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직격 야구] 시청자에게 와닿는 야구 해설위원이 되자

권정식 2023. 7. 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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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우 헤설위원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해설은 선수입니다" 비선수 출신(비선출)으로 해설을 귀에 쏙쏙 들어가도록 잘하는 스포츠 해설위원 '3대장'이 요즘 화제다.

야구 송재우(57), 축구 한준희(53), 농구 조현일(43) 해설위원이 바로 그들. 이들의 공통점은 프로스포츠 본고장 미국에서 열정적으로 스포츠를 봤다는 거다. 그리고 자기가 열성적으로 파고든 취미를 직업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송 위원은 1998년 박찬호가 활약하던 LA 다저스 경기를 중계하며 인기를 얻었다.

송 위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AFKN(주한미군방송)에서 메이저리그(MLB)를 접한 뒤 이태원 헌책방에서 미국 잡지를 구해 읽었다. 컴퓨터 정보시스템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골든게이트대)에 건너갔을 때 많은 경기를 봤다.

당시 일본 투수 노모 히데오 열풍이 불어 원고 청탁을 받았고, 보험회사(파머스)에서 일하면서 MLB 통신원을 했다"고 말했다. 1998년말 귀국, 경인방송에서 제의가 와 해설을 시작하게 됐다.

한 위원은 '철학 교수'를 꿈꾸다 '축구 박사'가 됐다. 서울대 해양학과 출신인 그는 철학에 심취해 2000년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 앰허스트에서 박사과정을 밟았다.

그는 "미국에 이민자가 많다. 덕분에 잉글랜드와 브라질 축구 중계를 해줬고, 중독 수준으로 봤다. 인터넷 커뮤니티(사커 라인)에 글을 올려 이름이 알려졌고, 2003년 귀국해 박지성·이영표가 뛰던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중계로 해설에 입문했다"고 했다.

조위원은 2005년 농구잡지(루키) 통신원으로 2년간 미국프로농구(NBA) 보스턴 셀틱스 출입기자를 한 뒤 마이크를 잡았다.

이들은 비선출의 핸디캡을 딛고 경기 외적인 부분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해 인기를 끌었다.

일례로, 한 위원은 한국-스페인 A매치중 중계 카메라에 잡힌 요르단 국왕을 알아보고 국왕의 신상명세와 국민들로부터 어떤 지지를 받고 있는지를 중계 틈틈이 자세히 알려줘 시청자들을 감탄케 한 적이 있다. 요르단 국왕이 스페인 국왕과 함께 경기장을 찾을 것이라는 정보를 하루 전에 듣고 미리 조사한 열정 덕분이었다.

조위원은 2018년 NBA 중계 도중 쌍코피를 쏟고도 방송을 이어간 적이 있는데 이후 유튜브 채널명을 '조코피 TV'로 개설해 구독자가 10만명까지 늘었다.

물론, 비선출이 범접할수 없는 영역이 있다. 송 위원은 "움직임 등 기술적인 부분은 건드리기 어렵다. 대신 시시콜콜한 선수 개인사, 팀 역사 등 객관적인 설명을 한다"고 했다. 한위원도 "해설은 선수 출신이 하는 게 맞다. 다만 지난 20년간 선출 해설위원들이 팬들의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프란츠 베켄바워(독일)와 스벤 예란 에릭손(스웨덴)을 구분 못하는 분도 있었다. 비선출 해설위원이 도태되지 않았다는 건 끊임없이 공부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20명 가까운 프로야구 선출 해설위원들은 어떤 수준일까. '코리안 특급' 박찬호 비난, 삼성 투수 심창섭의 빈볼 논란 등으로 3개월만에 마이크를 내린 오재원(38·전 두산)은 야구 해설위원의 격을 크게 떨어뜨렸다. 다른 위원들은 호평을 받고 있을까.

야구 해설위원들 중 실업야구 선수 출신인 한만정 위원을 빼면 비선출은 스포츠조선 LA특파원 출신 민훈기 위원이 유일하다. 민 위원은 현역시절 박찬호 전담 특파원으로 MLB 전 구장을 누벼 국내 최고의 MLB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미국에 10여년 살았고 비선출인 만큼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다.

