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수명 늘리는 게 세대 갈등 해법입니다"
(지디넷코리아=이균성 논설위원)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건강수명 늘리는 게 세대 갈등 해법입니다”
인간 사회에는 풀어야 할 온갖 문제가 쌓여 있다. 어떤 것은 사회적으로 문제의식이 커 풀리기도 하지만, 어떤 것은 여러 이유로 외면되기도 한다. 가까운 미래에 반드시 부닥칠 커다란 문제지만 현실을 살아내는 것만도 고달프기 때문인지 눈을 가리곤 한다. 문제가 불거졌을 때야 비로소 끙끙 앓게 된다.
고령 노인 요양 문제도 그런 사안이 아닐까 싶다.
김태성 케어링 대표는 우연한 계기로 이 사안에 관심을 갖게 됐다. IT 분야 스타트업을 하던 김 대표가 돈보다 인생에서 자부심을 느낄 만한 무엇인가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있을 때 평소 멘토로 모셨던 지인이 노인 요양 비즈니스를 추천한 것이다. 요양보호사를 하던 두 명의 인척이 있어 관련 이야기를 자주 듣던 터였다. 노인 요양의 문제를 기업 방식으로 풀어보자고 결심하고 2019년에 창업했다.
■“노인 요양 시장 구성원 모두 불만이 많았어요”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창업을 위해 스터디를 하던 중 이 시장에 관계된 모든 구성원들의 불만이 적잖다는 걸 알게 됐다.
“어르신들(그리고 보호자)의 최대 불만은 요양보호사 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양보호사 풀(pool)이 제한돼 있고, 어르신과 요양보호사를 매칭할 수 있는 기술도 빈약한 탓이라고 판단됐죠. 요양보호사들은 시급에 대한 불만이 많았습니다. 사회복지사들도 열악한 노동조건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고, 노인요양센터를 운영하는 분들도 불만 많은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를 달갑잖아 했죠.”
김 대표는 이 모든 불만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봤다. 하나는 노인 요양에 관한 우리 사회 준비 수준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노인요양센터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그것이다. 전자(前者)는 정부를 중심으로 한 사회 전체가 대응해야 할 사안이지만, 후자(後者)는 기업의 방식으로도 풀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요양보호사의 불만부터 풀어내보자”
요양의 목표는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로봇이나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게 현실이다. 감정을 가진 인간만이 돌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어르신과 보호자의 성향에 맞는 요양보호사를 찾아내 매칭시켜 주는 게 요양 서비스의 핵심이다.
“좋은 돌봄 서비스를 위해선 요양보호사에게 안정적인 일자리와 적절한 급여가 선행돼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야 많은 요양보호사를 확보할 수 있고 최적의 매칭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죠. 회사 설립 초기에 다행히 이런 철학에 동의해주신 요양센터장 두 분을 만났고 이 분들의 합류로 케어링이 출범했죠.”
그는 특히 “일부 지역에서 센터 사이에 이익을 더 내기 위해 요양보호사 시급 담합을 하는데 이는 불법일뿐더러 결과적으로 돌봄 서비스 수준을 낮추고 구성원 사이의 불만만 키우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케어링에는 현재 4만 명의 요양보호사가 등록돼 있다. 또 케어링에서 근무를 하는 요양보호사만 7천여 명이다. 이들에 의해 요양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만 8천여 명이다. 케어링 다음으로 큰 회사가 케어하는 어르신 숫자가 500명 수준이니 이 시장에서 케어링의 규모를 어느 정도 짐작해볼 수도 있을 숫자이다.
■“통합재가요양이 우리 방향성이죠”
케어링은 방문요양과 주간보호센터(데이케어) 두 가지 사업을 한다. 방문요양은 요양보호사가 어르신 집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다. 주 5일 하루 세 시간 케어가 일반적이다. 주간보호센터는 센터에 어르신을 모시고 와 하루 8시간을 케어하는 구조다. 케어링은 현재 200평 이상의 센터를 10여 개 운영하고 있다.
