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김주형·방신실의 컷 탈락이 시사하는 점
[골프한국] 우리나라 골프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김주형과 방신실이 컷 탈락했다. 김주형은 지난 1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디트로이트GC에서 열린 PGA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씩 2라운드에서 3타를 줄였으나 중간합계 2언더파로 컷(4언더파) 통과에 실패했다. 2022~23시즌에 치른 20개 대회에서 네 번째 컷오프다.
방신실도 1일 강원도 평창군 버치힐CC에서 열린 KLPGA투어 맥콜·모나 용평오픈 2라운드에서 한 홀에서 3타를 잃으면서 중간합계 이븐파로 컷(1언더파)을 넘지 못했다. 직전 대회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 이은 연속 컷 탈락이고 시즌 세 번째 컷 탈락이다.
프로골퍼에게 컷 탈락은 일상에 가까운 다반사다. 생체리듬 감성리듬의 변화에 따라 기량에도 변화가 생겨 한결같은 경기를 풀어갈 수 없기 때문이다. PGA투어나 LPGA투어의 경우 대회마다 150~160명의 선수가 출전하는데 컷을 통과하는 선수는 45~50% 정도다. KPGA나 KLPGA 투어의 경우에도 120~130명이 출전해 60명 내외가 컷을 통과한다. 선수의 절반 이상이 컷 탈락한다는 얘기다. 천하의 타이거 우즈도 종종 컷 통과에 실패해 중도에 짐을 챙겨 떠나는 모습을 보였다.
선수에게 컷 탈락이 다반사라 해도 한창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상승세를 타는 선수가 컷 통과에 실패하면 화제가 된다. 김주형이나 방신실의 컷 탈락이 그런 경우다.
임시특별회원의 혜택으로 PGA투어 대회에 출전해 2승을 거두며 PGA투어의 신예 스타 반열에 오른 김주형의 경우 대회 때마다 우승 가능성이 높은 선수 15명을 지목하는 파워랭킹에 포함될 정도로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로켓 모기지 클래식 대회 직전 김주형은 파워랭킹 4위에 올랐다. 메이저대회 US오픈과 특급대회 트래블러스 챔피언십에서 우승 경쟁을 벌였던 리키 파울러가 파워랭킹 1위, 토니 피나우가 2위, 저스틴 토마스가 3위로 거론됐고 4위 김주형에 이어 맥스 호마, 브라이언 하먼, 마쓰야마 히데키, 콜린 모리카와, 임성재, 키건 브래들리가 뒤를 이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듯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디팬딩 챔피언 토니 피나우, 저스틴 토마스, 히데키 마쓰야마 등이 컷 통과에 실패했다. 김주형의 경우 지난해 7위를 기록하며 PGA투어 출전권을 사실상 확보한 대회여서 선전이 기대되었으나 중도 탈락의 쓴맛을 보았다. 상위 랭커들의 탈락을 보면 김주형의 컷 탈락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
KLPGA투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장타로 갤러리를 몰고 다니는 방신실은 맥콜·모나 용평오픈 2라운드에서 최고의 무기인 장타가 자신을 찌르는 비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파5 10번 홀(599m) 내리막 코스에서 방신실은 306m의 티샷을 날려 동반자 김수지(275m), 김민별(268m)을 압도했다. 홀까지 남은 거리는 173m로 아이언으로 그린에 올려 이글도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이 두 번째 샷은 왼쪽으로 감겨 숲으로 들어갔다. 나무 밑에 있는 공을 찾았지만 세 번째 샷은 나무뿌리를 맞고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갔다. 네 번째 샷에서 공은 또 바로 앞 나무 밑에 떨어졌다. 6번째 샷으로 그린에 공을 올린 방신실은 3m 거리의 더블보기 퍼트도 실패하며 한꺼번에 세 타를 잃었다. 컷 통과가 물 건너가는 순간이었다.
두 선수의 컷 탈락은 골프 백에 든 14개 클럽을 골고루 잘 사용하는 것보다 뛰어난 비법이 없다는 것을 웅변으로 보여준다.
방신실의 경기기록 통계를 보면 평균 드라이브 거리(264.38야드), 그린 적중률(78.26%)은 1위지만 페어웨이 안착률(64.39%)은 108위, 라운드 당 평균 퍼팅(30.56개)은 64위, 리커버리율(58.88%) 53위 등으로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모든 클럽을 골고루 잘 다루는 능력이 부족함을 보여준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이날 이글 1개, 버디 6개, 보기 1개로 대역전극을 펼쳐 최종합계 14언더파 202타로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고지우나 끝까지 우승경쟁을 벌인 공동 2위 안선주, 이제영과 아쉽게 선두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4위에 머문 송가은 등 상위권자들의 공통점은 드라이브 비거리는 길지 않지만 다양한 클럽을 골고루 사용할 줄 안다는 것이었다.
PGA투어에서는 골프의 다양한 샷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방법으로 'Stroke Gained(이득타수)'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동일한 거리와 라이에서 선수들이 평균적으로 달성하는 샷 퍼포먼스를 비교하여 개별선수의 각 샷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으로 김주형의 각종 샷의 퍼포먼스를 측정한 결과 롱 게임을 망쳤더라도 어프로치나 퍼팅으로 실수를 만회하는 스크램블링 능력의 경우 프린지에선 1위, 125~150야드 어프로치는 2위, 200~225야드에선 4위, 드라이브샷 정확도는 68.50%로 6위에 올라 있으나 퍼팅의 SG지수는 마이너스 0.158로 PGA투어 128위로 나타났다. 김주형의 최대 취약점이 퍼팅이라는 뜻이다.
주목받는 김주형이나 방신실이 성공한 선수가 되기 위해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가를 보여준다.
3일 막을 내린 PGA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에서 4년 5개월여 만에 우승한 리키 파울러(34)나, 함께 연장 승부를 벌인 콜린 모리카와와 애덤 헤드윈의 공통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클럽이라도 골고루 잘 다룰 줄 안다는 점이었다.
높은 대중적 인기에 걸맞는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던 리키 파울러는 올 시즌 들어 거의 모든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벌이며 톱10에 10회나 올라 정점에 달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18번 홀(파4)에서 보인 위기에서의 리커버리 샷은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였다. 마지막 라운드 18번 홀과 같은 홀에서 펼쳐진 연장전에서 보여준 기적 같은 샷들은 길게 이어진 슬럼프를 벗어나기 위해 그가 얼마나 갈고 닦았는지 증명했다. 김주형과 방신실에게 이런 리키 파울러의 모습은 예사롭지 않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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