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신간] 당신의 세계는 안녕한가요

김동욱 2023. 7. 3.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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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세계는 안녕한가요

헝클어진 인생에 자그마한 볕이 된 영화들

당신의 세계는 안녕한가요 - 헝클어진 인생에 자그마한 볕이 된 영화들

영화 팟캐스트 〈퇴근길 씨네마〉의 다섯 진행자가 인생의 버팀목이 되어 준 영화 26편을 소개하는 에세이 《당신의 세계는 안녕한가요》(틈새책방)를 출간했다. 공동 저자인 '류과(류기영)', '로사(이서연)', '소피(정세희)', '왈라비(안웅현)', '또아(이지윤)'는 영화와 방송 업계 종사자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영화 이야기는 영화와 우리의 일상이 연결되는 순간을 포착해 공감대를 만들어 낸다.

이 책은 직장, 사랑, 결혼, 육아, 우정, 욕망 등 중요하지만 혼자서는 직시하기 어려운 삶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데 집중한다. 〈자산어보〉와 같은 한국 상업영화는 물론 〈인셉션〉 같은 블록버스터, 〈나의 문어 선생님〉 같은 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통해 미처 발견하지 우리의 세계를 예민하지만 따뜻한 시선으로 재발견한다.

2017년부터 550편이 넘는 영화 팟캐스트 콘텐츠를 선보인 다섯 명의 저자들은 20대 후반부터 40대 중반까지 폭넓은 세대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각자가 처한 현실과 고민이 다르고 시선과 반응도 다양하다. 심지어 같은 직장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세대에 따라 극명하게 다른 벽 앞에서 좌절하고 아파하고 치유 받는 일기와 같은 이야기들은 다른 세대를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매력을 지녔다.

《당신의 세계는 안녕한가요》에는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흥미로운 구성을 지녔다. 다섯 저자의 5개 챕터가 끝나면 책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세계”라는 독자가 직접 기록할 수 있는 빈 챕터가 여섯 번째로 펼쳐진다. 결국 이 책은 독자의 세계로 완성된다.

추천사를 쓴 영화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이 “스물여섯 편의 지고지순한 러브레터들을 하나둘 훔쳐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나처럼 자신만의 영화를 향한 러브레터를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 것이다.”라고 적은 것처럼 《당신의 세계는 안녕한가요》는 관객에 의해 비로소 완성되는 '영화를 닮은 영화 에세이'다.

[지은이]

류과(류기영)

역사와 신문방송학을 공부했지만 영화감독을 꿈꿨다. 거의 모든 장르 채널의 편성 기획을 두루 거친 15년 차 방송업 종사자이지만 영화 채널은 단 하루도 맡아 본 적이 없는 현직 드라마팀 팀장. 한풀이라도 하듯 영화 팟캐스트 〈퇴근길 씨네마〉를 만들어 수년간 영혼을 갈아 넣었다. 씨네 토크, 영화 기획전 등을 거쳐 이제 영화 에세이를 출간할 정도로 반반 영화인이 됐다. 행복한 아빠, 비겁하지 않은 직장인, 낭만적인 삶. 이 세 가지는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로사(이서연)

매일 아침마다 시청률을 확인하며 채널 순위에 일희일비하는 13년 차 직장인. 현재는 예능 채널에서 편성을 담당하고 있다. 전 직장에서 육아 휴직 후 영화 채널을 맡게 되면서 〈퇴근길 씨네마〉 게스트로 녹음에 참여했다가, 공식 멤버로 눌러 앉았다. 2년 간 전업 맘으로 살기를 선택했을 때도, 〈퇴근길 씨네마〉는 유일한 커리어가 돼 주었다. 영화가 우연처럼 인생에 들어왔지만 운명처럼 인생을 채우고 있고, 영화로 책을 내는 지금에 이르렀다. 우아하게 나이 들기를 추구하지만, 현실은 초등 남매를 씩씩하게 키워 내는 중인 생계형 워킹 맘. 그럼에도 여전히 '로'맨스를 '사'랑하는 취향만은 버릴 수 없는 그런 사람.

소피(정세희)

다른 삶을 잘 들여다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걸 가능하게 해 주는 영화를 평생 짝사랑 중이다. 영화의 세계 속 어디라도 머물기 위해 영화 평론 대회에서 상을 받고, 영화 토론 모임을 2년간 운영하는 등, 여러 방식으로 러브레터를 보내다 20대 중반에 본격적으로 영화 일을 시작했다. 〈벌새〉(2019)를 비롯해 11편의 영화를 국내 극장에 배급하고, 〈랑종〉(2021)의 제작에 참여했다. 2020년부터는 영화 팟캐스트 〈퇴근길 씨네마〉에서 막내를 담당하고 있다. 세상이 더없이 불완전하게 느껴지는 날이면 극장으로 가서 두 시간짜리 완전한 세계로 도망치는 일을 즐긴다.

왈라비 (안웅현)

모두에게 따듯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박애주의자. 하지만 스스로에게는 냉혹한 현실주의자로 끊임없이 수양과 발전을 추구하는 '자기계발러'. 긍정의 힘을 믿으며 모두를 좋은 에너지로 물들이는 삶에 관심이 많다. '대(大) 이직'의 시대에 첫 회사에서만 편성 PD로 7년째 근무 중이

며, 채널 전략 설정과 다수 예능 프로그램 론칭 과정에 참여했다. 일과는 별개로 콘텐츠 만들기를 즐겨서 〈퇴근길 씨네마〉 외 스포츠, 교양 팟캐스트에서도 목소리를 알렸다. 죽는 날까지 읽고, 감사하고, 사유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또아(이지윤)

무엇이든 하고 싶으면 한다. 미국, 스리랑카, 태국 등을 거쳐 NGO와 국제기구를 기웃거리다 영화계로 왔다. 수입, 배급, 유통, 기획 및 제작까지 수년간 여기서도 하고 싶은 일을 만끽하고 있다. 아직 영화가 아닌 다른 걸 업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다른 사랑이 나타나면 홀라당 떠날 수도 있겠다. 하기 싫은 일도 많이 한다. 가령 직장인 생활이나 왕복 3시간의 출퇴근! 그래도 좋아하는 일이 더 많은 삶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름답고 친절한 사람, 내용은 다양한데 형식은 단순한 삶. 아직도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살고 싶다.

김동욱 기자 gphot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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