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문학번역원, 번역출판 사업 불공정 심사 등 부실 운영"

강진아 기자 2023. 7. 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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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문학번역원이 수행하는 번역출판지원사업의 부실 운영을 포착하고 사업 전반에 대한 조사·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이 사업은 해외에서 한국 문학작품을 출간하고자 하는 국내출판사·에이전시 및 해외 출판사에 작품의 분량, 언어권, 장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번역 또는 출판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해외출판사 지원사업은 수십 권의 도서를 심사 당일 제공해 부실 심사를 초래했고, 국내출판사 완역 지원 작품은 14건 중 1건만 현지 발간되는 경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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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문화체육관광부 세종시 청사 전경.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2023.05.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문학번역원이 수행하는 번역출판지원사업의 부실 운영을 포착하고 사업 전반에 대한 조사·분석을 진행 중이라고 3일 밝혔다.

번역출판지원사업은 지난해 16억원을 투입해 총 205편의 작품을 지원했다. 이 사업은 해외에서 한국 문학작품을 출간하고자 하는 국내출판사·에이전시 및 해외 출판사에 작품의 분량, 언어권, 장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번역 또는 출판지원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문체부는 조사 결과 심사위원 구성 및 심사 과정의 공정성 부족, 예산 관리의 비효율성, 사업관리 부실 등 문제점을 확인했다. 소수의 심사위원이 1년간 심사를 도맡아 했고, 심사위원 선정 과정도 불투명했다. 해외출판사 지원사업은 수십 권의 도서를 심사 당일 제공해 부실 심사를 초래했고, 국내출판사 완역 지원 작품은 14건 중 1건만 현지 발간되는 경우가 있었다.

총 200편이 넘는 지원작을 선정함에도 지난해 심사위원은 2~3명에 불과했다. 국내출판사·에이전시 지원사업은 2명, 해외출판사 지원사업은 3명으로 소수의 심사위원단이 운영되며 심사 공정성 확보가 부족했다. 최저점과 최고점을 제외하지 않는 방식으로 심사가 이뤄져 1인의 의견이 크게 반영되거나 선정작의 점수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같은 작품에 대한 동일 심사위원의 작품성 점수가 회차별로 달라지는 등 평가의 객관성 확보가 미흡한 사례도 발견됐다.

심사위원 임기도 원칙 없이 운영됐다. 임기를 사업 시행 요강에 규정하지 않고 번역원 내부 지침에 따라 운영해 왔고, 임기도 지키지 않은 사례가 확인됐다. 심사위원 A씨는 임기 1년을 초과해 동일 사업심사에 1년4개월 동안 참여했다. A씨는 해외출판사 지원사업과 국내출판사 지원사업을 오가며 3년 가까이, 심사위원 B씨는 1년 넘게 심사에 참여했다.

심사위원 선정 과정은 불투명했다. 시행 요강에는 심사위원 자격을 '문학평론가 및 출판전문가'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자격 요건이 모호하고, 심사위원회 구성도 '성별·출신대학·전공분야·세대(연령)·참여횟수 등을 종합 고려한다'는 일반적 기준만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담당부서가 후보자를 추천하고 기관장이 우선순위를 결정해 선정해왔으며, 매년 이사회에 보고하는 심사위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위원이 선정되기도 했다.

해외출판사 지원사업은 한 번에 심사하는 대상 도서가 50~60권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본회의 당일 도서를 제공해 사실상 충분한 검토를 하기 어려운 구조로 파악됐다. 심사기준 중 '작품성' 항목의 비중이 제일 높은 점(100점 중 40점)도 지적됐다. 2021년 경영평가에서 작품성 외에 출판사 역량, 출간계획 및 시장 수용도 등이 균형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됐으나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사후관리도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출판사는 판매실적을 보고할 의무가 있으나 5개년(2017~2021)간 조사 대상 753권 중 140건(약 19%)의 판매 실적이 미집계됐다. 국내 출판사·에이전시 지원사업은 현지 출판사 섭외 이전에 완역을 선지원해 2021년 지원작 14건 중 단 1건만 출간으로 이어지는 등 번역지원 이후 사장되는 원고가 다수 발생했다.

문체부는 심사 과정의 공정성·객관성 확보는 물론 짜임새 있는 예산 집행을 곽효환 번역원장에게 촉구했다. 이번 자체점검 결과 드러난 문제점 외에도 불공정 관행을 효과적으로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박보균 장관은 "2년 연속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K-북에 대한 글로벌 관심이 집중된 번역출판 환경에서 불공정성, 부실 논란을 야기하는 지금의 사업 운영 행태는 충격적이고 문학번역에 대한 국민적 기대를 외면하고 있다. 번역원의 리더십 각성과 자세 변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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