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모호한’ 논바이너리의 숲으로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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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 톤의 그림이 걸렸다.
기하학적 형태로 단순화 했지만, 숲과 동물들이라는 건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그래서일까, 그가 그려낸 숲은 원형이 무엇인지 찾아내려고 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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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파스텔 톤의 그림이 걸렸다. 기하학적 형태로 단순화 했지만, 숲과 동물들이라는 건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커다란 초록 세모는 곰으로, 주황 동그라미는 산비둘기로, 노란 토끼와 까만 선으로만 묘사된 까치도 있다. 이 그림들은 벽에 그려진 벽화로 서로 연결된다. 마치 숲에서 버섯이 여기저기 산재한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 다 연결돼 있는 것 처럼.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애드 미놀리티는 페레즈프로젝트 서울 전시장을 숲으로 치환시켰다. 그가 제안하는 숲은 ‘동화’이나 또 동시에 ‘동화’가 아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아동문학을 보면, 다양한 생태이미지를 만난다. 어린 소녀들은 숲을 헤매고, 마력을 가진 상상속 동물이 등장한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특권 혹은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할까? 특히 성별을 나누고 이를 규정짓는 지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가 그려낸 숲은 원형이 무엇인지 찾아내려고 하면 할수록 미궁에 빠진다. ‘버섯갓 위에 올라 담배를 피우는 애벌레’는 분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중 한 장면이지만 캔버스 한 편에는 그 형상의 반전된 이미지가 자리잡고 있다. 1960년대와 70년대 일본 순정만화에서 유행하던 ‘반짝이는 눈’을 가진 나비가 있는가 하면 여자아이의 색인 분홍과 남자아이의 색인 하늘색은 경쟁적으로 화면을 점유한다. 기하학적 형태들은 독립적이지 않고 주변의 영역과 섞이며 모호함을 남긴다. 바로 이 것이 작가가 의도한 지점이다. 정체성을 규범적으로 정의하는 개념에 대한 의문을 던진다. “관람객 개개인이 갖는 선입견과 시각을 가지고 캐릭터 해석의 여지를 남겨놓으려 했다”
모호함으로 가득찬 그림은 벽화로 연결된다. 작가의 표현대로 ‘거대한 버섯 정원’이다. “버섯정원은 모든 존재의 상호 존재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로 포용적이고 수용적인 공간이다” 사회 규범, 감시와 통제로 굴러가는 공동체가 아닌 인간과 비인간, 다양한 종들이 다양한 생각으로 살아가는 공동체다. 젠더리스 시대를 대표하는 논바이너리 작가 다운 상상이다.
애드 미놀리티는 이번 전시를 바탕으로 좀더 확장된 프로젝트를 올 가을 독일 에를랑겐 미술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페레즈 프로젝트 측은 “애드 미놀리티는 모더니즘의 형태, 대중 문화 및 기하학적 건축 표현의 시각언어에서 영감을 받아 에로티시즘, 젠더 표현과 테크노 퓨처리즘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전시에서 연출된 복잡한 장면과 캐릭터는 유토피아적 트랜스 휴먼과 젠더퀴어의 미래를 상상하게 하면서도 공유된 인류 보편성을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8월 20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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