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과자·빵 가격 내렸는데, 유가공업체는 원유값 인상에 눈치

송혜진 기자 2023. 7. 3.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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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부터 흰우유 1L 3000원 되나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찾은 시민이 우유를 고르고 있다./연합뉴스

라면·제빵 등 식품업체들이 줄줄이 제품 가격을 내리고 있지만,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롯데웰푸드(구 롯데제과)는 당장 가격 동결이나 인하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유업·남양유업 같은 유가공업체들은 고민이 많다. 오는 8월부터 원유 공급가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8월부터 원유가격 1L당 69∼104원 오를 듯

3일 낙농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오는 9일부터 소위원회를 열고 젖소에서 짠 원유 1L당 가격에 대한 협상을 진행한다. 낙농가와 유가공업체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낙농진흥법에 따라 매년 원유의 수급 계획을 수립하고 가격을 결정한다. 보통 소위원회가 가격을 정하면 낙농진흥회 이사회 의결을 거쳐 8월 1일부터 인상분이 반영된다. 올해는 원유 1L당 69∼104원 정도에서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낙농진흥회는 2018년 1L당 원유 가격을 922원에서 926원으로 4원 올렸고, 이어 2021년 21원을 인상해 947원으로 정했다. 당시 원유 가격이 21원 오르자 업계 1위인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우유 제품 가격을 평균 5.4% 올려, 흰 우유 1L 제품 가격을 2500원대에서 2700원대로 올렸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도 우유 제품 가격을 4~5% 인상했다.

지난해에는 원유가를 52원 올렸다. 서울우유는 이에 2710원이었던 흰 우유 1L 가격을 6.6% 올려 2890원으로 정했다. 매일유업과 남양유업는 흰 우유 900㎖ 가격을 각각 2610원에서 2860원(9.6%↑), 2650원에서 2880원(8.7%↑)으로 올렸다. 올해 원유가격을 1L당 69원씩만 올려도, 흰 우유 1L 가격은 3000원을 넘게 된다.

우유 가격을 정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우유 수요가 줄어도 가격을 쉽게 내릴 수 없다는 데 있다. 현 제도상 우유 제조사는 원유 가격 연동제를 통해 결정된 가격으로 일정 물량의 원유를 의무 매입해야 한다. 저출산과 소비 트렌드 변화로 우유 수요는 줄었지만 판매량과 가격이 보장된 낙농가는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국내 우유 가격은 원유 가격 연동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37.3% 올랐다.

◇유가공 업체들은 ‘눈치’

유가공업체들은 원유 가격이 오른 이후에 가격 인상을 또 하기엔 최근 다른 식품업체들이 계속 가격을 내리거나 동결하는 상황이라서 고심하는 눈치다. /연합뉴스

유가공 업체들은 최근 다른 식품업체들이 가격을 줄줄이 내리거나 동결하고 있는 만큼, 원유 가격 당장 올라도 가공식품 가격을 올리긴 쉽지 않아 보여 고심하는 눈치다.

일단 소비자단체들의 압박이 거세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달 30일 설명을 내고 유가공업체들이 그동안 과도하게 제품 가격을 올렸다며 인상 자제를 촉구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유 제품은 물론 우유가 함유된 빵, 과자 등의 제품 가격이 연이어 올라 이른바 ‘밀크플레이션’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가공식품에 주로 쓰는 수입 우유에 대한 관세가 점점 내려가고 있다는 점도 가격 인상을 당장 하기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2026년부터는 미국과 유럽산 유제품에 대한 관세가 전면 철폐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미국산 유제품은 관세율이 지난해 9.6%, 올해 7.2% 이지만, 2025년 2.4%로 낮아진다. 2026년부터는 0%다. 유럽산 유제품도 올해 9.0%인 관세가 순차적으로 낮아져 2026년부터는 전면 개방될 예정이다.

가공유 수입량은 매년 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유제품 총수입량은 2019년 95만 8400t(톤)에서 지난해 153만 4900t까지 늘었다. 상온에서 보관 가능한 멸균우유 등은 유통기한이 긴 데다 국산 우유보다 저렴해서다. 특히 폴란드 등 유럽 멸균우유는 관세가 붙어도 1L에 1500원으로 국산 우유의 반값에 그친다.

정부는 여기에 유가공 업체에 대한 생산비 지원을 통해 가격 안정을 유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가공식품은 수입 원유를 많이 쓰는 특성상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사료 자금 융자 지원과 사료 수입 할당관세 적용 등을 통해 생산비를 낮춰 원유 가격 안정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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