진과 화물연대 파업이 이중고로 작용한 탓에 기업들의 피해가 가중됐다. 한국경제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두 차례 파업으로 한국 경제는 총 10조4000억원의 직·간접 경제적 손실을 봤다. 투자와 수출이 각각 0.32%, 0.25% 줄면서 고용도 0.17% 감소했다. 이러다보니 정부는 노란봉투법이 ‘미래 세대 일자리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5월 20대 취업자 수는 작년 같은 달보다 6만3000명 줄어 작년 11월 이후 7개월째 감소세를 기록 중이다.
노란봉투법 제정 없이도 법원이 조합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이정식 장관은 지난해 10월 고용부 국정감사에서 “(노동조합 손해배상 소송) 실태조사 결과는 법원에 의해 (손배소가) 상식적으로 걸러지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는 실제 지난달 15일 대법원이 이런 주장을 증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대법원3부(주심 대법관 노정희)는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조인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 등은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느나 이러한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21년 8월까지 노조에 대한 손배소송 151건을 보면, 판결이 선고된 73건 중 인용된 사건은 49건으로 인용률은 67.1%를 기록했다. 2020년 기준 전체 손배소 인용률(1심 기준)인 44.7%보다 20%포인트 가량 높다. 법조계에서는 인용률이 높다는 점을 타당한 소송의 근거로 해석한다. “기업이 노조에게 터무니 없는 소송을 남발한 것”이라는 건 노란봉투법 입법 근거 중 하나다. 이 장관은 작년 국감에서 “인용률과 인용 수준과 부당노동행위 제도 등을 봤을 때 노동조합에 대해 악의적인 부분은 부당노동행위로 규율해야 한다”며 “(노란봉투법은) 입법론 보다 해석론으로 가는 게 유연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부는 노란봉투법 대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등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은 “노동기본권 보장 논의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제도 간 정합성이 있고,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될 수 있도록 노사 간 힘의 균형을 맞춰주는 방향으로 경사노위 등 사회적 대화와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추진돼야 한다”며 “약자를 보호하고 노사가 상생하는 진정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해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김용훈 기자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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