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문학번역원, 번역출판 사업 부실 운영”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문학번역원이 운영하는 번역출판지원사업이 부실하다고 판단, 사업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고 3일 밝혔다.
번역출판지원사업은 해외에서 한국 문학 작품을 출간하고자 하는 국내외 출판사와 에이전시에 번역 및 출판지원금을 차등 지급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6억원이 투입돼 총 205편의 작품을 지원했다.
문체부는 조사 결과, 심사위원의 구성과 관리가 공정하지 못하고 심사위원 선정 과정 불투명 등 전반적으로 번역출판지원 사업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가 우선 지적하는 대목은 ‘심사위원 운영’이다. 국내출판사·에이전시 지원사업의 경우 총 67편 후보작 가운데 31편이 선정됐고, 이를 심사한 심사위원은 단 2명이었다. 해외출판사 지원사업의 경우 206편의 후보작 가운데 174편이 선정됐으며 이때 심사위원도 3명에 불과했다.
심사방식도 최저점과 최고점을 제외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져 한 명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거나 선정작의 점수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같은 작품에 대한 동일 심사위원의 작품성 점수가 회차별로 달라지는 등 평가의 객관성 확보가 미흡한 사례도 발견됐다.
문체부에 따르면 심사위원 임기도 원칙없이 운영됐다. 심사위원 임기를 사업 시행 요강에 규정하지 않고 번역원 내부 지침에 따라 운영해왔으며, 지침에 따른 임기도 지키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심사위원 A씨는 임기를 4개월 초과해 동일 사업심사에 1년 4개월 동안 참여했다. A씨는 해외출판사 지원사업과 국내출판사 지원사업을 오가며 3년 가까이, 심사위원 B씨도 1년이 넘게 심사에 참여해 심사위원 구성의 공정성과 다양성 확보가 미흡했다.
심사위원 자격도 ‘문학평론가 및 출판전문가’라고만 규정되어 있어 자격 요건이 모호하며, 매년 이사회에 보고하는 심사위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위원이 선정되기도 했다고 문체부는 지적했다.
해외출판사 지원사업의 경우 한번에 심사하는 대상 도서가 50~60권인데 회의 당일 도서를 제공해 사실상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심사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으로 파악됐다. 문체부는 심사 기준 중 ‘작품성’ 항목의 비중이 40%로 가장 높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2021년 경영평가에서 해외 출판사 지원 사업은 작품성 외에도 출판사 역량, 출간계획, 시장 수용도 등이 균형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고 지적됐으나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사후관리도 미진하다고 판단했다. 해외출판사는 판매실적을 보고할 의무가 있으나 5개년(2017~2021)간 조사 대상 753권 중 140건(약 19%)의 판매 실적이 집계되지 않았다. 국내 출판사·에이전시 지원사업은 현지 출판사 섭외 이전에 완역을 선지원해 2021년 지원작 14건 중 단 1건만 출간으로 이어져 번역지원 이후 사장되는 원고가 다수 발생했다.
문체부는 심사 과정의 공정성·객관성 확보는 물론 짜임새 있는 예산 집행을 곽효환 번역원장에게 촉구했다. 문체부는 이번 자체점검 결과 드러난 문제점 외에도 불공정 관행을 효과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박보균 장관은 “2년 연속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K-북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집중된 번역출판 환경에서 불공정성, 부실 논란을 야기하는 지금의 사업 운영 행태는 충격적이고 문학번역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외면하고 있다. 번역원의 리더십 각성과 자세 변화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곽효환 한국문학번역원장은 지난 2021년 5월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됐으며 임기는 3년이다.
문학번역원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올해부터 각 부문별 심사위원을 5명씩으로 늘리는 등 지적된 부분을 개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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