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VNL 27연패→세자르호 승률 3%→FIVB 랭킹 35위 추락…현 위치 확인한 한국 女배구, 반등할 수 있을까

이정원 MK스포츠 기자(2garden@maekyung.com) 2023. 7. 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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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배구는 반등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세자르 에르난데스 곤잘레스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지난 2일 2023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 일정을 모두 마쳤다.

한국이 거둔 성적은 처참하다. 12전 12패. 여자부 최하위로 대회를 마쳤다. 아직 예선 일정 끝나지 않은 남자부를 포함해 남녀부 팀 가운데 단 1승도 챙기지 못한 팀은 한국이 유일하다.

한국 여자배구는 다시 반등할 수 있을까. 사진=김영구 기자
2년 연속 대회 전패 수모를 맛봤다. 전패뿐만 아니라 올해도 단 1점의 승점도 가져오지 못했다. 즉 0-3 혹은 1-3으로 경기가 끝났다는 의미. 한 번도 풀세트 접전은 없었다. 3득-36실세트라는 처참한 결과를 냈다. 또 2021 후반 3연패, 2022년과 2023년 전패로 VNL 27연패라는 충격적인 결과표를 받아들였다. 어느덧 FIVB 랭킹은 35위까지 떨어졌다.

이미 대회 시작 전부터 예고된 참사였다. 세자르 감독은 소속팀 일정으로 인해 국내 소집 훈련에 참여하지 못했다. 어느 때보다 결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선수들은 2년 연속 감독 없이 대회를 준비했다. 세자르 감독은 한유미 수석코치, 김연경 어드바이저와 매일 이야기를 나누며 준비를 했다고 했지만 직접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선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겠는가.

대회 시작 이후에도 변한 건 없었다. 상대의 고공 공격과 블로킹에 당하기 일쑤였고, 우리의 공격은 상대 블로킹에 계속 막혔다. 공을 겨우 넘기는 데 급급했다. 1주차, 2주차 그리고 홈에서 열린 3주차에서도 딱히 변한 건 없었다. 홈 팬들은 큰 점수 차로 밀리고 있어도 선수들이 기죽지 말라고 응원을 보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1승을 챙기고 분위기 반전을 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는 한 세트만 따내도 마치 승리를 한 것처럼 좋아하는 ‘웃픈’ 신세가 됐다는 게 한국 배구인들은 머리를 ‘딱’ 치며 아쉬워했다.

세자르 감독은 2023 VNL에서 선수들이 성장했다고 말하지만, 중요한 결과는 없었다. 사진=김영구 기자
국제 대회는 결과를 내야 하는 곳이다. 그런 상황에서 세자르 감독은 캡틴 박정아(페퍼저축은행)를 아꼈다. 6월 29일 불가리아전에서는 아예 나오지도 않았다. 부상도 없었다. “어린 선수들에게 경험을 부여하고자 계획을 그렇게 한 것이다”라는 게 세자르 감독의 말이었다. FIVB 랭킹이 35위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승리, 승점 1점, 한 세트, 하나의 점수가 중요한 상황에서 세자르 감독은 선수들의 성장을 생각했다고 말한다. 또한 선수들의 성장도 좋지만, 점점 쌓여가는 패배 의식은 어떻게 떨칠 것인가.

수많은 말이 오간 가운데, 대회는 끝났다. 이제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선수들은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를 마친 후 다시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제22회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9월 2일~10일), 2024 파리올림픽 예선(9월 16일~24일),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9월 19일~26일)에 연이어 나설 예정이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은 파리올림픽 예선에서 한국이 승리는커녕 승점 1점도 가져오지 못할 거라 예상하고 있다. 한국은 파리올림픽 최종 예선 C조(미국, 이탈리아, 폴란드, 독일, 태국, 콜롬비아, 슬로베니아)에 속했다. 여기서 1, 2위 안에 들어야 한다. 파리올림픽 출전 티켓은 개최국 프랑스를 제외하고 8개국 3개 조로 나뉘어 조 1, 2위가 본선 직행 6장을 가져가고 나머지 5장은 내년 VNL 직후 세계 랭킹 상위 5개 팀에 배분된다. 한국이 쉽게 이길 나라가 없어 보인다. 또 세계랭킹도 30위권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랭킹으로 출전권을 가져오는 건 더 어려워 보인다.

아시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VNL 8강에 진출한 중국과 일본이 어떻게 전력을 꾸리고 나올지 모르지만 1.5진급 전력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 VNL에서 2승을 챙긴 태국도 이제는 쉽게 볼 수 없다. 지금 흐름이라면 아시안게임 메달도 장담할 수 없다. 한국이 지금까지 아시안게임에 나가 메달을 따지 못한 건 딱 한 번(2006 도하 5위) 뿐이다.

아시아선수권, 올림픽예선,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사진=김영구 기자
세자르 감독은 이번 대회는 성장에 체크 포인트를 두고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젊은 선수들은 익숙하지 않은 수준의 배구에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신체가 큰 상대의 강한 공격과 서브에 맞서기 위해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결과적으로 이기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모든 건 시간이 필요하다. 어린 선수들이 들어가 시도하고 노력한 부분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라며 박정아가 결장했을 때도 “향후 아시아선수권, 올림픽예선전,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멤버를 구성해야 한다. 체크를 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과연 반등의 기회는 올까.

[이정원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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