다른 프로야구 선출 해설위원들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눈에 보이는' 경기 상황은 상세하게 설명을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야구밖 이야기'는 매우 소홀하다는 평이다. 다시 말해 투구 패턴, 기술, 전략 부분은 선출답게 적절히 해설하지만 MLB 소식, KBO 리그의 초창기 재미난 에피소드, 프로와 아마추어의 상생과 공존 등 야구 발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한마디로 공부를 하지 않아 모르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20년 전 이야기지만, 중계실에 가기전 당시 3개 스포츠신문의 야구 기사만 얼른 살핀 이도 있었다.

2년 전 모 방송국은 해설위원들의 해설이 소음에 가깝다는 시청자들의 항의로 인해 해설위원 없이 캐스터 혼자 중계를 진행한 적이 있다. 물론, 너무 밋밋하다는 평가로 '무해설'은 단 한경기에 그쳤지만.

하여간 프로야구 해설은 전혀 개선되지 못한다는 비난을 자주 받는다. 가장 비근한 예로 '히트앤드런 작전' 언급을 들 수 있다. 감독의 작전이 걸리면 주자가 먼저 뛰고 다음에 타자가 타격을 한다는 건 팬들에게도 상식이다. 그런데도 해설위원들은 단 한명만 빼고 늘 '히트앤드런, 혹은 치고 달리기'를 판에 박은 듯이 말하고 있다.

1960,70년대 실업야구나 고교야구 중계 때 대선배들이 해온 것을 앵무새처럼 외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런앤히트'로 수정이 돼야 한다.

두 번째 잘못된 용어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실책'을 저질렀다는 것. 뻔히 TV 중계를 하고 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다니'! '기록되지 않은 실책이 바른 표현이다.

이외에도 시청자들을 실망시키는 평범한 해설은 많다. '도쿄 음주 사고'가 보도됐을 때, 당일 중계시 해설위원의 현역 시절 본인은 물론 선후배들의 음주 행태를 재미난 에피소드로 엮었으면 시청자들이 크게 공감했을 것이다.

12점 이상 큰 스코어로 이겼을 때 다음날은 타자들의 스윙이 커져 3득점 이하로 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관련 통계를 인용한 걸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 원정 9연전이 왜 힘든지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들려주면 팬들의 귀가 솔깃할 것이다.

레전드급 선출인 모 위원은 2개월 전 중계하면서 엉겁결에 '높은 슬라이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슬라이더는 미끄러져 들어가는 변화구인데 어떻게 높다는 표현을 할수 있는지. 순간적인 실언이었으면 바로 시청자에게 양해를 구했어야 했다.

요즘 감독들은 약속이나 한듯 경기 내내 무표정한 모습들이다. 프로야구 초창기 '빨간 장갑의 마술사' 김동엽 감독(1938~1997)은 모자를 거꾸로 쓴채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심판에게 항의해 직관하던 팬들과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다. 이런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감독들이 유머 감각을 지녀야 한다고 조언을 하면 야구판이 더 부드러워질 수 있다.

프로야구 선출 해설위원들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것은 야구 관련 서적을 열심히 읽는 등 공부를 전혀 하지 않기 때문이다. 야구 관계자 및 기자들을 가끔이라도 만나 미처 알지 못하는 야구 역사와 정보를 접하면 해설 수준이 훨씬 다양하고 재미있을 수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나가는 어떤 위원은 중계하면서 캐스터보다 발언량이 1/3밖에 되지 않아 빈축을 사고 있다. 사전에 뭘 해설할지를 준비하지 않아 말할 게 없기 때문이다. 어떤 위원은 스스로 "난 해설위원 체질이 아니야~"라고 자탄하면서도 몇 년째 '들으나 마나한' 해설을 하고 있다. 이들은 현역시절 이름값만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오재원의 중도 하차'를 계기로 해설위원들이 분발, 시청자들의 눈과 귀가 즐거운 야구 중계가 됐으면 좋겠다. 위에 말한 '스포츠 해설위원 3대장'의 열정을 본받아서라도. 본지 객원기자

 

한준희 해설위원

 

스포츠한국 권정식 jskwon@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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