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방북 무산···통일부 “현대아산 ‘북한주민 접촉신고’ 철회 수용”
통일부가 3일 북한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방북 거부와 관련해 “현대아산 측이 북한주민 접촉 신고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옴에 따라 오늘 중에 정부는 이를 수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연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현 회장 방북을 거부했는데 정부는 현 회장 측 북한주민 접촉 신고를 어떻게 처리할 건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현 회장 측은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 20주기 추모식을 위해 금강산에 방문하고자 북한 아태위와 접촉하겠다는 계획을 지난달 27일 통일부에 신고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지난 1일 외무상 국장 담화를 통해 현 회장의 방북을 거부했다.
통일부가 신고 수리 여부를 결정하기도 전에 북측이 선제적으로 방북을 거부한 것으로 평가된다. 통상 대북접촉신고가 수리되면 북측 접촉 대상에게 초청장을 받은 뒤 통일부에 방북 승인을 신청한다.
구 대변인은 ‘북한이 대남기구가 아닌 외무성을 내세워 방북 거부 입장을 밝힌 의도는 어떻게 보나’라는 질문엔 “외무성 국장 명의로 방북 신청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은 맞다”며 “북한의 의도와 우리의 평가는 관련 동향을 지켜보면서 종합적으로 분석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북한이 남측 인사의 방북과 관련한 입장을 대남기구인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위)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아닌 외무성을 통해 발표한 것을 두고 남북관계를 특수관계가 아닌 일반적 국가관계로 다루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극도로 경색된 남북관계 현실을 나타내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북한과 일본이 최근 중국과 싱가포르 등지에서 두 차례 가량 물밑접촉했다는 이날 보도에 대해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구 대변인은 “북한과 일본 간 접촉 관련 보도는 봤지만 내용에 대해서 확인해드릴 수 있는 것은 없다”며 다만 한국과 미국, 일본 모두 그동안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음을 일관되게 밝혀왔다“고 말했다.
구 대변인은 “이제 통일부가 달라질 때가 됐다”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 발언과 관련해 “대통령께서 강조하신 대로 헌법에 따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정책을 수립·추진해나가는 한편 담대한 구상에 따른 북한 비핵화와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 등을 위해 더욱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그동안 통일부는 마치 대북 지원부와 같은 역할을 해왔는데 그래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통일이라는 헌법 정신에 따라 통일부 본연의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전했다.
구 대변인은 “ 헌법에 따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따른 통일정책을 더욱 충실하게 수립·추진해나가라는 의미로 대통령의 말씀을 이해하고 있다”며 “그에 따라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향후 계속 검토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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