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붐으로 기술주 집중 매입 美증시 투자자들 배당주 완전 외면했다

S&P 500 지수 편입 배당주 400개 기업 수익률 최악
올 상반기 미 증시 기술주와 그 외의 주식으로 나뉘어
WSJ "연준 금리 인상 예고 하반기 상황 바뀔수도"

올해 상반기 미국 투자자들이 배당주에 대한 투자를 외면하고 AI(인공지능) 관련주에 투자를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AFP연합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올해 상반기 미국 증시에서 AI(인공지능) 붐으로 투자자들이 배당주를 철저하게 외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 배당주의 주가는 연초 대비 50% 가까이 폭락하는 등 지난 2009년 이후 최악의 상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하반기 2번 정도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배당주를 외면했던 투자자들이 다시 배당주를 사들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투자자들 AI 관련주 매수 '올인'

2일(현지시간) 미국 네드데이비스리서치(NDR)에 따르면 S&P 500 지수 편입 기업 가운데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기업의 주가는 올해 상반기 18% 상승해 배당주의 상승률 약 4%를 크게 앞질렀다. 현재 S&P지수 편입 기업 중 약 400개 기업이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배당주의 이같은 주가 흐름은 지난 2009년 이후 최악이다.

지난해 미 증시에서 고배당을 하는 기업의 주식은 인기가 많았다. 지난해 투자자들이 배당주를 선호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해 미증시가 약세장이었고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금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 투자자들이 변심했다. 투자자들은 배당주를 선호하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은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성장주인 기술주를 더 주목하고 있다. AI로 기술주가 더 큰 수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다. 몇몇 기술주들은 배당금을 지급한다. AI의 최대수혜주 엔비디아의 배당 수익률은 0.04%다. 또 애플은 0.5%, 브로드컴은 2.2% 수준에 그친다.

NDR의 수석 애널리스트 에드 클리솔드는 "사람들은 배당금에 대한 기대감으로 AI 관련주를 사지 않았다"라면서 "투자자들은 성장할 수 있는 몇몇 기술 기업 주식 매입에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 내셔널와이드의 투자 리서치 책임자인 마크 해켓은 "올해는 초대형 기술주와 그 밖의 것으로 나뉜다"면서 "올해 상반기는 어떤 가격이라도 대형 기술 기업에 투자하는 시기였다"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92조 몰렸던 배당주 펀드에서 5조 넘게 자금 이탈

아울러 미국 중소형 지역 은행주의 폭락과 지난해 미 증시를 주도했던 에너지주의 하락도 배당주의 주가가 하락에 일조하고 있다. 유타주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은행 자이언스뱅코프의 주가는 연초 대비 44% 폭락했다. 또 코메리카와 시티즌스 파이낸셜 그룹 역시 같은 기간 주가가 각각 35%, 32% 급락했다. 에너지주인 옥시덴탈 페트롤리엄의 주가는 연초대비 6.1%, 발레로 에너지 6%, 엑손 모빌은 1.2% 각각 하락했다.

LSEG 리퍼 자료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최근 9주 가운데 7주 동안 배당금을 지급하는 주식을 편입하는 미국 뮤추얼펀드나 ETF(상장지수펀드)에서 자금을 인출했다. 올 들어 이들 펀드에서 약 40억 달러(약 5조 2760억 원)의 자금이 빠져나왔다. 이는 지난해 이들 펀드에 기록적인 약 700억 달러(약 92조 3300억 원)가 순유입된 것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상황이다.

올해 하반기 이같은 흐름은 다시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결국 경제를 경기 침체로 이끌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 가운데서다.

NDR에 따르면 경기 침체기에 배당주 수익률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는 배당금을 많이 지급하는 경기방어주들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

소비자들은 경기 침체기에 가정용품과 의료비 지출에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이다. 헌팅턴 프라이빗 뱅크의 포트폴리오 관리 책임자인 비비안 헤어스턴은 "우리는 화장지를 계속 구매할 것"이라며 필수 소비재와 헬스케어 주식에 대한 노출을 늘렸다고 말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독립기념일 휴일(현지시간 4일)로 거래일 수가 줄어든 이번 주 투자자들은 5일(현지시간) 5월 무역수지와 7일(현지시간) 발표되는 6월 고용 보고서를 보고 주식 시장의 향방을 예측할 것이라고 짚었다.