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이, 동반자살, 노키즈존...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건들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아동권리 보장 및 보호를 위해 '시작해요, 아동기본법'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숙원과제인 아동기본법 제정을 통해 아동을 보호 대상이 아닌 권리 주체로 보는 인식은 더욱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매주 월요일 아이들과 학부모, 전문가들과 함께 마련한 아동권리보장을 위한 글을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말
"여러분은 여행을 일 년에 몇 번 다니시나요?"
가벼운 질문으로 이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잠시 멈춰있던 국내외 여행이 최근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는 기사를 심심찮게 접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인구 1인당 국내 여행 횟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21년 기준으로 연간 1.8회였다. 우리나라 국민이 1년에 1~2번은 여행을 다닌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 "여러분은 평생 몇 번의 여행을 다니셨나요?"라는 질문은 어떠한가. '여행이 횟수를 세 봐야 할 만큼 특별한 일이었나'라고 반문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엔 여행과 같이 평범한 여가 활동에서 소외된 아동들이 있다. 교육받고 여가를 즐기며, 문화생활을 통해 잠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아동에게 보장된 4대 기본권 중 하나인 발달권. 이 발달권을 침해받고 있는 아동들이 자신의 권리를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강원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2018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아동과 가족 중심의 자발적 가족여행 프로그램을 매년 시행하고 있다. 학대 피해 아동 가정을 대상으로 진행한 '가족기능강화' 특화 프로그램이다. '가족기능강화'란 가족의 전부나 일부가 체육‧문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서로 간의 성장이 되는 발달, 연대감 강화, 건전한 여가를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이 프로그램은 가족여행 계획 단계에서부터 아동의 참여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최근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한 8살 남아인 태준이(가명)는 이렇게 말한다. "태어나서 여행이 처음이었어요!", "수영장에서 멋진 사진을 찍어 친구한테 자랑했어요!" 여행도, 수영장도 난생처음이라는 아이, 아동 '발달권'에 해당하는 이 당연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태준이의 상황을 단순히 부모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이 1991년 비준한 「UN아동권리협약」은 국제적 약속이다. 「UN아동권리협약」 제31조의 '휴식과 예술 활동 등에 참가할 권리'에 의하면, "어린이는 충분히 쉬고 충분히 놀아야 한다. 국가는 모든 어린이가 문화와 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대한민국에서도 아동의 성장 발달을 위한 휴식과 다양한 문화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사회와 개인 모두는 이에 대한 책무성을 가지며, 이를 법률로써 보장할 수 있는 「아동기본법」의 제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내 아동보호전문기관들은 공공의 영역과 공조하며, 아동에 대한 책임 의식을 확대하려 노력하고 있다. 특히, 아동학대 예방 및 아동 기본권 확보 노력은 전국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보건복지부 산하)에서는 2022년부터 아동보호전문기관을 통해 학대 피해 가정에 맞춤형 사례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방문형 가족 회복 프로그램 시범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필자가 속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강원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해당 시범사업을 통해, 고위험군과 집중 사례관리 대상 가정을 중심으로 지난해에는 40가구에 방문 서비스를 제공했고, 2023년 현재 30가구에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예를 들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로 전기가 끊길 위기에 놓인 수빈이(가명) 가정에 공과금 비용을 지원했다. 침해받을 뻔한 아동의 생존권이 가까스로 빛을 잃지 않은 순간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는 아동권리를 옹호하고자 여러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아동학대 예방 서명 캠페인을 진행하다가 "제가 학대하는데요"라는 말을 농담처럼 웃으며 쉽게 내뱉는 부모를 만난 적이 있다. 함께 웃을 수만은 없는 순간이었다. 여전히 이슈가 되고 있는 '○린이', '동반자살(자녀 살해)', '노키즈존' 등은 대표적으로 아동을 권리 주체자로 인식하지 않은 사례들로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건들이다.
'정말 여행을 한 번도 간 적이 없는 아동이 있나요?', '아직도 전기나 가스가 끊길 정도로 어려운 아이가 있나요?', '일반적인 가정에서도 아동학대가 일어나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그럴 때면 "그래서 지금이 아동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다 함께 노력할 때입니다"라고 답한다. 이 대답이 그냥 흘러가는 말이 아닌 「아동기본법」이란 법률로써 당당히 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동의 권리가 '당연히' 보장되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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