“규모가 계속 커지면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통합재가요양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정책 방향인데 주간보호센터를 중심으로 방문요양, 방문간호, 방문목욕, 식사서비스, 병원동행서비스 등을 어르신들께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센터는 많지 않다고 봐요. 우리는 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현재 10여개인 센터를 앞으로 100개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김 대표는 특히 어르신들의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해서는 통합재가가 꼭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요양 및 돌봄에 간호가 결합되는 게 절실한 상황인데 이를 위한 간호법 제정이 무산된 현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했다.
■“어르신 건강수명 연장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김 대표의 1차 목표는 전국에 촘촘하게 통합재가센터를 구축하고 아픈 어르신을 최대한 열심히 케어하는 것이지만, 어르신이 아픈 기간을 최대한 줄이도록 하기 위한 예방 케어를 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아가고 있다.
현재 고민하고 있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어르신 문제에 참여하다보니 건강수명이 가장 큰 화두가 됐습니다. 오래 건강하고 짧게 아픈 게 최선이지요. 예방 케어도 그래서 생각하는 거구요. 우리는 그래서 어르신의 재정 고립 건강 등 세 문제에 종합적인 솔루션을 갖고 싶어 합니다. 일자리 알선과 재정 관리, 주간데이터센터를 통한 재사회화, 요양 및 돌봄에 간호를 결합한 건강관리 등의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죠.
또 하나는 실버타운과 요양원의 중간 형태로 ‘케어링 스테이’를 만들고 싶어요. 실버타운은 고가인데다 아프면 나와야 한다는 문제가 있고, 요양원은 들어가기 원치 않는다는 문제가 있어요. ‘케어링 스테이’는 그 중간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이르면 올해 40명 정도가 이용할 수 있는 시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
■건강수명 늘리기가 왜 중요한가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변화되는 사회를 얼마나 잘 준비하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정희원 의사가 한 신문에 기고한 글에 따르면 2022년 장기요양보험 인정자 숫자는 약 100만 명이다. 장기요양보험은 요양과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을 위해 정부가 2008년부터 도입한 것이다.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으면 요양 등급에 따라 보통 월 100만원에서 150만원의 보험금을 받게 된다.
장기요양보험 인정자 숫자는 보통 85세 이상 인구의 110% 정도에 해당한다. 2022년 요양보호사는 약 50만 명이다. 방문요양이 보통 하루 3~4시간 제공되는 만큼 요양보호사가 8시간 근무할 경우 한 명이 두 어르신을 케어하는 셈이다. 그런데 2041년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 인정자가 3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요양보호사도 지금보다 3배인 150만명이 요구된다고 할 수가 있다.
문제는 2021년 기준으로 3700만명에 달한 생산연령인구가 2041년에는 2700만명으로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있다.
“초고령화 사회 최대 이슈는 아마 세금 문제가 될 듯합니다. 점점 더 아픈 어르신이 많아지고 젊은 층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거죠. 당연히 세대 사이의 갈등도 커질 것입니다. 이름 막기 위해서는 건강수명을 늘려 더 오래 건강하고 더 짧게 아파야 하는 거죠. 그 문제를 푸는 데 기업 방식으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어르신 영혼은 존중돼야 하고 사회 부담은 줄여야 하고.”
너무나 중요하지만 해법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 문제. 그래서 다들 눈을 가린 채 외면하는 문제. 설명을 들어도 가슴 한 쪽의 답답함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 문제. 김 대표가 도전하고 풀려는 문제는 그렇게 쉽지만은 않아보인다.
그는 그러나 쉽지 않겠지만 매우 중요하고 꼭 필요하다는 걸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덧붙이는 말씀 : 김태성 케어링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독서 커뮤니티 트레바리의 윤수영 대표입니다.
이균성 논설위원(sereno@zdnet.co.kr)
Copyright © 지디넷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