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예측 최고봉 ‘3000피’ 정복 성패 가를 3가지 변수…반도체·파월·中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코스피 지수가 2600포인트 고지를 목전에 둔 위치에서 올 하반기 레이스를 시작했다. 2200대로 올 한해를 시작했던 코스피가 ‘상저(上低)’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현재 위치에 올라선 가운데, 하반기 목표 지점을 두고 증권가에선 본격화된 ‘실적랠리’를 바탕으로 ‘하고(下高)’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등락을 거듭하는 횡보세로 ‘박스권’에 갇힐 것이란 전망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다 꺼진 줄 알았던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란 불씨가 어느 정도로 타오르게 될 지 여부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한국’을 이끌어가는 주요 섹터의 턴어라운드 가능성과 예상보다 더딘 중국 경기의 회복 속도가 하반기 코스피의 방향성을 결정지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코스피 지수의 위치를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은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분위기가 추가 인상은 기정 사실이고, 횟수에 집중하는 쪽으로 급변했기 떄문이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연준이 연내 최소 2회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시사하는 점도표를 공개한 이후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공식 석상에서 이 같은 입장을 연이어 재확인하며 금리 추가 인상에 대한 ‘의심’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과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목소리로 “7월 FOMC에선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이 7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은 15.7%를,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은 84.3%에 달했다.
다만, 7월 이후 세 차례(9·10·12월) FOMC에서 미 연준이 점도표대로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지 여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김학균 센터장은 “예상 속도만큼 떨어지지 않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문제로 연내 피벗(Pivot·금리 인하)에 대한 논의는 완전히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며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명시했던 캐나다조차 기습적으로 추가 인상에 나선 것을 보면 미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7월 한 차례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고, 서철수 센터장은 “9월 금리 인상 여부는 불확실하지만, 3분기 이후엔 분명 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될 것”이라고 봤다.
금리에 민감한 반도체·2차전지·IT 등 기술주가 주도하는 국내 증시로선 금리 인상은 국내 증시의 랠리에 결정적인 악재로 평가된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금리환경과 유동성 흐름을 고려하면 성장주 중심의 랠리를 허용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이 상반기 국내 증시를 떠받친 강력한 외국인 순매수세를 꺾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지점이다. 이미 1.75%포인트로 역대 최대 수준인 한미 금리차가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까지 커지면서 자본 유출 위험성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0.1원 오른 1317.7원에 마감했다. 불과 2주 만에 37.7원이나 상승한 것이다.
김학균 센터장은 “원달러 환율 상승과 한미 금리차 확대 가능성 등은 이미 코스피에 선방영된 요소인 만큼 지수 급락 등으로 연결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상승세를 가로막으며 지수를 ‘박스권’에 가두는 재료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한 대형주의 ‘실적 턴어라운드’ 여부도 하반기 증시 향방을 가를 주요 포인트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부분 기업이 상반기 ‘실적 쇼크’를 기록하며 바닥을 확인한 상황 속에 ‘기저효과’ 등으로 하반기엔 실적 반등 모멘텀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상장사 622곳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52.%나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3.6%로 전년(8.1%) 수준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곧 발표될 2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보다 소폭 후퇴한 것도 ‘실적 바닥론’에 더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코스피 전체 시총의 25.3%를 차지하는 시총 1·3위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의 반등 여부가 하반기 코스피 지수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통과하고 있는 가운데 실적은 이미 1분기에 바닥을 친 것으로 평가된다”며 “특히 올해 4분기부터 북미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에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3 공급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반도체 업황 반등에 삼성전자 실적도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란 관측이다.
이 밖에도 미국 경제가 위축 없이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이른바 ‘노랜딩(No Landing)’ 시나리오가 부상하면서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2차전지·조선 등 수출 업종의 예상을 뛰어 넘은 실적 반등 역시 국내 증시엔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중국이 하반기 코스피 지수를 결정할 주요 변수 중 하나란 공통된 전망도 있다. 김학균 센터장은 “중국 경기가 상반기엔 예상보다 회복 속도가 훨씬 느렸지만, 하반기엔 회복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며 “과거와 달라진 산업 구조와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외교적 갈등 등 지정학적 문제로 수혜의 폭은 작을 수 있지만, 중국 경기의 회복은 무역수지와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수의 증권사들은 올해 하반기 코스피에 대한 기준치를 높이는 모습이다.
DB금융투자가 업계 최상단인 3000까지 밴드 상단을 제시한 가운데, KB증권(2920), 메리츠증권·IBK투자증권(2900)이 모두 2900 이상을 상단으로 꼽았다. 이 외에 NH투자증권(2750) IBK투자증권(2800), 현대차증권(2760), 하이투자증권(2750)도 하반기 코스피 상단을 2700선 위로 제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도 코스피 전망치를 2750에서 2900으로 올려 잡았다.
반면, 3분기까지 코스피가 강세를 보이다 4분기부터 박스권에 머무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 회복과 반도체 개선이 수출, 이익 회복으로 이어지며 3분기까지는 차별적 반등을 예상한다”면서도 “연말로 갈수록 선진국발 경기둔화 우려로 상단이 제한되는 박스권 장세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 증권사는 코스피 예상 범위를 2380~2780포인트로 제시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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