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의 구사일생… ‘백두’의 마수 어떻게 벗어났나

곽노필 2023. 7. 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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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국제천문연맹(IAU)은 창립 100돌을 맞아 '외계행성 이름짓기 캠페인'(NameExoWorld)을 벌였다.

이 행사에서 한국쪽 주최자인 한국천문연구원은 국민 공모를 통해 외계행성 '8 우미 비'(8 UMi b)와 중심별인 '8우미'(8 UMi)에 각각 한라(Halla), 백두(Baekdu)라는 이름을 붙였다.

연구진은 그러나 백두 별을 공전하는 한라 행성은 이미 파멸적 운명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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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이름 가진 외계 별·행성의 극적인 사연
부풀어 오른 백두에 한라 흡수됐어야 했지만
다른 별과 먼저 병합하며 팽창 멈춰 구사일생
행성 한라를 삼켜버릴 듯 부풀어 오르던 백두 별이 중도에 다른 별과 병합하면서 한라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 Tobias Roetsch/GTGRAPHICS.DE

2019년 국제천문연맹(IAU)은 창립 100돌을 맞아 ‘외계행성 이름짓기 캠페인’(NameExoWorld)을 벌였다. 이 행사에서 한국쪽 주최자인 한국천문연구원은 국민 공모를 통해 외계행성 ‘8 우미 비’(8 UMi b)와 중심별인 ‘8우미’(8 UMi)에 각각 한라(Halla), 백두(Baekdu)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외계행성은 2015년 이병철 천문연 변광천체그룹 책임연구원 등이 보현산천문대 망원경으로 발견한 것이다.

북쪽 하늘에서 지구 자전축이 가리키는 방향에 있는 북극성을 포함한 작은곰자리에 있는 백두 행성계는 태양으로부터 약 520광년 떨어져 있다.

한라 행성은 질량이 목성의 1.5배(지구의 477배)인 거대 가스행성으로, 지구와 태양 거리의 절반 정도 되는 거리에서 93.4일을 주기로 별을 공전한다. 백두 중심별은 질량이 태양의 1.6배다.

작은곰자리에 있는 백두와 한라의 위치. 맨오른쪽 별이 북극성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최근 하와이대가 중심이 된 천문학자들이 한라와 백두가 오늘날의 관계를 갖게 된 드라마틱한 사연을 탐구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백두처럼 태양과 비슷한 질량의 별은 일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몸집을 크게 부풀린 뒤 자신이 거느리던 행성들을 집어삼킨다. 중심부의 수소 핵융합이 끝난 뒤 별이 점점 팽창해 적색거성이 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미국 천문학자들은 지구에서 1만2000광년 떨어진 우리 은하 독수리 자리에서 별이 목성 크기 만한 행성을 삼키는 모습을 처음 관찰해 지난달 <네이처>에 발표했다. 태양도 약 50억년 후 이런 식으로 지금의 100배까지 팽창하면서 지구를 삼켜버릴 것으로 과학자들은 예상한다.

최대 팽창 단계 지나버린 백두

백두 중심별도 현재 적색거성 단계에 있다. 크기가 태양의 10배로 부풀어 올라 있고, 이에 따라 밝기도 태양의 56배, 표면 온도도 약 5천도로 높아진 상태다. 연구진은 그러나 백두 별을 공전하는 한라 행성은 이미 파멸적 운명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외계행성을 추적하고 있는 테스(TESS) 우주망원경 관측을 통해 백두가 수소 연료를 다 소진하고 헬륨을 태우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이는 백두가 이미 최대로 팽창하는 단계를 지났다는 걸 뜻한다.

별의 진화 모델에 따르면 정상적인 상태라면 백두는 적색거성 단계에서 현재 한라가 공전하는 궤도의 1.5배 되는 거리까지 팽창했을 것이다. 지금은 이 단계를 지나 당시 거리의 10분의 1에 불과한 크기로 줄어들었다. 따라서 이론상 백두는 진작에 한라를 삼켜버렸어야 했다.

하지만 하와이천문대 망원경을 통해 관측한 결과, 한라는 과학자들의 예상을 깨고 자기 자리를 온전하게 지키고 있었다.

한라는 두 개의 별이 병합할 때 발생한 파편들이 합쳐져 만들어진 행성일 수도 있다. 하와이대 제공

두 별이 병합한 뒤 탄생한 행성일 수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연구진은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한 끝에 백두가 과거에 두 별이 합쳐져 만들어진 별일 수 있다는 가설을 끌어냈다. 주변 행성을 삼킬 만큼 크게 부풀어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 적색거성이 동반자 별을 삼키면서 별의 팽창이 조기에 종료되고, 이에 따라 한라 행성이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백두에 리튬이 고농도로 존재한다는 점을 이 가설의 근거로 내세웠다. 리튬은 일반적으로 적색거성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두 개의 별이 하나가 될 때 생성된다.

또 하나의 가능성 있는 가설은 한라는 중심별 두개가 병합할 때 생긴 파편들이 합쳐진 2세대 행성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한라가 영원히 존재하지는 못할 것이다. 백두가 다시 가까운 장래에 부풀어오를 것이기 때문이다. 논문 제1저자인 마크 혼 하와이대 교수는 “한라가 한 번은 죽음을 면했을 수 있지만 일단 별이 팽창하기 시작하면 계속 생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1586-023-06029-0

A close-in giant planet escapes engulfment by its star.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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