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 "여유를 갖고 연주하고자 했어요"

김정한 기자 2023. 7. 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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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자에 대한 '반짝' 관심보다 한국 클래식에 대한 지속적 사랑 부탁"
제17회 차이콥스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1위 수상자
6월29일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가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된 제17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의 바이올린 부문 결선 무대를 마치고 활짝 웃고 있다.(본인 제공)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이런 큰 상을 주신 것에 대해 감사하면서도 막중한 책임감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더 겸손한 자세로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알고 정진하겠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29)는 지난달 20일(이하 현지시간)부터 29일까지 러시아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개최된 제17회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의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했다. 이후 모스크바 현지에 머무르고 있는 그와 연락이 닿았다.

김계희는 "이번 콩쿠르 우승은 꿈에서도 생각해본 적 없어서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20대 내내 어떤 결과를 기대하고 콩쿠르에 참가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번 우승이 사실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절대 혼자 올 수 없던 긴 여정에서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신 많은 분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가장 대표적으로 김영욱 선생님은 지난 10년 동안 한결같이 내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시고 내가 흔들릴 때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붙잡아주신 분이다. 이번 콩쿠르도 선생님과 함께 준비했는데, 대학생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열정으로 저를 이끌어주시고 격려해주셨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대회 준비에 대해 "한달 밖에 안 된 준비 기간 중 1차 필수곡이었던 '파가니니 카프리스 24번'은 어릴 때 악보 읽은 정도가 전부라 허겁지겁 손에 익혀야 했다"며 "결선에서는 필수곡인 '차이콥스키 협주곡'이 가장 어려웠는데, 6년 동안 한 번도 안 하다가 갑자기 준비해야 해서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김계희는 수상 발표 직후 "설마 설마 하던 일이 일어나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며 "내가 잘했다기보다는 그동안 수없는 콩쿠르 도전 노력에 대해 격려하고 인정해주는 것 같고 앞으로 더 노력하라는 경고 같기도 해 감개무량한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이번 상이 연주 경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겠지만, 그만큼 책임감이 따르는 자리라 정말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건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바이올리니스트 김계희(금호문화재단 제공)

김계희는 이번 콩쿠르에서는 테크닉으로 승부할 게 아닌 것을 알고 연륜이 표현되도록 여유를 가지고 연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1, 2차의 모든 곡의 악보 첫 페이지에 '여유'라고 큼지막하게 적어놨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치원 나이 때 바이올린을 처음 접했고, 어릴 적 평소에는 내향적었지만 악기, 특히 바이올린을 가지고 놀 때 아주 흥이 넘치고 신났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특정한 롤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고, 각자에게 맞는 인생이 있고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계희는 한국의 팬들에 대해서 "콩쿠르 우승자 외 모든 연주자와 음악인에게도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그리고 응원으로 한국의 클래식 음악 문화가 잘 자리를 잡도록 도와주신다면 정말 감사겠다"고 전했다.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얘기 중이라 아직 확답할 수는 없지만 연주 활동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은 현지 일정을 마치는 대로 일단 귀국해 악기를 수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계희는 예원학교 졸업 후 서울예고 재학 중 도미해 커티스 음악원을 수료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을 수석 입학 및 전학기 수석 졸업했으며, 뮌헨 국립음대에 진학해 석사과정을 마쳤다.

한편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는 1958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창설됐으며, 만 16세에서 만 32세의 전세계 젊은 음악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해당 콩쿠르의 역대 한국인 입상자로는 피아노 부문에는 정명훈(1974년 공동 2위), 백혜선(1994년 공동 3위), 손열음(2011년 2위), 조성진(2011년 3위), 바이올린 부문에는 이지혜(2011년 3위), 김동현(2019년 3위), 성악 부문에는 테너 최현수(1990년 1위), 바리톤 김동섭(2002년 3위), 소프라노 서선영(2011년 여자 성악 1위), 베이스 박종민(2011년 남자 성악 1위), 바리톤 유한승(2015년 3위), 바리톤 김기훈(2019년 2위) 등이 있다.

올해 콩쿠르에선 테너 손지훈도, 첼리스트 이영은도 각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현악 부문에서 한국인 우승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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