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하는 기자] 교황님, 저는 이기적인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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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에 대해 작심 비판했다.
지난해 초 미사에서 아이 없는 부부를 향해 "출산 대신 개 고양이 키우는 건 이기적"이고 "인간성을 상실한 결정이며 인류에 해를 끼친다" 일갈했다.
이 말대로라면 결혼 8년 차에 아이 없이 남편,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나는 참 '이기적'이고'인간성을 상실'했으며 '인류에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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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딩크(DINK·Double Income No Kids)족에 대해 작심 비판했다. 지난해 초 미사에서 아이 없는 부부를 향해 “출산 대신 개 고양이 키우는 건 이기적”이고 “인간성을 상실한 결정이며 인류에 해를 끼친다” 일갈했다. 또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를 ‘인구학적 겨울(demographic winter)’이라 일컬었다. 교황은 2014년에도 임신과 출산을 거부하는 현 세태를 비판했고, 지난달에는 ‘아기를 축복해달라’며 반려견을 데려온 한 여성을 질책한 일이 전해지기도 했다.
자녀 대신 반려동물을 키우는 요즘 부부들의 풍토를 비판한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졌고 아이 낳아 키우기 어려운 시대 현실을 외면한 지적이라는 볼멘소리도 터져 나왔다.
이 말대로라면 결혼 8년 차에 아이 없이 남편,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나는 참 ‘이기적’이고‘인간성을 상실’했으며 ‘인류에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일 터.
교황이 말한 ‘인구학적 겨울’을 봄으로 전환하는 데 온기를 보태지 못하는 것에 일말의 죄책감은 든다. 출산절벽, 인구소멸이라는 두려운 표현들과 ‘아이의 울음소리가 듣고싶다’는 캠페인성 구호를 뼈아프게 받아들인다.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는 국민에게 ‘비(非)애국세’를 물리자는 비현실적 광고문구도 영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아이 낳기를 거부하는 이유에 대해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자신감 상실’이다. 아이 셋을 낳아 기르는 두 살 터울 친언니의 지난 10여 년을 가까이서 목도했다. 때로는 스스로를 깎고, 아프게 도려내 온전히 아이에게 쏟는 그 초월적인 힘이, 과연 ‘나’라는 미숙한 존재에게도 솟아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낳아 기를 아이에게 행복을 줄 수 없을것 같아 겁도 났다. 그래서 우리부부는 딩크족이 됐고, 동시에 불편한 시선도 시작됐다. ‘아이는 언제 낳아?’‘아이 안 낳을 거면 결혼은 왜?’ 시도 때도 없는 관심과 질문, 가까운 사람들의 ‘다정한 공격’에 현기증이 일기도 했다.
언니에게 아이 셋이 있다면 나에게는 고양이 셋이 있다. 호적에 올릴 수는 없지만 가족이 될 수는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한다. 내 가족이 ‘딩크족’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가락질 대신 ‘다묘가정’이란 따스한 시선을 받길 원한다. 나는 남편과 함께 8년째 결혼이라는 유니버스를 유영 중이다. 우리의 잔잔한 우주에 ‘인구소멸의 주범’이라는 파장이 일지 않기를 바랄 뿐. 안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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