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1개 50원 내렸는데, 메뉴판 5개를 고치라구요?".. 고개만 절래절래

제주방송 김지훈 2023. 7. 3.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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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업계 등 메뉴 조정 등 기대감.. 현장 '답답'
일부 제품 인하 수준 미미.. 공급재료가 '그대로'
업계 "외식비, 밀가루 외 가격구성요소 복합적"
주재료비·인건비 부담 여전.. 유통구조 개선 필요


지난 주말부터, 당장 들어오는 손님마다 우선 메뉴판을 훑어보며 수군대는 것만 같아 식은 땀이 흘렀습니다.

물어보면 대답이라도 하겠지만, 괜스레 죄를 지은 듯한 기분에 찜찜합니다. 하소연한 곳도 마땅찮아 답답할 뿐입니다.

"그냥 '라면'이 1개, 떡이나 만두 등 추가재료가 들어가면서 소폭 가격이 올라가는 메뉴가 2개, 라면과 주재료 비율을 1대 1로 섞어 내놓는 혼합 메뉴가 3개에요. 저희가 공급받아 쓰는 라면 가격이 떨어진 것도 아니라서 가격들을 일일이 메뉴에 반영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답답하네요"

분식집 운영 15년째라는 김모(57)씨는, 한참 속앓이를 했다고 털어놨습니다. 라면 하나로 끝날 문제가 아닌, 죄다 가격을 손봐야 할 지경이지만 문제는 공급받는 라면 가격에 변화가 없습니다.

일부 라면업체들이 대표 제품 가격을 내렸다고 하지만, 실제 현장 체감 수준은 미미합니다.

정부 권고에 따라 지난 1일부터 가격 인하에 나섰지만, 분식집을 비롯한 외식업계 라면 가격 등에서 변동을 체감하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자가가 아닌 이상 임대료부터 시작해, 인건비와 전기와 연료 등 에너지비용 등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유지 비용 수준이 여전한데다 기본적으로 라면 가격 인하 폭이 50원 수준으로 미흡한게 가장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분식집 생산비용 증감 폭을 알 수 있는 '분식 및 기타 간이음식점'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 5월 155.46(2015=100)으로 전달 대비 0.7%, 지난해 대비 9.7% 오른 상황입니다.

특히 주 공급처인 중간 유통업체들의 출고가 변화가 없다는데서 가격 인하가 어렵다고 입을 모으는 상황입니다.

대부분 업체가 주로 중간상을 통해 재료를 공급받는 처지에 아직 출고가 인하 움직임이 없는데다, 전체 재료비 구성을 감안하면 메뉴값 하락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제조사에서 도매상, 식자재업체 등 여러 유통루트를 거치면서 소비자 체감가격 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라면업체의 가격 인하 등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하 효과를 더 체감하려면 외식비도 함께 안정시켜야 한다는 지적은 지속 제기됩니다.

사실 라면을 비롯해 제과, 제빵 제품들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 자체가 미미한 것도 한 이유로 꼽힙니다.

라면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는 2.7로 낮은 수준인데다 과자, 빵의 가중치는 각각 3.5, 6.5에 불과합니다. 국산 쇠고기(8.8)나 돼지고기(10.6)보다도 낮습니다.

소비자물가 가중치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상품·서비스 중 소비지출액 비중이 높은 458개 품목의 평균적인 가격 변동을 측정해 산출합니다. 가중치가 높을수록 개별 품목의 가격 변동이 소비자 물가에 더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식이나 패스트푸드, 고깃집, 커피·음료 등을 모두 포함한 외식 품목 가중치를 더하면 126.4로 외식 물가 부담을 더 느낄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소매단계에서 라면 1봉지는 1,000원에서 50원이 내려가지만 분식집에서 파는 라면값은 4,000원 수준이라 여기에서 가격이 내려가면 체감 폭은 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가 안정을 실질적으로 체감하려면 가공식품은 물론, 밀가루를 원재료로 쓰는 외식업까지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는 게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그리 녹녹찮다는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밀 가격이 떨어져도 밀가루를 쓰는 메뉴의 가격 인하 움직임에 가세하긴 어려운 게, 전체 식재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데다 여러 복합요인이 맞물렸다고 이유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밀가루를 많이 쓰는 중화음식점들의 경우, 한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선 지난달 말 라면값 인하에 중국집은 어떡할 지 묻는 질문에 "주재료가격 자체가 상승했는데 어떻게 내리는가"부터 "양파나 고기, 각종 공과금에 인건비가 올랐는데 인하가 쉽지 않다"는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이어 아예 밀가루값까지 내린다는데 가격 인하가 불가피한게 아닌지란 게시물에는 "식자재 공급을 맡은 유통업자들의 가격 자체가 떨어지지 않아 어려울 것"이란 의견부터 "아직 중간상 재고가 소진되지 않아 언제 내릴지 모른다"는 입장들이 제시됐습니다.

중간 유통단계에서 큰 가격 변화가 없다면, 식품·제조업계 가격 인하도 최종 소비단계에선 뚜렷한 체감효과를 낳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더불어 이같은 상황들을 감안할 때 근본적인 외식물가 안정을 위해선 식자재 등 유통과정 개선을 비롯해 업계 인건비 부담 해소를 위한 대책이 선행돼야 할 것이란 주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외식업 실태조사에서 영업비용의 41%가 식재료비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인건비 34%, 임차료 10%가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외식업계는 지난달 전기·수도·가스 등 요금이 전년 대비 23.2%나 올랐고, 배달플랫폼 등 사용료까지 부담 요소가 속출한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아직까진 밀 가격 하락이 제품가에 반영되어도 영향이 미미해, 제휴 할인 등 여러 방면으로 소비자들의 체감혜택을 더하는 방법들을 고민 중이기도 합니다.

관련해 전문가들은 영세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절감을 위해선 직거래 체계 등 유통구조 개선과 더불어 정부 차원에서 키오스크나 서빙 로봇 등, 다방면에서 가능한 정책 지원 방안들을 보완해 주는 것도 외식물가 조정에 보탬을 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 (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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