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시대' 물 들어온 ETF, 제대로 노 저으려면…"규제 풀어야"

이사민 기자, 김은령 기자 2023. 7. 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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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100조 시대 앞둔 ETF (下)
[편집자주] ETF 100조 시대가 열렸다. 2002년 10월 첫 ETF 상장 20여년만에 급성장하며 순자산 100조원을 돌파했다. ETF는 공모펀드보다 간편하고 빠르게 매매할 수 있고, 개별 주식투자에 비해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자산배분을 위한 동학개미의 필수 재테크 상품이 된 ETF 시장의 성장과 현황을 살펴보고 ETF 200조원, 300조원 시대를 위한 개선방안을 짚어본다.

뛰는 삼성·미래, 중소형 운용사도 '적극'…치열해지는 ETF 경쟁


국내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은 '삼성 VS 미래'라는 양강 구도 아래 남은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중소형 운용사 간 치열한 샅바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ETF 100조원 시대'에 앞다퉈 경쟁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 'K-ETF' 시장, 삼성·미래 2파전…후발주자도 '쑥쑥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은 40조3824억원(40.64%)으로 국내 ETF 순자산가치총액 1위를 차지했다. 2위에 오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6조3882억원(36.62%)으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KODEX 200'을 국내 최초 ETF로 출시한 이후 지난 5월말 국내 운용사 최초로 순자산 40조원을 넘기며 선두를 유지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년 전만 하더라도 순자산이 삼성자산운용의 절반에도 못 미쳤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히 성장해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일찌감치 시장을 선점한 양 사는 전문성과 운용 노하우를 가지고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 나가고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압도적인 점유율을 구축하고 있지만 중소형 운용사들도 특색있는 상품들로 ETF 시장 영역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양강 합산 점유율은 지난해 12월 당시 79.63%에서 최근 77% 수준으로 소폭 떨어졌다.

삼성, 미래 뒤를 잇고 있는 KB자산운용(8.62%)은 2009년 국내 최초로 채권형 ETF를 내놓은 이후 현재까지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한국투자신탁운용(4.72%), 키움투자자산운용(3.06%), 한화자산운용(2.35%), NH-아문디자산운용(1.60%), 신한자산운용(1.59%) 등은 관련 인력을 늘리고 신규 상품 출시, 마케팅 확대 등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삼성자산운용 출신인 배재규 대표를 영입한 뒤 지난해 ETF 브랜드명을 기존의 KINDEX에서 ACE로 변경해 리브랜딩 효과를 보고 있다. ETF 운용 규모 역시 지난해 말 약 3조원 수준에서 최근 4조7000억원대로 육박하며 55% 넘게 늘어났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투자자 수요분석을 통한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하는 동시에 기상장된 상품의 상품 접근성 강화에 노력할 것"이라며 "ETF 관련 유능한 인재 영입 역시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연초 'ARIRANG K방산Fn' ETF를 출시하는 등 방산, 항공 우주 등 테마형 ETF에 집중하고 있다. 신한자산운용도 'SOL 반도체소부장Fn', 'SOL 2차전지소부장Fn' ETF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상품을 비롯해 월배당 ETF를 잇달아 출시하면서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신한자산운용 관계자는 "ETF 사업본부 내 운용-상품-마케팅 3개 부문의 팀워크를 바탕으로 타사 대비 비교적 작은 조직 규모 및 인력 체계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향후 인력 및 조직 규모도 사업 성장 속도에 맞게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은 최근 외부 인사를 영입해 ETF 조직 정비를 마쳤다. 키움은 지난해 말 한국투자신탁운용에서 정성인 ETF 상품전략부장을 영입해 마케팅사업부장으로 앉힌 뒤 ETF 기획, 전략, 마케팅, 컨설팅팀 인력을 차례로 확충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 관계자는 "상반기 조직 세팅을 다 마쳐 올해 하반기에는 시장 상황에 맞고, 투자자 투자 수요에 부응하는 상품을 적시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기를 끈 'TIMEFOLIO 글로벌AI인공지능액티브' ETF를 출시한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등 사모펀드 운용사 역시 후발주자로 ETF를 출시하며 높은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다만 운용뿐만 아니라 상품 개발, 마케팅 등 전반적인 ETF 조직 확충 수요가 늘어남에도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며 전문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 파이가 계속 커지고 있어 운용사 대부분은 운용역 등 인력을 충원하려는 분위기지만 ETF 전문 인력들이 많지는 않아 충원이 쉽게 이뤄지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대형 운용사 ETF 운용역은 "최근 많은 운용사가 ETF 본부를 론칭하며 조직을 키우고 싶어 하지만 그에 반해 ETF 운용 경력자는 부족하다"며 "패시브 펀드에서 ETF 운용으로 직무를 바꾸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액티브 펀드를 운용하다가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한국 ETF 이제 걸음마, 넘어야 할 산 많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ETF(상장지수펀드) 100조원 시대는 시작일 뿐이다. 미국 등 글로벌 주요 국가들에 비해 ETF 시장 규모가 적고 주식시장에서의 ETF 비중이 낮은 것을 감안하면 성장 여력이 여전히 높다. 투자자들의 대표적인 투자 수단으로 자리잡은 ETF가 건전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제의 정비, 운용업계의 경쟁력 강화 등의 과제가 남았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ETF 순자산 규모는 100조312억원이다. 2002년 출범 이후 50조원 돌파에 18년이 걸렸지만 최근 4년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며 100조원 시대를 맞이했다.

빠르게 성장한 만큼 제도의 정비나 전문 인력 부족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해 보완해야 할 미비점이 여전히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다양한 상품 출시를 통한 주요 투자수단으로의 역할을 강화하고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우선 ETF 성장의 중심이 될 액티브 ETF와 관련한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2020년 7월 한국거래소가 주식형 액티브 ETF를 허용하며 액티브 ETF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투자자들의 수요도 높아지고 있지만 운용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액티브 ETF는 기초지수와 상관계수를 0.7이상으로 유지해야 하고 자산구성내역(PDF)를 일간 단위로 공개해야 한다.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거나 전략을 이행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업계 관계자는 "상관계수 0.7 규제로 상품과 운용의 특색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PDF 실시간 공개 역시 투자 전략을 그대로 노출하기 때문에 새로운 전략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밖에 레버리지 비율 규제 완화, 퇴직연금 ETF 규제 완화, 연기금 투자 확대 등의 필요성도 지적된다. ETF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곱버스 투자 수요가 높은데 현재 레버리지는 1배, 2배 출시만 가능하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해외 사례 처럼 1.3배, 1.5배 등의 상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상품에 포함할 수 있는 ETF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련 인력의 확충, 전문화 등의 경쟁력 확보 방안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국내 ETF 시장의 경우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양강 체제로 발전해 왔다. 4월말 기준으로 국내 ETF 시장 점유율은 삼성자산운용 41.9%, 미래에셋자산운용 36.9%로 양 사의 점유율이 80%에 육박한다. ETF 시장이 커지면서 중소형 운용사들까지 시장에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지만, 시장 선점이 중요한 ETF 특성상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거래소, 당국 등의 담당 인력 등의 부족도 지적된다. 거래소는 지난해 ETF 상장팀을 신설하고 관련 인력을 확충했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더딘 상장 절차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이를 뒷받침하고 지원할 수 있는 인프라는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전문성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사민 기자 24min@mt.co.kr 김은령 기자 tauru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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