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플법은 이중규제… 글로벌트렌드 역행·국내기업 역차별”[ICT]
위법행위 적발땐 임시중지명령
매출 10% 과징금 부과 가능성
국내 업체만 제재대상 될 수도
업계선 “기존 법령으로도 충분
사전적 규제 시도하는 건 문제”
정부와 국회가 네이버와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른바 ‘온플법(온라인 플랫폼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법안에 대해 기존 법으로도 규제가 가능한 ‘옥상옥(屋上屋) 중복 규제’라는 지적과 함께 플랫폼 규제를 완화하는 글로벌 추세에 대한 역행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달 중 ‘플랫폼 독과점 규율개선 전문가 태스크포스(TF)’가 마련한 안을 바탕으로 규제의 방향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는 공정위가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외 5∼6개 규제 대상 플랫폼 기업을 미리 정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사전 규제 방식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기업의 위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서비스 임시중지명령을 내리는 등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규제안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위법 행위 시 전체 매출의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안이 포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검토하고 있는 규제 항목 대부분이 기존 법령으로도 제재할 수 있는 내용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온플법이 이중 규제이자, 중복 규제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실제 온플법에 포함돼 제재가 예상되는 ‘경쟁 사업자와 거래를 못 하게 하는 배타조건부 거래’ ‘경영간섭행위’ ‘사업방해’ ‘상품 가격 인하 강요 및 다른 오픈마켓 가격 인상 강요’ 등은 이미 공정거래법과 대규모 유통법 등에 포함된 내용이다.
공정위가 이미 기존 법을 적용해 사업자를 규제하고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도 수차례 있었다. 공정위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T블루’ 가맹택시를 우대한 행위를 두고 공정거래법상 타 사업자에 대한 ‘사업방해’ 행위로 판단, 지난 2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57억 원을 부과한 바 있다. 4월에는 구글이 자사 앱 마켓인 구글플레이에만 게임을 출시하도록 한 행위에 대해 ‘경쟁 사업자와 거래를 못 하게 하는 배타조건부 거래’로 판단, 구글에 421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밖에도 ‘상품 가격 인하 강요 및 다른 오픈마켓 가격 인상 강요’는 현행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으로 규제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온플법을 앞세워 재량 범위를 넓히고 플랫폼 규제의 주무 부처가 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런 규제가 결과적으로 국내 기업에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외국 기업의 경우 조사의 어려움 등 한계로 국내 기업만 제재 대상이 돼 자칫 국내 시장을 외국 기업에 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공정위는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구글 검색엔진만을 선탑재하고 타 회사의 검색 프로그램을 쓰지 못하도록 강제한 의혹에 대해 2013년 7월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이후 모바일 검색 시장에서 구글의 점유율을 크게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은 바 있다. 3년이 지난 2016년 10월 국회에서 “구글 검색엔진 선탑재에 강제성이 있다”면서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사후약방문’ 격이었다.
정부의 규제 강화가 글로벌 기조에도 어긋나는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들어 미국에서는 국회에 발의된 ‘플랫폼 독점 종식 법률’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 법률’ 등 빅테크 규제 법안 대부분이 폐기됐다. 2021년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아마존 저격수’로 알려진 리나 칸 미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을 임명했을 때만 해도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가 예상됐다. 그러나 자국 기업을 찍어 누르다 중국에 기술 패권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에 틱톡 등 미국에서 인기 있는 중국 기업을 압박하는 쪽으로 기조가 바뀌었다.
전문가들도 온플법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정혜련 경찰대 법학과 교수는 “플랫폼을 단지 규제 대상으로 바라보고 국익 관점과 산업 생태계에 대한 비전이 결여돼 있다”며 “오히려 앱스토어, 운영체제, 클라우드, 메타버스 등 우리나라 디지털 생태계의 약점인 플랫폼을 육성하는 국가적인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존 공정거래법과 다르게 온라인 플랫폼 관련 특별법은 사전적 규제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분별한 해외 입법 사례 모방, 정책 당국이 입법의 주된 목적을 고민하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임정환 기자 yom724@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동부전선서 바그너 용병 2만1000명 사살”
- 잠든 전 여친과 강제 성관계한 30대 불기소한 검찰...법원, 피해자 주장 수용해 “기소하라”
- 우크라에 지원한 프랑스 경전차, 전장서 무용지물 ‘불만’…“방호력 취약”
- “경례 왜 안해?” 평택 미군기지서 병사 뺨 5~8차례 ‘툭툭’…전직 육군대령 결국 처벌될듯
- [속보] 尹 “통일부, 그동안 대북지원부 같은 역할…그래선 안 돼”
- 장미화 “20년간 전남편 빚 100억 갚아…극단적 생각도”
- 총선 승부처 서울, 민심 안갯속으로...국민의힘 우세 5월부터 사라져
- “푸틴, 프리고진 암살 지령 내렸다”
- 이재명 “민통선 단호히 지킨 장병들에 박수”...與 “숟가락 얹지 말라”
- 서울 2호선서 30대 취객, 열차문에 6번 발 넣고 운전실 강제 침입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