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절대 돈 안보내겠다” 서명했는데…‘인민 호날두’ 사라졌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boyondal@mk.co.kr) 2023. 7. 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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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프로축구 알두하일에서 뛰던 북한 축구 선수 한광성. [사진출처 = 알두하일 트위터 캡처]
‘인민 호날두’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유럽 최정상 무대에서 활약했던 북한 국가대표 축구선수 한광성에 대해 미국 CNN이 지난 1일(현지시간) 집중 조명했다.

CNN은 이날 ‘한광성이 축구계를 놀라게 하고 사라졌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광성은 유럽 5대 축구리그에서 골을 넣은 최초의 북한 선수”라며 “ 2019년 이탈리아 빅클럽 유벤투스로 이적해 충격을 줬다”고 소개했다.

2013년 당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체육강국’ 구상에 따라 엘리트 축구선수 육성을 목표로 평양국제축구학교를 설립하면서 한광성의 해외 진출이 시작됐다.

이 학교 개교 후 얼마 되지 않아 축구 유망주들이 북한 정부의 지원 하에 스페인으로 14명, 이탈리아로 15명 유학을 떠났다.

이들 중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유학한 한광성이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2015년 ‘이탈리아 사커 매니지먼트’(ISM) 캠프에 참가해 현지에 눈도장을 찍은 한광성은 2017년 이탈리아 1부리그 세리아A 소속 칼리아리의 유소년 구단에 정식 입단했다. 곧바로 프로로 승격해 정식 데뷔한 한광성은 1주일 만인 4월 10일 첫 골을 기록하며 공격수로서의 재능을 입증했다.

유소년팀 동료였던 니컬러스 페닝턴은 “수줍지만 좋은 사람이었고, 정말로 뛰어난 선수였다”고 말했다.

페닝턴은 그러나 “한광성이 가족에 대해 얘기하며 그립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는 집에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는데, 아마 귀국했다가 다시 이탈리아로 나오는 것이 어렵기 때문 아니었나 싶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광성은 2019년 평양에서 열린 29년 만의 남북간 축구경기에서도 빠른 드리블을 선보이며 축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광성이 페루자 구단 임대를 거쳐 2020년 세리아A의 명문 중 하나인 유벤투스로 이적하면서 그의 커리어는 최정상을 찍었다.

불과 일주일 지난 시점 카타르 알두하일 구단에 팔려갔지만, 2023∼2024년 시즌까지 5년간 460만달러(약 61억원)에 달하는 이적료가 지불됐다. 하지만 한광성은 카타르에서도 오래 뛰지 못했다.

2020년 8월 21일 21살이던 그는 알아흘리를 상대로 한 시즌 마지막 경기에 나왔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챔피언’이라고 쓰인 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이후 종적을 감췄다.

이를 두고 외신들은 그가 대북제재 명단에 올라 있던 까닭에 점점 출전이 어려워졌고, 경기에서 뛸 수 있는 새로운 팀을 해외에서 찾지 못하게 되자 북한으로 돌아간 것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실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1월 26일 한광성은 알두하일과의 계약이 종료된 후 카타르에서 추방됐다.

당시 한광성이 카타르의 한 은행과 거래하면서 “어떤 경우에라도 어떤 돈도 북한에 송금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문서에 서명한 것도 파악됐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한광성은 카타르 도하에서 로마행 비행기를 탄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이후 그의 행적은 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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