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장토크] 당신은 보수입니까, 진보입니까?

이상훈 전문기자(karllee@mk.co.kr) 2023. 7. 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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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진짜 정치성향 알기 어려워
정당도 주장하는 성향과 진짜 행동 달라
국회 의사당 모습. 2022.7.17 [한주형기자]
정치 성향이라는 게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다양·복잡한 세상 일을 대할 때 사람마다 각자 판단을 한다. 이쪽이다 저쪽이다, 이게 더 좋다 저게 더 좋다. 판단이 일관된 모습을 보이면 하나의 성향이 되는데, 바로 보수, 진보 아니면 중도다. 때론 우파, 좌파, 중도파로 표현된다. 보수와 우파, 진보와 좌파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그냥 섞어서 쓴다. 또 보수가 뭐냐, 진보가 어떤 뜻이냐를 파고 들면 ‘철학’의 영역으로 가야하는데, 사람들은 딱히 뭐라고 설명은 못해도 보수와 진보가 뭔지 어렴풋이 머릿 속에 그린다.

보통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에게 정치 성향을 물어본다.

‘본인의 정치 성향은 다음 중 어디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보기. 1 보수적 2. 중도적 3. 진보적 4. 모름.‘

조금 더 자세히는 물어보면 매우 보수적, 약간 보수적, 약간 진보적, 매우 진보적 등으로 보기의 수를 늘리기도 한다. 대략 요즘 조사에선 보수와 진보가 30% 왔다갔다하고 중도와 모름이 40% 정도다.

그런데 이런 조사의 결과는 ‘주관적‘인 거다. 자신의 정치 성향을 스스로 이렇게 생각한다는 것일 뿐이다. 자신은 보수라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중도나 진보라고 볼 수 있고 반대 경우일 수도 있다. 그냥 내 생각일 뿐인 거다.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판단을 물어보면 그나마 ‘객관적’으로 보인다. 경제와 안보, 사회 분야 범주에서 아주 첨예하게 갈리는 내용에 답을 하는 거다.

<당신은 기업과 개인의 경제활동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에 반대합니까, 찬성합니까?> 극단적 질문인데 ‘범죄가 아니고선 개입하면 안된다‘ 식의 답이면 보수, ‘필요시 적극 개입할 수 있다’ 류이면 진보, ‘개입할 수 있지만 원치적으로 자제해야한다‘ 계통의 답이면 중도라고 판별할 수있다. 또 <모두에게 주는 보편적 복지를 선호하십니까, 필요한 사람에게만 주는 선별적 복지를 선호하십니까?> 우리 정치에서도 언제부터인가 이슈가 된 사안인데, 보편을 선호하면 진보, 선별을 선호하면 보수로 판별된다.

안보에서는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을 물어보는 질문이 가능하다. <북한은 우리를 위협하는 적대 세력입니까, 같은 민족으로 대화와 화해의 대상입니까?> 역시 극단적 질문이다. 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면 보수, 대화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쪽이라면 진보라고 할 수 있다. 사회 범주에선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 구체적으로 동성혼 찬반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 가능하다. 이미 미국 등에서는 큰 정치적 이슈가 돼 보수와 진보가 매우 다른 인식과 대응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구체적인 질문을 동원하는 ‘객관적’ 판별에서도 어떤 질문에서는 보수인데 다른 질문에선 진보로 판별되기도 한다.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일 수 있다. 보편적 복지를 선호하면서 북한을 적으로 보는 식이다. 분야별로 질문의 수를 많이 늘리면 그나마 일관된 성향이 판별될 지 모르지만, 특정 정치적 성향이 높거나 낮다고 할 수 있을 뿐이지 ‘당신은 보수다, 진보다‘라고 딸 잘라 말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정당이나 정치 지도자들도 혼란스럽다. 자유를 누누이 강조하면서 느닺없이 온갖 분야에 정부가 개입하는 걸 옹호하는 자칭 보수정당, 인권이 최고의 가치라더니 북한 인권에는 별 말이 없는 자칭 진보정당 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개인적으로 정치 성향을 똑뿌러지게 말하기 어렵고, 정당들은 스스로 규정한 정치 성향과 실제 보이는 모습이 다르다.

그러니 보수네 진보네 하는 말이 허망하게 들릴 뿐이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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