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 절실함으로… 공동체 어루만져야 교회에 젊은이 돌아와”

장재선 기자 2023. 7.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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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적인 것에는 관심이 깊지만, 교회 행태는 싫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 교인인데, 젊은이들 사이에 특별히 많습니다. 저분들의 영적 갈급함에 응답하지 않으면 한국 교회는 존재 이유가 없습니다. 교회가 스스로 달라짐으로써 세상에 희망의 길을 제시해야 할 때입니다. 교회를 새롭게 하는 것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큰 교회, 큰 교단이 한국 교회 전체를 자기 쪽으로 끌고 가려고 하고, 그 사이에 이단이 들어오면 몰락이 올 것입니다. 큰 교회 목사, 큰 교단 총회장이라고 폼을 잡으며 작은 교회, 작은 교단을 무시하면 망합니다. 계급장 떼고 목욕탕에 들어가 서로 가려운 데 긁어주듯이 연합 사역을 하며 기독교인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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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꺾이지 않는 사명’ 출간한 한교총 前회장 류영모 목사
한국 교회,성공신학 자랑하다 몰락
성장도 침체도 세계서 가장빨라
작은 교회·큰 교회 계급장 떼고
‘연합사역’하며 모범 보여줄 때
“상대방이 죽어야만 내가 산다는
‘비난의 본능’이 한국정치 지배
교회가‘함께 살아야’전파해야”
데이비드 해리슨, 윌리엄 전킨 등 개화기 선교사들이 잠들어 있는 전주 선교사 묘역. 류영모 목사는 작년 이곳을 방문했을 때 “그분들의 희생정신을 오늘의 한국 교회가 실천해야 신뢰를 다시 얻을 것”이라고 했다. 장재선 전임기자

“영적인 것에는 관심이 깊지만, 교회 행태는 싫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이른바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 교인인데, 젊은이들 사이에 특별히 많습니다. 저분들의 영적 갈급함에 응답하지 않으면 한국 교회는 존재 이유가 없습니다. 교회가 스스로 달라짐으로써 세상에 희망의 길을 제시해야 할 때입니다. 교회를 새롭게 하는 것이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입니다.”

류영모(69) 한소망교회 목사의 목소리엔 절실함이 담겨 있었다. 그는 최근 책 ‘꺾이지 않는 사명’(두란노)을 펴냈다. 개신교 최대 단체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2021∼2022)을 지낼 때 표명했던 공적 메시지를 토대로 한 것이다. 교계 대표적 지도자인 그가 한국 교회의 현실을 직시하고 그 대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그는 “140여 년 역사를 지닌 한국 교회는 세계 종교 역사상 가장 빨리 성장하고 또한 가장 빨리 침체했다”라며 “통절하게 반성해야 거듭날 수 있다”라고 했다. ‘성공 신학, 번영 신학, 교회 성장 지상주의, 물량주의를 자랑하다 무너진 그 자리에서 이 시대의 수많은 문제와 과제를 가슴에 품고, 다시 일어납시다.(책 43쪽)’

류영모 목사의 설교 모습.

그는 “우리가 가난했던 시절에 대부분의 목사들이 예수를 믿으면 성공하고 병이 낫고 복을 받는다고 설교했다”라며 “이제 그런 개인의 기복을 벗어나 사회와 공동체를 위한 진리의 복음을 전해야 한다”라고 했다. 그는 조선조 말 한반도에 복음을 전하러 온 선교사들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선교사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기꺼이 와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했습니다. 학교와 병원을 지어 봉사하고, 복음으로 희망을 전했습니다. 그들은 일제강점기에 국권을 잃고 절망에 빠진 이 나라의 백성들에게 그리스도의 말씀을 전하다가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한교총 회장 시절에 근대기독교 문화유산을 돌아보며 선교사들의 묘역에서 울먹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분들의 피를 타고 이 땅에 근대 문화가 왔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을 위한 눈물과 헌신, 희생, 그리고 복음의 진실함. 이런 선교사들의 정신으로 우리 교회가 돌아가야 떠나갔던 젊은이들이 돌아올 것입니다. 한교총이 울진 산불 지역에 집 지어주기 운동을 펼쳤던 것은 그런 노력의 하나였습니다.”

그가 창립한 한소망교회는 경기 일산과 경계인 파주 입구에 자리를 잡고 있다. 등록 신도가 1만4000여 명에 달하니 대형 교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류 목사는 큰 교회, 작은 교회 구분 없이 연합 사역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큰 교회, 큰 교단이 한국 교회 전체를 자기 쪽으로 끌고 가려고 하고, 그 사이에 이단이 들어오면 몰락이 올 것입니다. 큰 교회 목사, 큰 교단 총회장이라고 폼을 잡으며 작은 교회, 작은 교단을 무시하면 망합니다. 계급장 떼고 목욕탕에 들어가 서로 가려운 데 긁어주듯이 연합 사역을 하며 기독교인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국민 신뢰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는 한국 교회가 정치권력의 양지에만 서려고 하면 국민 불신을 더 받는다고 경계했다. 어느 정당이든 ‘선국후당(先國後黨)’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 교회의 정도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 정치는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비난의 본능’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애국애족이라는 정치의 본래 목표는 사라지고 포퓰리즘만 남았지요. 이럴 때 교회는 공동체가 함께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내야 합니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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