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에 추월선은 없다···LG와 KIA의 닮은꼴 ‘편도 1차선 타순’

안승호 기자 2023. 7. 3.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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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당부터 시계방향으로 박해민 홍창기 문성주(이상 LG). 김도영 최원준 박찬호(이상 KIA) 정지윤 선임기자 연합뉴스



타순은 ‘득점의 길’이다. 타순을 짜는 일은 ‘득점 루트’를 만드는 작업이다.

해당 팀 타자들 특성을 읽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 번쯤 구성해볼 수 있는 것이 타순이지만, 한두 자리의 변화로도 결과 차이를 가져오기도 한다.

현대야구에서 타순 차이를 가져오는 자리는 2번과 9번이다. KBO리그에서도 1990년대 중반 이후로 ‘강한 2번’ 개념이 등장한 뒤로, 앞서 작전야구의 상징적 타순 같았던 2번 기용법이 다양해졌다. 8번에 공격력이 가장 떨어지는 타자를 배치하고 9번에 또 다른 톱타자 성격의 타자를 넣는 패턴에도 변화가 꽤 있었다. 9번보다는 타석에 한 번이라도 더 나올 수 있는 8번 자리에 조금 더 확률 높은 타자를 넣으려는 감독도 적잖이 있다.

지난 주말 KIA와 LG의 잠실 3연전. 두 팀 라인업은 다른 듯 닮은 점이 많았다.

두 팀은 일면 전통적인 개념에 가까운 라인업을 구성하면서 같은 곳으로 바라봤다. 1루를 돌아 2루와 3루를 거쳐 홈으로 복귀하는 베이스러닝 주로가 결국에는 ‘편도 1차선’이라는 점에서 치고 달릴 수 있는 ‘라인’과 때려서 주자를 불러들일 ‘라인’을 비교적 극명히 구분했다.

지난 2일 잠실 맞대결 라인업을 보자면 LG는 8번에 리그 대표 톱타자 이미지의 박해민을 넣고, 9번 신민재, 1번 홍창기, 2번 문성주로 타순을 이어갔다. 3번 김현수부터는 흐름이 달라진다.

KIA 또한 톱타자 성격의 박찬호를 9번에 배치하면서 1번 최원준, 2번 김도영으로 길을 만들었다. 여기에 나성범-최형우-소크라테스까지 해결사 라인을 이어붙였다.

지난 2일 잠실 KIA-LG전. 5회초 1사 KIA 최원준이 번트 안타를 쳐내며 1루에서 세이프되고 있다. 연합뉴스



염경엽 LG 감독은 “빠른 주자가 나가도 그 앞에 느린 주자가 막고 있으면 효과적인 베이스러닝을 기대할 수 없다. 타순을 짤 때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5번 오지환-6번 박동원 순으로 타순을 세우는 것도 박동원이 먼저 출루해 있을 경우, 오지환이 출루하더라도 기동력을 살릴 수 없는 점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김종국 KIA 감독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KIA가 지금 같은 타순을 꾸릴 수 있는 것은 최원준이 지난달 상무에서 복귀하고 김도영도 부상을 털어내고 돌아온 덕분이다. 김 감독은 “박찬호, 최원준, 김도영 셋 중 둘만 나가 찬스를 만드는 흐름이 잦으면 3번 이후로 이어가는, 좋은 장면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2일 승부도 이 지점에서 갈렸다. LG는 3회와 5회, 각각 주루사가 나오며 대량 득점으로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두 번 모두 9번 신민재에서 시작한 타순에서 1점씩을 얻으며 리드를 잡았다. 반대로 KIA는 1-3으로 추격한 7회 1사 1·3루를 만들고도 1번 최원준과 2번 김도영이 LG 좌완 함덕주에 연이어 삼진 아웃당하며 추격에 실패했다. KIA로서는 3번 이후로 찬스를 이어갔다면 빅이닝을 만들 수 있는 기회였다.

지난 2일 고척 키움전을 치른 SSG는 9번 이재원을 넣고 1번 추신수, 2번 최주환으로 타순을 이어갔다. 또 대구 삼성전을 벌인 한화는 이날 이도윤을 넣은 9번에는 변화를 주면서도 1번 이진영에 이어 2번에 중장거리포인 김인환을 넣으면서 다른 느낌의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다.

LG는 선두 사수, KIA는 5강 진입으로 눈앞 목표는 다르다. 그러나 타순의 길은 비슷하다. 두 팀 모두 편도 1차선 흐름이 원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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